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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강경화 장관 하지 않은 말, 中 외교부 공식 발표에 버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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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 강경화-왕이 한중 외교장관 회담, 양국 발표 달라

中 외교부 "강 장관 전술핵 반입 불가 원칙 지키겠다 말해"

한국 외교부 "한반도 비핵화 입장만", 외교가 "외교 결례"

왕 부장 "북한과의 밀수 단속 강화, 대북 제재 철저 이행"

강 장관 "사드 보복 국민 감정 악화, 중국 진출 리스크 부각"

한ㆍ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입장이 중국 외교부의 공식 발표문에 포함돼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72차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강 장관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0일(현지시간)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중국 외교부는 21일 외교부 공식 사이트를 통해 회담 내용을 전하면서 강 장관이 “한반도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결코 다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견지하고 전술핵 반입 불가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입장은 한국 외교부가 양국 외교장관 회담 내용을 전한 공식 보도자료에는 빠져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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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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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준수한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전술핵 재배치를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에 중국이 강 장관의 한반도 비핵화 발언을 ‘전술핵 재배치’에 방점을 찍어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교 소식통은 말했다. 이 소식통은 “만약 중국측에서 강 장관이 하지 않은 말을 상의 없이 공식 보도자료에 포함시켰다면 이는 외교적 결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북한 핵 문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 배치 문제 등 양국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문제가 함께 논의됐다. 양국 장관의 회담은 지난달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만난 이후 두 번째다. 왕 부장은 “북한과의 밀수 단속 강화 조치 등을 포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철저하고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국 외교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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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중국 외교부]




강 장관은 북한의 6차 핵실험 관련, “안보리 결의 2375호 채택에 중국이 중요한 기여를 한 점을 평가하고 안보리 결의의 철저하고 투명한 이행을 위해 중국 측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중국 측에 당부했다. 이에 왕 부장은 안보리 결의 이행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중국 측의 원칙도 재차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 장관은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거듭된 탄도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자 한반도는 물론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안보리 결의를 통해 북한에 대한 주요 물자의 수출입이 제한된 가운데 약 1400㎞에 달하는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북한과 중국 간에 이뤄지는 밀무역은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피해갈 수 있는 북한의 ‘숨통’으로 여겨졌다. 최근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75호가 원유 전면 금수는 담지 못했지만, 중국이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고 밀무역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북한에는 큰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두 장관은 또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사드 보복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지적했다. 강 장관은 “롯데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애로가 가중되는 것은 국민 감정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다른 나라 기업들에도 중국 진출 리스크를 부각하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양국 간 교류ㆍ협력에 대해 중국 국민들의 소극적 분위기를 언급하며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직접적으로 저해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드 배치를 전개하는 것은 확고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장관은 20일(현지시간) 비톨드 바슈치코프스키 폴란드 외교장관, 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외교장관과도 각각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안보리 결의 충실한 이행과 긴밀한 공조를 강조했다. 강 장관은 주말까지 뉴욕에 머물며 유엔 고위급 인사 등과 접촉할 예정이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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