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와 소형차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소형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경차와 소형차가 실종된 자리를 현대차의 ‘코나’, 기아차의 ‘스토닉’, 쌍용차의 ‘티볼리’ 등 소형 SUV가 채우고 있다. /현대·기아·한국지엠·쌍용차 제공 |
오랜 기간 '생애 첫차'의 자리를 경차와 소형차가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저유가와 소형 SUV의 등장으로 소형차뿐만 아니라 경차까지 매력이 사라졌고,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코나·스토닉 등 소형 SUV 시장이 커지면서 경차와 소형차 시장을 잠식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고연비라는 장점도 친환경차에 밀리고 있다"며 "자동차 업체가 소형차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쪼그라드는 경차·소형차 시장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 1~8월까지 현대차의 엑센트, 기아차의 프라이드, 한국GM의 아베오 등 소형차 판매량은 7698대에 불과하다. 작년 같은 기간(1만3377대)보다 42% 감소했다. 특히 작년 1~8월 9704대 팔렸던 엑센트는 올해 8월까지 4709대 팔리는 데 그쳤다. 올해 1~8월 자동차 전체 내수 판매량이 103만8369대임을 감안하면 소형차의 판매량은 전체의 0.7%에 불과하다.
취득세 면제, 도로 통행료 할인 등 각종 혜택에 힘입어 작년까지만 해도 성장했던 경차 시장도 올해 쪼그라들고 있다. 작년 1~8월 총 11만1902대가 팔렸던 경차는 올해 같은 기간 9만2902대 팔리는 데 그쳤다. 경차와 소형차가 안 팔리면서 이 차급의 점유율은 2013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전체 판매 차종 중 경차·소형차는 19.8%를 차지했으나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 상반기 11.8%에 그쳤다.
국내 경차·소형차 시장이 쪼그라든 주요 원인은 저유가와 친환경차의 대두다. 그동안 경차와 소형차는 높은 연비가 장점이었다. 하지만 낮은 유가가 유지되면서 매력이 반감됐다. 또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등 친환경차 등이 대거 등장하면서 더 높은 연비의 차종이 많아졌다.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친환경차도 통행료 할인, 정부 보조금 등 다양한 혜택이 많다"며 "차가 안 팔리니 업체들은 소형차 개발을 등한시하고, 신차가 나오지 않아 고객들은 더욱 경차와 소형차를 외면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소형차 시장 잡아먹고 쑥쑥 크는 소형 SUV
경차·소형차 시장 축소는 소형 SUV 시장의 성장과 관련돼 있다. 코나·스토닉·티볼리 등 소형 SUV 시장은 지난 5년간 10배 이상 규모가 커졌고, 연간 11만대 규모 시장으로 성장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작년 1~8월 5만1685대 팔렸던 소형 SUV는 올해 같은 기간 6만7571대가 팔렸다. 특히 올해 현대·기아차가 코나와 스토닉을 내놓으면서 판매량이 뛰었다.
업계에서는 경차·소형차 고객들이 소형 SUV로 이동했다고 보고 있다. 레저붐과 좀 더 큰 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겹치며 경차·소형차 대신 소형 SUV를 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젠 엔트리카(생애 첫차)가 소형차나 아반떼급 준중형도 아닌 소형 SUV라는 공식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국산 소형 SUV 차종이 늘어나며 이 시장이 좀 더 뜨거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업체들, 마케팅과 신차로 소형차 시장 부활 노려
그동안 경차·소형차 시장에 소홀했던 자동차 업체들도 올 하반기 신차를 내놓으며 시장을 부활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아차는 연말 '4세대 프라이드'를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출시 30주년을 맞은 완전 변경 모델로, 지난 2월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iF 디자인상' 본상을 받기도 했다. 기존 모델보다 차체를 키웠고 1.6L GDI(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6단 변속기를 결합했다.
르노삼성도 연말 '클리오'를 국내에 내놓을 예정이다. 클리오는 1990년 출시된 후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에서 작년까지 1300만대 이상 판매된 인기 모델이다. 르노삼성은 이 차에 소형급 이상의 LED 헤드램프, 고품질 내장 소재,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등 고급 사양을 적용할 계획이다.
마케팅도 강화한다. 기아차는 9월 경차 '올 뉴 모닝 트렌디 트림'을 출시하면서 시트와 휠, 오디오 등 편의사양을 강화하면서 가격은 기존보다 100만원 내렸다. 기아차는 9월 이 차를 사면 최대 9% 할인하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 한국GM도 작년 여성 고객을 겨냥해 '코랄핑크색' 스파크를 출시한 데 이어 앞으로도 젊은 고객을 잡기 위해 과감한 색상과 마케팅을 적용할 계획이다.
김성민 기자(dori238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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