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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비즈 르포] "번호이동하면 갤노트8⋅V30 공짜"…가을 대전에 판치는 '불법 페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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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8’과 ‘V30’를 공짜로 드리겠습니다. 6만원대 요금제 사용, 번호이동에 인터넷⋅인터넷TV(IPTV) 결합만 해주시면 됩니다.”

21일 오전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의 이동통신 판매점들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가을 스마트폰 대전(大戰)’을 예고한 삼성전자(005930)갤럭시노트8이 지난 15일 출시된 데 이어 이날 LG전자의 V30도 선보였다. 통신사 판매 보조금과 유통점 추가 지원금을 합쳐 단말기 실구매가가 0원인 '공짜폰'도 등장했다.

조선비즈

2017년 9월 21일 LG전자 전략 스마트폰 신제품 ‘V30’가 국내 출시됐다. 이날 오전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에 있는 이동통신 판매점 집단상가 전경. / 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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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V30’ 출시일에 맞춰 불법 페이백 ‘극성'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불법 페이백(공식 보조금 외에 추가로 현금을 돌려주는 것)’의 ‘성지(聖地)’로 알려진 곳이다. 21일 LG전자 V30의 출시일에 맞춰 불법 페이백을 기대하고 찾아온 손님들로 매장이 북새통을 이뤘다.

테크노 마트 9층 외곽에 자리 잡은 한 매장. 기자가 갤럭시노트8 64기가바이트(GB) 모델과 V30 64GB 모델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판매자는 계산기에 숫자 ‘45’와 ‘35’를 각각 입력했다.

기자가 “갤럭시노트8과 V30을 사면 각각 45만원과 35만원을 (페이백으로) 주겠다는 의미냐”고 묻자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각각 이 가격만 현금으로 내면 제품을 팔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갤럭시노트8 64GB 제품의 출고가는 109만4500원이다. 이통 3사를 통해 월 6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고 기기를 개통할 경우 받을 수 있는 공시지원금은 13만~14만원이다. 여기에 판매자가 자체적으로 줄 수 있는 추가 보조금(공시지원금의 15%)은 1만9500~2만1000원이다. 적법한 절차대로 이 제품을 사려면 구매자는 약 93만~94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판매원은 45만원만 내라고 했다.

V30 64GB의 출고가는 94만9300원이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동일요금제를 적용할 경우 이 제품 가격은 77만6800~81만1300원 수준이다. 판매원은 35만원만 내라고 했다.

◆ ‘번호이동+인터넷⋅IPTV 결합’이면 단말기는 ‘공짜’

‘갤럭시노트8⋅V30 공짜’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판매점의 한 직원은 “월 6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하고 번호이동을 하면 불법 페이백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인터넷까지 결합하면 추가로 35만~40만원을 더 할인해주기 때문에 갤럭시노트8과 V30가 사실상 공짜”라고 말했다.

이 불법 페이백을 제공받기 위한 핵심 조건은 ‘번호 이동’이다. 기자가 찾아간 매장마다 번호이동을 유도했다. 기기변경을 하겠다고 하면 판매자는 정상 가격만 알려줬다. 번호이동을 해야만 제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었다.

이통사는 번호이동 가입자를 유치하도록 판매장려금을 준다. 판매장려금이 늘면 판매점은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불법 페이백을 많이 줄 수 있다. 이는 기기변경(이통사를 바꾸지 않고 기계만 변경하는 것) 가입자와 번호이동 가입자의 차별을 금지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위반한 것이다.

5군데 매장 중 2곳은 정상가를 제시했고 3곳은 불법 페이백을 제안했다. 유통점마다 10만~15만원 정도의 가격 차이는 있었다. 불법 페이백을 제안한 판매점은 모두 계산기에 가격을 입력한 후 보여줬다. 한 판매자는 “기자의 취재나 방송통신위원회의 단속을 우려해 말 대신 계산기로 가격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당장 현금이 없어서 고민이 된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판매자들은 서둘러 “인터넷과 IPTV를 함께 결합하면 35만~40만원의 현금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어 단말기 가격이 ‘0’원”이라며 붙잡았다. 이들은 3년간 인터넷과 IPTV 서비스를 의무로 사용해야 하는 3년 약정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일부 매장에서는 신용카드 제휴를 선택하면 추가로 10만원을 더 할인해주겠다고도 했다. 한 판매원은 “갤럭시노트8이나 V30을 공짜로 주고 현금 30만원을 추가로 페이백 해주겠다”고까지 말했다.

이날 KT(030200)로 번호이동을 권하는 판매점들은 드물었다. 대부분의 판매점이 LG유플러스(032640)SK텔레콤(017670)으로 번호이동을 권했다. 한 매장 직원은 “지난 주말 갤럭시노트8 대란을 일으켰다는 비난을 받은 KT가 18일 방통위로부터 경고를 받은 뒤 번호이동 조건이 기기변경과 별반 다를 것 없어졌다”면서 “KT로의 번호이동은 당분간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단말기 지원금보다 25% 요금할인 선택해야 ‘이득’

판매점은 소비자가 단말기 지원금이나 25% 요금할인 중 어떤 것을 선택해도 불법 페이백을 준다. 이날 테크노마트를 찾은 소비자 중에는 단말기 지원금을 받아야만 불법 페이백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2년간 25% 요금할인을 받는 금액이 단말기 지원금을 받는 것보다 할인 금액이 더 크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25% 요금할인이 더 유리하다. 그러나 판매원들은 25% 요금할인을 권하기 보다는 단말기 지원금을 받는 것을 전제로 가격을 주로 안내했다.

한 판매원은 “현재 6만원대 요금제로 가입하면 단말기 지원금이 13만~15만원에 불과하지만 2년 약정으로 25% 요금할인을 선택하면 받을수 있는 할인 금액이 약 36만원”이라면서 “요금할인을 선택하면 당장에는 현금을 13만~15만원 정도 더 내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단말기 지원금을 선택하는 것보다 21만원 가량을 더 아낄수 있다”고 조언했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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