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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빨라야 산다`…프로 스포츠 시간단축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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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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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일본 야구만화 H2에서는 "타임아웃이 없는 시합의 재미를 가르쳐 드리지요"라는 대사가 나온다. 하지만 현실은 만화처럼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소강상태가 길게 이어진다 싶으면 관중들은 귀가하고,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는 사태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각 프로스포츠들이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고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경기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종목이라면 더욱 고민이 깊다. 본격적인 시즌 개막을 앞두고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로 워밍업을 시작한 프로배구 V리그 무대에는 헤드셋이 등장했다. 마치 아이돌 가수처럼 헤드셋을 착용한 이는 다름 아닌 주심과 부심, 기록심까지 3명의 심판이다. 판정 논의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시도가 등장한 것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컵대회 성과가 좋으면 정규리그에도 정식 도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있으나 마나 하던 서브 8초룰 규정도 보다 엄격하게 적용된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면서 V리그도 이를 받아들이게 됐다. 이를 위해 KOVO는 경기장 내 전광판으로 타이머를 비춰주며 빠른 서브 진행을 유도하고 있다.

야구는 이미 '스피드업' 효과를 보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스트라이크존을 넓히고, 투수 교체 및 연습투구 시간을 10초씩 단축하면서 4월 기준으로 지난 시즌 3시간23분에 달했던 경기 시간이 3시간12분까지 줄었다. 비디오 판독센터 도입도 시간을 줄여준 효자로 꼽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비디오 판독센터가 설립된 후 판독 시간이 지난해 대비 25초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25초면 관람객들이 자리를 뜨고, 시청자들이 채널을 바꾸기 충분한 시간을 아낀 셈이다.

이미 경기 시간이 정해진 종목은 그 안에서 박진감 있는 진행을 위해 노력한다. 프로축구 K리그는 2010년 이후 '5분 더 캠페인'을 내세우며 APT(Actual Playing Time·실제 경기 시간)를 측정하고 있다. 순위 산정 시 다득점을 골득실보다 우선해 시간 낭비를 막으려는 시도도 했다. 그 결과 지난해 K리그 클래식 평균 APT는 58분56초로 전년 대비 2분18초 늘어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시야를 해외로 넓히면 더욱 화끈한 변화가 기대된다. 축구 규칙을 관장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지난 7월 터치아웃, 파울, 선수 교체 등 '볼 데드' 상황은 경기 시간에서 빼고 APT만 60분으로 바꾸자는 개정 의견을 내놓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를 수용한다면 보수적 스포츠인 축구에도 엄청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한국이 세계보다 한발 앞서는 경우도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2014년 김영기 총재 취임과 함께 수비 선수가 속공 파울을 할 경우 상대에게 자유투 2개와 공격권을 넘겨주는 개정을 했다. 당시에는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에도 없는 과도한 변화, 작위적인 속공 늘리기라는 비판도 나왔지만 오는 10월부터 FIBA도 한국 방식을 받아들이기로 해 '선견지명'이었다는 평을 듣게 됐다.

김민수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는 "스포츠 관람의 제약 조건이 돈과 시간이라면 경기 시간을 단축하려는 노력은 시간 부분에 해당된다"면서 "관람객이나 시청자가 몰입감을 갖게 만들면 젊은 팬들의 유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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