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의 배임 혐의는 한국 재벌 총수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경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3~2014년 한진그룹의 인천 영종도 호텔 인테리어 공사 기간에 맞춰 서울 평창동 자택 공사를 진행하면서 그 비용을 호텔 공사비인 것처럼 꾸며 회삿돈 30억원가량을 유용했다고 한다. 잔꾀를 부려 회삿돈을 자신의 쌈짓돈처럼 쓴 것이다.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재벌 총수가 이토록 공사 구분의 개념이 없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경찰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도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회삿돈을 불법으로 사용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이 회장 자택 관리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재벌 총수들이 마치 사금고를 열듯이 회삿돈을 가져다 쓰는 것은 기업이 자기 개인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 회사, 내 맘대로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삐뚤어진 인식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임직원과 협력업체들의 노력에 힘입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총수의 사고방식과 도덕성은 구시대에 머물러 있다.
조 회장 일가의 불법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 회장은 1999년 항공기를 도입하면서 받은 리베이트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탈세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또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조 전 부사장은 2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석방됐고, 현재 상고심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반복되는 총수들의 불법행위는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황제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기업 지배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 총수가 아무런 감시와 견제도 받지 않은 채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한 총수 일가의 일탈은 되풀이되고 기업마저 망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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