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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임성일의 맥] 히딩크의 한국 사랑이 2018년 여름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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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히딩크의 한국 사랑에 '기한'이 정해져 있을까. '러시아 월드컵 때만 도움을 주겠다'는 발언은 없었다. © AFP=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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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히딩크 논란'이 길게 가길 바라지 않으나 적어도 이대로 매듭지어질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시끄러워야 유리하다고 판단한 이들이 있어 생겨난 논란이다. 잠잠해질 것 같으면 만들어서라도 다시 소리를 키울 사안이다. 그래서 당부한다. 제안한다.

이번 매듭을 풀 수 있는 열쇠는 '독심술'이 아니다. '순수' '의도' '애정' '진의파악' '진실공방' 등 손에 잡히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추상적 개념을 가지고 소모적인 논쟁을 펼쳐봤자 여기저기서 커지는 목소리에 판단만 흐려질 뿐이다.

냉정하게 바라봐야한다. '그냥 좀 덮고 가자'는 안일한 태도보다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으려는 능동적 자세가 필요하다. 확인할 수 없는 히딩크의 진심이나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의 진심이나 대한축구협회의 진심을 파악하기보다는 '시점'이라는 실마리를 잡고서 엉킨 실타래를 푸는 작업이 현명하다. 꼭 '지금'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대표팀의 맏형이던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지금의 논란과 관련, "히딩크 감독님이 중국에서의 거액 오퍼도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말 한국 축구에 애정을 가지고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는 말로 지나친 억측은 피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래도 일반인들보다는 히딩크 감독을 잘 아는 이의 말이니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황 감독은 "하지만 시기상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신태용 감독이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맡아 본선에 올려놨는데, 지금 대표팀 감독을 바꾸자고? 이건 아니다"면서 "손바닥 뒤집듯 감독을 또 바꾸자는 논의가 나온다는 자체가 아쉽다. 그 나라의 축구 수준은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신뢰와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하는데, 우리의 축구문화는 그런 것이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것 역시 곱씹어 봐야한다.

황 감독의 말과 마음이 많은 이들과 겹친다고 판단된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를 생각하는 마음까지 색안경을 쓰고 재단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과 '벼랑 끝인지 알고도 나선 신태용 감독의 지휘봉을 이런 식으로 빼앗는 것은 명분이 없다'라는 입장은 견해가 다른 편에서도 적잖이 공감하는 지점들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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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의 한국 사랑은 확인됐다. 이제 '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주는 어른이길 희망한다. © News1 이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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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2018년까지만 축구를 하진 않을 것이다. 만약 러시아 월드컵이 한국 축구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면 답이 달라질 수 있다. 히딩크 감독, 어쩌면 그 이상의 이름값을 지닌 명장을 급히 모셔오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축구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후에도 계속되고 또 그래야한다.

히딩크 감독의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 '기한'이 있진 않을 것이다.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면 한국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라 믿고 싶지 않다.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 말할 정도다. 더군다나 히딩크는 유명인사다. 자신과 결부된 문제로 인한 파장이 이 정도로 크다면, 어느 정도의 책임감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

그래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이후부터 히딩크 감독이 한국축구를 위해 이바지해줬으면 싶다. 9개월 밖에 남지 않은 당장의 월드컵에 급하게 쓰는 것보다는 차근차근 제대로 도움을 받는 게 낫다. 감독이든 기술고문이든 '자리'는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금전적 대우도 중요치 않다고,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하는 경험 많은 A급 지도자를 내칠 이유는 없다.

'지금부터 계속 도움을 받자'라는 다른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의도와 달리 마이너스로 작용할 공산이 적잖다. 인원이 늘어난다고 꼭 팀에 플러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대표팀 수장은 말 한 마디 하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나 호셉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온들 바람직한 시너지가 만들어질지 의문이다. 새 판을 까는 게 맞다. 월드컵은, 한국 축구는 계속된다.

'진정한 후원은 후원이 끝나게 하는 것'이라는 한 국제구호기구의 지향점이 근래 마음을 울리고 있다. "너희들이 원한다면 내가 또 도와줄게"라고 때마다 등장하는 것보다는 "앞으로는 내가 없더라도 너희들 스스로 잘 지낼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봐"라며 '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주는 어른이길 희망한다.

히딩크 감독은 여전히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 축구를 위해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지도 확인됐다. 단, "러시아 월드컵 때만 도움을 주겠다"는 히딩크 감독의 발언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면 도움을 요청할 시점을 다소 미루면 어떨까. 그때는 카톡이니 전화니 따질 것 없이 정중하게 예의도 갖출 수 있어 일석이조다. 절차를 밟아서 제안하고 모셔오는 게 대한축구협회나 거스 히딩크 감독이나 히딩크 재단 모두 마음이 편하다.

청와대 청원까지 제안하고 광화문 촛불집회까지 추진할 정도로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수많은 이들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 아니면 안돼'라고 고집을 부리진 않을 것이라 믿는다. 축구협회도 마찬가지, '2018년 이후에도 다른 누군가의 도움은 필요 없어'라고 불필요한 벽을 세우진 말아야한다. 2018년 이후에도 한국은 축구를 해야 한다. 히딩크 감독의 한국 사랑이 2018년 여름까지라 생각진 않는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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