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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법정서 박근혜 만난 정호성 “참담…무슨 말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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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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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65)의 최측근인 ‘문고리 3인방’ 중 유일하게 구속 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이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며 박 전 대통령은 무고하다고 울먹였다.

두 사람이 마주한 것은 지난해 10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정 전 비서관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온 정 전 비서관은 증인석 앞에 서서 박 전 대통령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 앉은 채로 고개를 가볍게 숙여 인사했다.

정 전 비서관은 “오늘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제가 오랫동안 모셔온 대통령께서 재판을 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며 “제가 그 고통을 도저히 감내할 수 없기 때문에 오늘 증언을 거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세를 꼿꼿이 하고 고개를 앞으로 내밀어 정 전 비서관을 유심히 쳐다보기도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해 10월31일 부속비서관 자리에서 경질돼 청와대를 나왔다. 이후 ‘비선 실세’ 최순실씨(61)에게 47건의 기밀문건 등을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지난해 11월 구속됐다. 박 전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과 공범으로 기소된 상태다.

정 전 비서관은 재판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어 박 전 대통령이 무고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건 유출 사건은 오히려 대통령께서 얼마나 정성 들여 국정에 임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대통령께서 편하자고 하면 실무자들이 올린 대로 하면 되는데, 어떻게 해서든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려고 고민한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정 전 비서관의 발언이 이어지자 방청석에서는 울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도 휴지로 연신 눈물을 닦았다.

박 전 대통령은 고개를 숙인 채 무표정을 유지하며 무언가를 메모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까지 예정돼 있던 정 전 비서관의 증인신문은 증언거부로 30여분 만에 끝났다. 정 전 비서관은 “증인에 대해 물어볼 사항은 다 끝났다. 돌아가도 좋다”는 재판부의 얘기를 듣고 증인석에서 일어나 박 전 대통령에게 처음처럼 허리 숙여 인사한 뒤 법정을 빠져나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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