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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인구 밀집지역 강타 피해 커… 곳곳 건물 붕괴 ‘아비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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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발생 32주년 날 멕시코 다시 덮친 강진 / 도심 고층빌딩 일순간 ‘와르르’… 멕시코시티서만 44곳 무너져 / 지진훈련 2시간 뒤 실제 강진… 한 초교서만 20여명 매몰 사망 / 460만 주민 ‘암흑의 밤’ 보내… 소방관·자원봉사자 밤샘 구조

19일(현지시간) 오후 1시14분 규모 7.1의 강진이 멕시코를 덮치자 시민 수만명이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12일 전 태평양에서 발생한 강진(규모 8.1)에 비해 규모는 작았다. 하지만 고층건물이 밀집한 멕시코시티 인근에서 발생한 탓에 피해가 더 컸다. 상당수 지역이 정전됐고, 어둠 속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됐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자정을 앞두고 낸 성명에서 “멕시코시티의 무너진 엔리케 레브사멘 초등학교에서 학생 등 22명을 구조했지만 38명이 실종 상태”라며 “많은 국민이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지금은 건물 잔해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는 데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학교 학생 20여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대지진 대비 훈련 2시간 뒤 실제로 덮친 강진

CNN방송 등은 이날 지진이 발생하자 멕시코시티의 여러 건물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대로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장면을 연거푸 내보냈다. 이 장면 일부는 진짜지만 지진 대비 훈련 상황인 장면도 더러 있다. 1985년 1만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멕시코 대지진 32주년인 이날 지진 대비 훈련이 멕시코 전역에서 실시됐다. 그로부터 2시간쯤 뒤에 강진이 실제로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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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현장 멕시코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한 19일(현지시간) 구조대가 멕시코시티의 붕괴된 건물 잔해 더미에서 생존자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멕시코시티=AFP·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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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의 무너진 건물에서 대피한 일가족이 거리에서 밤을 지새우는 장면. 멕시코시티=AFP·AP연합뉴스


강진으로 땅이 흔들리면서 대혼란이 빚어졌다. 무너진 건물 잔해가 쌓이고 일부 도로가 갈라졌다. 한 남성이 대로에서 울고 있는 여성을 다독이며 움직이는 순간 뒤에 있던 3∼4층 높이 건물이 일순간에 무너져내리는 장면도 방송에 잡혔다.

도심 곳곳에서 건물이 흔적만 남은 채 사라졌다. 가스 배관이 파손되면서 화재가 발생해 2차 피해도 이어졌다. 일부 지역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460만여명이 어둠 속에서 지진의 충격을 견뎠다. 멕시코시티의 대표적 클럽축구팀인 크루스 아술과 아메리카의 경기도 취소됐다. 건물 붕괴 직전 가까스로 뛰쳐 나왔다는 탈리아 에르난데스(28)는 탈출 과정에서 발이 부러지고 발바닥에 유리가 박혔지만 “살아나왔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강진 희생자는 20일 오전 8시 현재 280명을 넘어섰다. 멕시코 대지진 이후 가장 큰 피해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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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곳 건물 붕괴한 멕시코시티, 전체 희생자 절반 발생… 매몰 피해 늘듯

멕시코 정부는 붕괴된 고층건물이 많아 사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겔 앙헬 만세라 멕시코시티 시장은 “멕시코시티에서만 44곳에서 건물이 붕괴됐고, 건물 잔해에서 50~60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전체 희생자 가운데 50%가량이 멕시코시티에서 발생했다.

소방관과 경찰 등 구조당국 외에 시민들도 밤새 구조작업에 매달렸다. 먼지를 뒤집어쓴 카를로스 멘도사(30)는 AP통신에 “처음 보는 자원봉사자와 함께 3시간 동안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 갇힌 사람 2명을 구조했다”고 전했다.

8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무너진 라레도 거리에서는 100여명이 모여들어 손으로 시멘트 조각과 철근 구조물을 옮기며 구조작업을 벌였다. 연락이 끊긴 가족이나 친지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후안 가르시아(33)는 “아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데 가스 누출이 우려되니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고 한다”며 애를 태웠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실종된 가족을 찾는 글이 줄을 이었다.

멕시코는 일본, 인도네시아, 칠레 등과 마찬가지로 지진과 화산 활동이 계속되는 환태평양 ‘불의 고리’에 속한다. 여기서 전 세계 지진의 80~90%가 발생한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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