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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소형 SUV가 잘나가자… 쪼그라드는 소형차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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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영상 제작 업체에 다니는 유모(34)씨는 최근 파란색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스토닉'을 구매했다. 생애 첫차다. 미혼인 그는 "처음에는 경차나 소형차를 알아보다가 기왕이면 힘도 좋고 실내가 조금 더 넓은 소형 SUV를 택했다"며 "주위에서도 첫차를 소형차 대신 소형 SUV를 택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조선비즈

경차와 소형차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소형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경차와 소형차가 실종된 자리를 현대차의 ‘코나’, 기아차의 ‘스토닉’, 쌍용차의 ‘티볼리’ 등 소형 SUV가 채우고 있다. /현대·기아·한국지엠·쌍용차 제공



오랜 기간 '생애 첫차'의 자리를 경차와 소형차가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저유가와 소형 SUV의 등장으로 소형차뿐만 아니라 경차까지 매력이 사라졌고,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코나·스토닉 등 소형 SUV 시장이 커지면서 경차와 소형차 시장을 잠식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고연비라는 장점도 친환경차에 밀리고 있다"며 "자동차 업체가 소형차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쪼그라드는 경차·소형차 시장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 1~8월까지 현대차의 엑센트, 기아차의 프라이드, 한국GM의 아베오 등 소형차 판매량은 7698대에 불과하다. 작년 같은 기간(1만3377대)보다 42% 감소했다. 특히 작년 1~8월 9704대 팔렸던 엑센트는 올해 8월까지 4709대 팔리는 데 그쳤다. 올해 1~8월 자동차 전체 내수 판매량이 103만8369대임을 감안하면 소형차의 판매량은 전체의 0.7%에 불과하다.

취득세 면제, 도로 통행료 할인 등 각종 혜택에 힘입어 작년까지만 해도 성장했던 경차 시장도 올해 쪼그라들고 있다. 작년 1~8월 총 11만1902대가 팔렸던 경차는 올해 같은 기간 9만2902대 팔리는 데 그쳤다. 경차와 소형차가 안 팔리면서 이 차급의 점유율은 2013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전체 판매 차종 중 경차·소형차는 19.8%를 차지했으나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 상반기 11.8%에 그쳤다.

국내 경차·소형차 시장이 쪼그라든 주요 원인은 저유가와 친환경차의 대두다. 그동안 경차와 소형차는 높은 연비가 장점이었다. 하지만 낮은 유가가 유지되면서 매력이 반감됐다. 또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등 친환경차 등이 대거 등장하면서 더 높은 연비의 차종이 많아졌다.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친환경차도 통행료 할인, 정부 보조금 등 다양한 혜택이 많다"며 "차가 안 팔리니 업체들은 소형차 개발을 등한시하고, 신차가 나오지 않아 고객들은 더욱 경차와 소형차를 외면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소형차 시장 잡아먹고 쑥쑥 크는 소형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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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소형차 시장 축소는 소형 SUV 시장의 성장과 관련돼 있다. 코나·스토닉·티볼리 등 소형 SUV 시장은 지난 5년간 10배 이상 규모가 커졌고, 연간 11만대 규모 시장으로 성장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작년 1~8월 5만1685대 팔렸던 소형 SUV는 올해 같은 기간 6만7571대가 팔렸다. 특히 올해 현대·기아차가 코나와 스토닉을 내놓으면서 판매량이 뛰었다.

업계에서는 경차·소형차 고객들이 소형 SUV로 이동했다고 보고 있다. 레저붐과 좀 더 큰 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겹치며 경차·소형차 대신 소형 SUV를 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젠 엔트리카(생애 첫차)가 소형차나 아반떼급 준중형도 아닌 소형 SUV라는 공식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국산 소형 SUV 차종이 늘어나며 이 시장이 좀 더 뜨거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업체들, 마케팅과 신차로 소형차 시장 부활 노려

그동안 경차·소형차 시장에 소홀했던 자동차 업체들도 올 하반기 신차를 내놓으며 시장을 부활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아차는 연말 '4세대 프라이드'를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출시 30주년을 맞은 완전 변경 모델로, 지난 2월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iF 디자인상' 본상을 받기도 했다. 기존 모델보다 차체를 키웠고 1.6L GDI(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6단 변속기를 결합했다.

르노삼성도 연말 '클리오'를 국내에 내놓을 예정이다. 클리오는 1990년 출시된 후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에서 작년까지 1300만대 이상 판매된 인기 모델이다. 르노삼성은 이 차에 소형급 이상의 LED 헤드램프, 고품질 내장 소재,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등 고급 사양을 적용할 계획이다.

마케팅도 강화한다. 기아차는 9월 경차 '올 뉴 모닝 트렌디 트림'을 출시하면서 시트와 휠, 오디오 등 편의사양을 강화하면서 가격은 기존보다 100만원 내렸다. 기아차는 9월 이 차를 사면 최대 9% 할인하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 한국GM도 작년 여성 고객을 겨냥해 '코랄핑크색' 스파크를 출시한 데 이어 앞으로도 젊은 고객을 잡기 위해 과감한 색상과 마케팅을 적용할 계획이다.

김성민 기자(dori238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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