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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통3사, 유심칩 독점 매출액 87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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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추정액 폭리 논란
알뜰폰시장은 독점 아니라 상대적으로 저렴
영국 등 해외는 무료거나 저렴하게 판매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이동통신3사가 지난 5년 간 유심(USIM) 판매를 독점해 거둔 매출이 약 8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가나 공급가를 볼 때 '폭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녹색소비자연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통3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5년 6개월간 SK텔레콤은 총 5051만개, KT는 2644만개, LG유플러스 2315만개의 유심을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이를 통한 추정 매출액은 SK텔레콤 4311억원, KT 2377억원, LG유플러스는 2037억원으로 다 합하면 8725억원이다.

SK텔레콤이 금융 기능을 탑재한 유심과 일반 유심을 각각 8800원과 6600원에, KT는 LTE유심 8800원과 3G유심 5500원, LG유플러스는 LTE유심을 8800원에 팔고 있는데, 이 가격에 기반해 매출액을 추정한 것이다. 유심은 무선통신 회선 가입자의 식별 정보를 담고 있는 칩을 말한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종의 모바일 신분증이다.

업계에서는 이통3사의 유심 공급가격(LTE유심 기준)을 2000~3000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통3사는 유심 판매를 통해 최소 5758억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자료에 따르면 영국 이동통신사 EE는 유심을 무료로 제공하며, 호주 텔스트라는 1681원, 프랑스 오렌지는 4863원에 판매하고 있어 국내 판매가보다 훨씬 저렴하다.

한국 소비자가 유심에 돈을 많이 지불해야 하는 이유는 유통 구조 때문으로 파악된다. 휴대폰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거래되는 유심은 이통3사가 독점 공급하고 있어 가격 인하 효과가 적다.

이에 대해 이통사들은 물류비와 유통비 등을 감안하지 않은 주장이라며 억울해 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시장가에는 공급가, 원가 외에 다양한 요인이 반영된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현재 유심가격이 비싼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통사 독점 공급 구조가 아닌 시장에서 유심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알뜰폰 업체는 각각 유심업체와 별도로 계약을 맺고 판매점에 유심을 공급한다. 그래서 알뜰폰 업체별로 유심 가격도 다른 구조다.

SK텔레콤의 알뜰폰 자회사 SK7모바일과 이마트 알뜰폰은 LTE유심을 6600원에 팔고 있다. KT 알뜰폰 자회사 KT엠모바일, LG유플러스 자회사 U+알뜰모바일을 비롯해 유모비ㆍ큰사람ㆍ유니컴즈 등 영세 알뜰폰 업체는 현재 공짜로 유심을 제공하고 있다.

알뜰폰 업체들은 이통사에 비해 유심을 적게 구매하기 때문에 가격 협상력이 떨어짐에도 유심 가격을 이 정도로 낮추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바로 이통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이통사보다 2배 가량 비싸게 유심을 공급 받고 있지만, 고객에게 저렴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대부분 업체들이 유심비로 이익을 얻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유심 가격 논란과 관련해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이통사가 대리점, 판매점에 유심을 독점으로 유통하지 못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8월 유심 가격에 담합이 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이통3사에 직접 방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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