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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국방부가 사이버司 선거개입을 은폐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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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작업을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가 공개됐다. 1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12 사이버 심리전 작전지침’ 문건 표지에는 김 전 장관의 서명이 적혀 있었다. 국방부가 2014년 사이버사의 선거개입이 문제가 되자 자체 조사를 통해 김 전 장관 개입사실을 부인한 게 거짓임이 드러났다. 김 전 장관은 물론 당시 군의 수사가 축소ㆍ왜곡된 데 대해서도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공개된 문건에는 “심리전 활동은 국가 주요행사에 대비해서 한다”면서 총선과 대선 등의 정치 일정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놓았다. ‘장관님 지침’에는 ‘사이버사령부는 군 통수권자 및 군 지휘부 음해를 저지한다’고 돼 있다. 김 전 장관이 사이버사 활동을 단순히 보고받는 선을 넘어 사실상 작전을 지휘했음을 보여 준다. 문건에는 “국방부, 합참, 기무사, 청와대, 국정원 등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보안 유지하에 정보를 공유한다”는 대목도 있다. 사이버사가 청와대, 국정원 등과 조직적으로 작전을 수행했음이 일목요연하다.

군의 정치공작 관여도 기가 막힐 일이지만 이런 내용이 축소ㆍ은폐됐다는 점이 더 놀랍다. 2014년 11월 국방부가 발표한 조사결과가 완전히 엉터리였던 셈이다. 당시 군 수사당국은 연제욱ㆍ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을 관리책임 소홀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심리전 단장의 독단적 범행이라고 밝혔다. 김 전 장관에겐 전혀 보고되지 않았으며, 국정원과도 관계없는 일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그러나 이번 문건 공개로 김 전 장관이 작전을 직접 지휘했고, 국정원과 연계됐으며, 청와대에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얀 것을 검다고 하고, 검은 것을 하얗다며 국민을 철저히 속인 것이다.

국방부는 최근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 진상규명 태스크 포스(TF)를 꾸려 재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조사에서 사이버사의 대선 개입 실체 규명과 함께 박근혜 정부 당시 군의 축소수사에 대해서도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사이버사의 선거 개입은 공작 시점과 인터넷이라는 활동 공간, 야당 대선후보 비방 방식 등에서 국정원의 댓글 공작과 거의 일치한다. 청와대의 묵인이나 지시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 확인도 불가피해졌다. 군의 대선 개입은 민주주의를 파괴한 군기문란 사건이다. 다시는 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실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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