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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일상톡톡 플러스] 경기불황 장기화…男, 자신과 비슷한 조건의 신붓감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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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나는 50대라 다른 시대를 살아왔지만, 내가 현재 2030대라면 결혼을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 같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게 너무 많다"며 "전에도 먹고 사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희망이 없는 사회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B씨는 "100년도 못 사는데 뭐 그리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있냐. 동거든 비혼이든 자신이 행복하면 되는 것"이라며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선에서 살고 싶은대로 사는 게 답"이라고 주장했다.

C씨는 "나도 마흔살이 될 때까지 살아보니 결혼은 해도 비슷한 사람끼리 하는 게 좋은 것 같다"며 "비슷하니까 서로의 입장 잘 이해하고, 힘들 때 같이 손 잡고 어려움 돌파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D씨는 "냉정히 말해 자신의 스펙 안 된다 싶으면 그냥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아라. 괜히 처자식까지 괴롭게 만들지 마라"며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결혼해도 괜찮다고 하는 이들도 있는데 난 반대다. 경제적 여유 있으면 연애하고 즐기면서 자유롭게 사는 편이 낫다"고 강조했다.

E씨는 "결혼 상대자는 최소한 나보다 수준이 높거나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현재 나도 힘든데 상대방도 어려운 상황에서 결혼하면 그 부부는 오래 못 간다"며 "결국 결혼은 상류계급끼리 하게 되고, 밑에 하층민들만 외롭고 쓸쓸하게 늙어간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우리 사회에 개인주의 성향이 뚜렷해짐에 따라 결혼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19일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결혼을 필수로 여기는 미혼 여성은 지난해 31%에 불과했다.

미혼 남성(42.9%)은 이보다 높긴 하지만, 이제 한국 사회에서 미혼 남녀의 절반 이상은 결혼을 더는 인생의 '필수 코스'로 여기지 않고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 양보가 '미덕'이 아닌 '손해'라고 생각하는 개인주의적 사회의 물결과 삶의 방향을 눈치보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겠다는 인식이 만나 결혼 제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비혼·동거 관심 '高高'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을 살펴보기 위해 2015년부터 올해 6월28일까지 △블로그(3억6226만건) △트위터(76억157만건) △뉴스(2415만건) 내 비혼, 동거, 동질혼 언급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비혼 언급량은 2015년 1만7045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3만5457건으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는 벌써 14만6038건에 달해 지난해 전체 언급량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동거 언급량은 2015년 22만9193건에서 지난해 49만3219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한해와 맞먹는 42만3550건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일보

비혼과 동거에 대한 관심 급증과 함께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개인주의 사회 결혼 트렌드는 '동질혼'이다.

전에는 남성의 경제력과 학력이 여성보다 높은 결혼을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정적인 노후를 설계할 수 없게 되면서 최소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직업과 소득을 가진 배우자를 찾게 됐다.

◆"끼리끼리 어울려 결혼하는 게 더 낫다" 동질혼 확산

온라인상에서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며 조건, 집안, 직업 등을 함께 언급한 버즈는 2015년 2만6783건에서 지난해 15만662건으로 폭증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12만5285건이 언급됐다.

실제 동질혼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끼리끼리 어울려 결혼하는 게 결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세계일보

서로 다른 직업과 종교, 배경, 가족, 빈부의 극심한 차이는 불행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음소프트는 "결혼 언급량의 증가율은 더딘 편이지만 동거, 비혼, 동질혼 관련 언급량은 급증했다"며 "결혼에 대한 비용 부담을 체감하면서 비혼이나 동거를 바라보는 인식도 많이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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