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파리바게뜨 5378명 제빵기사 직접 고용하면...가맹점주 "인건비 20% 오를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PC “프랜차이즈 특성 고려하지 않아 당혹”...법적 대응 가능성도

고용노동부가 SPC의 프랜차이즈 제과점 파리바게뜨 본사에 대해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제빵기사 5378명을 모두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처방이란 지적이 나온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하면 지금은 외주업체 소속인 제빵기사들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지만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은 결과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최대 20%까지 늘 수 있어 점포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문을 닫는 가맹점이 늘어나거나 문을 여는 신규 가맹점이 감소하면 제빵기사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SPC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PC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매우 당혹스럽다”며 “고용부 지시를 이행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SPC가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선비즈

21일 서울 시내 한 파리바게뜨 점포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고용부 “SPC 파리바게뜨 본사, 5378명 제빵기사 직접 고용해야”

21일 고용노동부는 SPC 파리바게뜨 본사를 포함해 56곳 제과점 점포와 제빵기사를 교육하고 고용하는 협력도급업체 11곳을 대상으로 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 5378명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부터 가맹점 제빵기사 불법 업무지시, 연장근로 수당 축소와 관련해 파리바게뜨 본사와 협력사, 가맹점들을 상대로 사실 여부를 조사해왔다.

고용노동부는 SPC가 제빵기사에 대해 사실상 직접 지휘, 명령을 하는 등 불법 파견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실제 ‘사용 사업주’로 역할했다고 판단했다. 현행 관계법상 가맹본사나 가맹점주는 도급업체 소속 직원에게 업무 관련 지시를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불법 파견으로 보고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그동안 파리바게뜨 같은 제과점 프랜차이즈에서 제빵기사로 일하려면 본사가 지정한 협력 도급업체에서 면접을 보고 이 도급업체에 취직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가맹점주가 도급업체에 제빵기사 인건비를 주면, 도급업체가 제빵기사에게 월급을 주는 형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형식상 근로계약이 도급업체-제빵기사 간에 이뤄졌다고 해도, SPC 본사가 실질적으로 제빵기사의 근무태도와 성과를 평가하는 실사용 사업주로 봤다.

고용노동부는 도급업체와 가맹점주들이 실사용 사업주가 아니라고 봤다. 가맹점주가 같은 사업장에서 제빵기사에게 ‘빵을 더 만들어야 하니 오늘 연장 근무를 해달라’ ‘케익을 더 만들어 달라’ 등의 지시를 한 것은 미미한 부분일뿐 파견법상 지휘명령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파리바게뜨 본사 소속의 품질관리 직원이 제빵기사들과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출퇴근 시간을 지켜주세요’ ‘이 제품은 구체적으로 위생에 신경써서 만들어주세요’라고 지시한 것은 가맹사업법의 허용범위를 벗어나 파견법상 사용 사업주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봤다.

조선비즈

서울 강남의 파리바게트 매장. /조선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가맹점주 비용 증가하면 가격 인상 또는 고용 축소 가능성 높아져

당장 제빵기사들이 직접 고용되면 처우가 개선되고 월급이 오를 수 있다. 협력사에 소속된 제빵기사는 초봉이 2700만원 수준이라면, SPC가 직고용하는 제조기사의 초봉 수준은 이보다 20% 정도 많은 3300만원이다.

하지만 이 월급을 줘야하는 가맹점주 입장에선 똑같은 근로자를 쓰면서도 부담해야하는 금액이 20% 뛰게 된다. 가맹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오르면 소비자 가격이 오르거나 가맹점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성북구 돈암동에서 파리바게뜨 점포를 12년째 운영 중인 가맹점주 우모씨는 “제빵기사를 2명 고용하고 있는데 내년엔 최저임금도 오르고, 만일 (제빵기사가) 본사 소속으로 바뀌면 연간 2400만원 정도 돈이 더 들어갈 것 같다”며 “제가 직접 제빵을 배워서 인력을 줄이는게 나은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우씨는 “(정부가 프랜차이즈를)일반 제조업체와 다르게 봐주셔야 하는데 제조공장이랑 동일한 선상에서 판단한 것 같다”며 “가맹점주 입장에선 본사 소속 제빵기사가 점포에 나와서 일하면, 사실상 본사 직원들이랑 현장에서 일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면 가맹점 사장들의 점포 운영 자율권도 침해될까봐 꺼려진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본사가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것보다 SPC와 점주협회가 공동으로 자회사 등을 설립해 제빵기사를 고용, 관리하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제빵기사에 연장근로수당 등 총 110억1700만원을 미지급한 11개의 협력사는 파견법 위반이 인정돼 사법처리를 받게 된다. 지금까지 파리바게뜨 본사에서 근무하거나 점포를 운영하던 퇴직 임직원들이 제과제빵 교육장 등을 설립하고 인력 관리 등을 돕는 일을 해왔다. 그러나 가맹 본사가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게 되면 협력 도급업체는 아예 존재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협력 도급업체 대표들은 이날 고용부가 제빵기사들에 연장근로 수당 등 총 110억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발표하자, 고용부를 방문해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제빵기사들이 근무 시작에 앞서 10~30분 먼저 출근한 시간까지 참작해 전부 지급하라고 한다”면서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불합리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박정현 기자(jen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