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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세계를 핵전쟁 위기에서 구한 전 러시아 중령, 77세로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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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이 한창이던 지난 1983년, 냉철한 판단으로 세계를 핵전쟁의 위기에서 구한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 전 소련 방공중령이 지난 5월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BBC 등 외신들은 1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서 페트로프가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프리야지노에서 혼자 살다 지난 5월 19일 77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별세 소식은 그의 다큐멘터리를 만든 감독 칼 슈마허가 그에게 연락을 취하다 뒤늦게 알려졌다.

페트로프는 미국과 소련의 갈등이 극에 달하던 1983년 미국에서 핵미사일이 발사됐다는 감지시스템의 오경보를 감지해 핵전쟁 발발을 막은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1939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전투기 조종사의 아들로 태어나 키예프 공군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소련 핵무기 관제센터에서 일하던 페트로프는 1983년 9월 26일 당직을 서게 됐다.

그때 인공위성을 이용한 감지시스템이 미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5기를 발사했다는 경보를 울렸고, 40대 중반의 페트로프는 이를 오작동이라고 판단하고 "컴퓨터의 오류로 여겨진다"고 상부에 보고했다.

만약 페트로프가 경보에 따라 미국이 핵 공격을 개시했다고 보고했다면 당시 미국과 냉전 상태였던 소련은 대량 핵무기로 전면 보복공격에 나섰을 것이 자명했다. 오경보는 소련의 첩보위성이 햇빛의 반사현상을 잘못 해석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소련 정부는 경보시스템의 오작동을 은폐하기 위해 페트로프의 활약을 감췄다.

페트로프는 지난 2013년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경보기가 울릴 때 나는 이를 최고 사령관에게 직통전화로 보고하기만 하면 됐다"며 "하지만 나는 움직일 수 없었고, 마치 아주 뜨거운 프라이팬에 앉아있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3분 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며 "만약 진짜 핵 공격이 있었다면 이미 알았을 것이다. 안도 그 자체였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페트로프는 예편 후 연금으로 연명하며 궁핍한 생활을 했으나 소련 붕괴 후 그의 활약이 알려지면서 서방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페트로프의 이야기는 독일 빌트지의 보도와 슈마허 감독의 다큐멘터리로 널리 알려졌으며 페트로프는 세계시민상과 드레스덴상, 유엔 표창을 받았다. 그는 세간의 관심에 대해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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