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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벨벳거미의 모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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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에른스트 모리츠 아른트 대학




아직 새끼를 낳지 않은 암컷 거미가 동료가 낳은 새끼들을 대신 보살피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제 몸까지 먹이로 내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거미들의 가족애가 인간에 못지않다는 뜻이다.

독일 에른스트 모리츠 아른트 대학의 안야 융한스 박사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동물 행동' 10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아프리카 사막 지대에 사는 벨벳거미〈사진〉 집단에서 짝짓기 전의 암컷들이 마치 실제 어미처럼 새끼들에게 극단적으로 희생한다"고 발표했다.

벨벳거미는 모성애(母性愛)로 유명하다. 평소 먹이를 게워 새끼에게 먹이는 것은 물론 나중에는 자기 몸까지 녹여 먹이로 내준다. 어미는 먹이를 게우면서 체중의 41%가 줄고 새끼에게 몸을 먹이로 주면서 다시 체중의 54%가 준다.

연구진은 스테고디푸스 두미콜라(Stegodyphus dumicola)라는 벨벳거미 종(種)을 대상으로 짝짓기를 한 암컷 두 마리와 짝짓기 전의 암컷 세 마리를 함께 키웠다. 암컷들은 하나같이 나중에 자기 몸을 먹이로 내놓았다. 다른 거미에게서도 짝짓기를 하지 않은 암컷들이 다른 암컷이 낳은 새끼를 돌보는 모습이 관찰되지만, 어디까지나 먹이를 게워 내는 정도에 그친다.

연구진은 두미콜라종 벨벳거미 암컷의 극단적 양육 행동은 유전자를 후대에 퍼뜨리려는 본능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이 거미는 사막 지대에서 거대한 거미집을 짓고 집단생활을 한다. 같은 거미집에 사는 거미는 대부분 유전자가 비슷한 친척이다. 거미집에는 수컷보다 암컷이 많다. 결국 짝짓기를 못한 이모들은 자매가 낳은 조카에게 헌신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일개미도 암컷이지만 짝짓기를 하지 않고 여왕개미의 새끼를 돌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이스라엘 코헨생물연구소의 모르 살로몬 박사는 "벨벳거미가 사는 곳에 먹이가 극단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암컷들이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몸까지 희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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