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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힐러리는 후회한다는데…월가로 간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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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전 국무 "은행 돈 받고 연설한 건 실수" vs 오바마 수억원대 월가 고액 강연 논란]

머니투데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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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를 떠난 뒤 월가를 위해 돈을 받고 연설한 것은 실수였다. 은행들의 돈을 받으며 자신이 그들의 호주머니 속에 있다는 생각을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낸 비망록 ‘무슨 일이 일어났나’(What Happened)에서 고백한 내용이다.

하지만 그의 옛 상관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에 공감하지 않는 거 같다고 블룸버그는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나온 지 1년도 안 돼 월가에서 고액 강연료를 받고 연설에 나섰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한 소식통을 인용,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노던트러스트의 고객들 앞에서 연설했다고 보도했다. 강연료는 약 40만 달러(약 4억5000만 원). 노던트러스트는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다.

또 다른 소식통들은 오바마가 지난주에 세계 최대 PEF(사모펀드) 운용사 가운데 하나인 칼라일그룹을 위한 연설에서 백악관 추억담을 꺼냈다고 전했다. 다음 주에는 월가 투자은행인 캔터피츠제럴드의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오바마는 이때도 약 40만 달러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전직 대통령이 강연으로 큰돈을 버는 건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 고위직에서 퇴임한 뒤 기업의 돈에 저항한 이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7월 백악관에서 퇴출된 숀 스파이서 전 대변인마저 연설기획사와 손잡고 강연 일정을 잡기 시작했다.

오바마의 측근들은 민간인인 그가 거액을 받고 연설하고 책을 쓰는 건 문제 될 게 없다고 항변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오바마 부부는 미국 대형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와 6000만 달러에 출판 계약을 맺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미국 법인 대표 출신으로 최근 오바마 재단에 이사로 합류한 로버트 울프는 “그(오바마 전 대통령)는 미국 전체의 대통령이었다”며 “금융서비스도 그 우산 아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재단에는 PEF·헤지펀드·벤처캐피털업계의 베테랑들이 포진해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이 오바마에 대한 투자 조언을 맡고 있다고 한다.

오바마 측 대변인인 케빈 루이스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에서 한 연설은 모두 그의 가치에 충실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유료 연설 덕분에 저소득층 젊은이들에 직업훈련과 일자리 기회를 주는 시카고 프로그램에 200만 달러를 출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달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그가 성공한 대통령으로서 여전히 미국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오바마가 클린턴 전 장관이 빠진 함정을 피해 주길 바랐던 이들을 실망 시켰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 뒤 영국 억만장자 기업인인 리처드 브랜슨의 섬에서 함께 호화 휴가를 즐겨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한 반부패 전문가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여전히 민주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다른 정치인과 똑같은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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