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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역풍에 움츠린 사립유치원···‘국공립 확대’ 불씨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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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사립유치원 감사’ 촉구...바짝 엎드린 한유총

한유총 내부 “휴업 철회 전체 회원 뜻 아니다” 이견도

교육부 “국공립 유치원 확대 추진” 갈등 가능성 여전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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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사립유치원들이 시도한 집단 휴업이 무산되면서 보육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번과 같은 일이 되풀이될까 우려스럽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의 이익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과 대화를 계속해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한유총 내 강경파는 요구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또다시 집단행동을 벌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사립유치원에도 정부 지원, 감사 받아야”

교육부와 한유총 등에 따르면 사립유치원들의 집단휴업 시도는 당분간 재발하지 않을 전망이다. 집단휴업과 철회, 강행 등을 번복해 학부모들의 공분을 샀고 이에 따른 역풍이 불고 있어서다.

현재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는 학부모들의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에 거주하는 박지윤(40)씨는 “아이 둘을 모두 사립유치원에 보내고 있는데 실제 휴업을 강행하면 직접 원장을 찾아가 항의하려 했다”며 “사립유치원에도 정부 예산이 지원되고 있으니 감사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들이 집단휴업을 예고하면서 정부에 제시한 요구 조건은 △누리과정 지원비 인상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 중단 △설립자의 재정 기여금 인정 △2차 유아교육발전계획 수립 시 한유총 참여 등 크게 4가지다.

원아 1인당 누리과정 지원비를 현 29만원(방과후과정비 포함)에서 49만원까지 인상하고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를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또 유치원 설립 비용을 인정, 정부가 설립자에게 시설 사용료 명목으로 재정적 보상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예산 증액을 수반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교육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는 과제다. 교육부가 한유총 측에 구체적인 약속을 할 수 없었던 배경이다.

한유총 내 강경파들은 최정혜 이사장 등이 주도한 교육부와의 협상에서 누리과정 지원비를 언제까지 인상할지 등 ‘구체적 약속’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휴업 강행을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공분을 샀고 한유총은 강·온파가 분열되는 등 내상을 입었다. 당분간 한유총 측의 휴업 시도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김상곤 부총리 “국공립 유치원 확대할 것”

하지만 현 정부의 공약인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이 추진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사립 유치원 위치 등을 고려해 국공립 유치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유치원 취학 아동(70만4138명) 중 75.8%(53만3789명)가 사립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국공립유치원은 24.2%(17만349명)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국공립유치원 취학률을 4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인구절벽에 따라 원아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사립유치원들은 이같은 정부 정책에 위기감을 갖고 있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 유치원이 확대되면 자신들은 고사할 수 밖에 없다는 불만이다. 이 때문에 국공립유치원 확대 공약이 실행단계에 이르면 한유총이 또 다시 반발할 공산이 크다.

한유총 관계자는 “이번 집단 휴업 철회 결정은 한유총 전체 회원들의 뜻이 아니었다”며 “당초 교육부와 알맹이 없는 합의를 전제로 휴업 철회를 처음 결정했을 때부터 이사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워낙 여론이 안 좋은 탓에 이번에는 한 발 물러섰지만, 향후 요구조건 관철 여부에 따라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 교육부 “집단휴업 재발 방지 위해 대화 지속”

교육부는 한유총의 요구조건을 당장 수용할 수는 없지만 이에 대해 협의를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이번과 같이 집단 휴업 시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한유총과의 소통 창구를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사립유치원 집단휴업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유총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정욱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 확대는 필요하지만 집단휴업과 같은 일은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며 “사립유치원들도 유아교육이 보편화된 점을 인정, 교육부 감사 등 정부의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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