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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취약차주 빚 80조 돌파…`빈곤의 수렁` 빠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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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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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꿔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가 보유한 부채가 1년6개월 새 7조원 가까이 급증하면서 80조원을 넘어섰다.

취약차주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신용 7~10등급)이나 저소득(하위 30%)에 해당하는 차주를 말한다. 그만큼 앞으로 금리 오름 추세가 지속돼 취약차주의 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개연성이 커지고 금융 부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금융안정회의를 열고 6월 말 현재 취약차주 부채가 80조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1조9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취약차주 대출 규모는 전체 가계대출의 6.1% 수준이다. 취약차주 대출은 2014년 말 74조원이었는데 2015년 73조5000억원으로 줄었다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78조5000억원으로 급증하며 1년 새 5조원가량 큰 폭으로 늘어났다.

금융권 부실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 대출 규모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취약차주 대출이 비은행권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현재 취약차주 대출 중 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 비중이 67.3%에 달한다. 취약차주 대출을 금융기관별로 보면 상호금융이 27.2%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여신전문금융기관(15.1%), 대부업(10.2%), 저축은행(8.2%), 보험사(5.0%) 순이었다.

2금융권은 은행에 비해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 그만큼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이 같은 이자 부담에도 불구하고 취약계층 대출이 2금융권에 몰려 있는 것은 신용이 낮아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2금융권 대출을 늘리면 결국 더 높은 금융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빈곤의 수렁'에 빠질 개연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한번 빚의 수렁에 빠져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채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장기연체자의 경우 절반 이상은 정상적인 신용을 회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2014년 새롭게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한 39만7000명을 추적해 2017년 6월까지 신용을 회복한 비율을 산출한 결과다.

한은에 따르면 이 기간에 채무불이행자로 분류된 39만7000명 중 48.7%에 해당하는 19만4000명이 신용을 회복했다. 신용정보원 채무불이행 분류에서 해제되면 신용이 회복된 것으로 간주된다.

운 좋게 신용을 회복한 채무불이행자 가운데 68.4%는 스스로 혹은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빚을 갚았다. 신용회복자 중 20.1%에 해당하는 3만9000명은 정부의 채무조정제도 지원을 받았다.

직업별로 신용회복률 차이가 컸다. 자영업자는 2014년부터 2017년 6월까지 신용회복률이 40.8%에 그쳤지만 임금근로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50.2%를 기록했다. 꼬박꼬박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안정된 직업이 있어야 채무불이행에서 벗어나기 유리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담보대출자 신용회복률은 이 기간 77.1%에 달한 반면 신용대출자는 42.1%에 그쳐 대조를 이뤘다.

한은 관계자는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지 1년 안에 신용을 회복한 비율은 29.5%였지만 3년이 넘어가면 1.1%만이 신용을 회복했다"며 "채무불이행 기간이 길수록 신용회복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6월 말 현재 채무불이행자는 총 104만1000명으로 전체 가계차주 1865만6000명 가운데 5.6%를 차지했다.

한편 중·저신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중금리대출 시장 활성화를 공언했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대출이 실제로는 고신용자에 편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시행한 대출에서 고신용자(신용 1~3등급) 비중은 87.5%에 달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한 국내 시중은행 전체의 고신용자 대출 비중(78.2%)보다 9.3%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또 인터넷전문은행 중신용자(신용 4~6등급) 대출 비중은 11.9%로 국내 은행(17.5%)을 밑돌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목표와는 달리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이자 장사에 집중한 셈이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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