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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유소연·박성현, 끝나지 않은 ‘골프 여제’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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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올해의 선수 한국 ‘집안 싸움’

작년 에비앙서 17언더파 공동 2위

올해는 첫날 악천후로 희비 갈릴뻔

최대 수혜자 박성현 기회 못살려

최악 피해자 유소연 끝까지 버텨

바뀔 수도 있었던 랭킹 그대로

남은 7개 대회 타이틀 경쟁 가열

중앙일보

지난 16일 에비앙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함께 경기를 한 유소연(오른쪽)과 박성현. 지난해 대회에서 똑같은 스코어(17언더파)를 기록한 두 선수는 올해 한국 선수 원투 펀치로 자리잡았다. 두 선수는 세계 최고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 LG전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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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수들은 정상에서 만나게 돼 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유소연(27·메디힐)과 3위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그렇다. 5년 전 미국에 진출한 유소연, 그리고 국내 투어의 대세로 자리 잡은 박성현. 둘은 지난해 LPGA 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만났다. 나란히 17언더파를 기록했다. 매우 빼어난 기록이었지만 전인지가 역대 메이저 대회 최저타인 21언더파로 우승하는 바람에 공동 2위에 머물렀다.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유소연은 스윙 교정의 결실을 봤고, 박성현은 LPGA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이후 두 선수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지난해 말 다시 한번 묘한 인연으로 이어졌다. 하나금융그룹이 유소연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박성현과 계약했다. 결과적으로는 모양새가 프로야구의 트레이드와 비슷하게 됐다. 당시 유소연은 세계 9위, 박성현은 10위였다. 상위 랭커 유소연 대신 랭킹이 낮은 박성현이 선택받은 것이다. 골프계에선 누가 더 잘할지 무척 궁금해했다.

유소연은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했다. 이어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세계 1위에 올랐다. 박성현은 여름 들어 힘을 냈다. 가장 권위 있는 US여자오픈 챔피언이 됐다. 또 캐나디안 오픈에서도 우승하면서 한 때 세계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유소연과 박성현은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한국의 원투펀치가 됐다. 유소연이 세계랭킹 1위지만 차이는 크지 않다. 두 선수는 각종 타이틀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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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대회는 선수들의 운명을 가른다. 18일 새벽 끝난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세계 1위 유소연, 2위 렉시 톰슨, 3위 박성현이 1, 2라운드 같은 조에 묶였다. 유소연이 우승한다면 1위 자리 굳히기에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상승세의 박성현이 에비앙에서 우승한다면 세계 1위 자리는 물론, ‘올해의 선수’ 포인트 등에서도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챔피언십 첫 날 강한 폭풍이 불었다. 박성현은 파 4홀에서 9타를, 파 3홀에서 6타를 치기도 했다. 6오버파 최하위로 밀려났다. 반면 유소연은 그 강풍우 속에서 2언더파를 치며 버텼다. 공동 선두였다. 그런데 LPGA 투어가 1라운드를 취소하면서 두 사람의 성적은 없던 일이 돼버렸다.

박성현은 최고의 수혜자, 유소연은 최악의 피해자가 됐다. 박성현은 이튿날 다시 시작된 1라운드에서 무려 8언더파를 치고 단독 선두에 나섰다. 반면 유소연은 75타를 치고 하위권에 처졌다.

박성현은 우승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2라운드에서 2타를 잃었고, 3라운드에서 6타를 날려면서 이븐파 공동 24위로 경기를 마쳤다. 유소연은 악착 같이 컷을 통과한 후 2오버파 32위로 경기를 끝냈다. 결과적으로 둘의 차이는 미미했다.

그래서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18일 현재 상금은 박성현이 1위, 유소연이 2위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는 유소연이 1위, 박성현이 3위 등 박빙이다. 남은 대회는 7개다.

박성현은 드라이버를 멀리 치고, 유소연은 아이언이 정확하다. 박성현은 버디를 많이 잡고 평균 타수가 낮다.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톱 10에 가장 많이 든 선수는 유소연이다. 유소연은 안정적이다.

박성현은 에비앙에서 롤로코스터를 탄듯 기복이 많았다. 지난해 17언더파를 친 에비앙에서 2, 3라운드 8오버파를 쳤다. 임경빈 JTBC 골프 해설위원은 “박성현이 뭔가 양심에 가책을 갖는 듯한 표정이었다. 스윙이 편해보이지 않았다. 경기 취소의 혜택을 본 선수라는 눈총에 자책감을 가진 듯했다”고 말했다.

그런 논란은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유소연이 우승할 때도 있었다. 당시 갤러리들은 4벌타를 받은 자국 선수인 톰슨을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유소연의 공이 물에 빠진 것으로 생각해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었다. 유소연은 그런 적대적인 분위기에서도 용감하게 맞서 우승했다. 경기에 몰두했고 그리고 나서 톰슨을 위로하고 칭찬했다.

임경빈 위원은 “박성현이 경기 취소로 시끄러웠던 에비앙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다. 주위 시선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두 선수의 대결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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