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 영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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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준공 목표는 각각 2021년 3월, 2022년 3월이다. 건설이 중단된다고 해서 당장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길 일은 없다는 것이다. 올해 여름철 전력수요 실적만 봐도 현재로선 전력공급 여유가 충분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17일 전력거래소의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최대 전력수요량은 84.59GW(7월21일)였다. 전체 발전설비 용량(올해 약 113GW) 가운데 가동되지 않은 발전설비 비중은 34.0%였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 발전설비 예비율이 30%를 넘어선 것은 14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2년 전 7차 수급계획을 통해 2029년까지 22%의 설비 예비율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는데 올해 이미 이 수준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다시 말해 신고리 5·6호기가 없어도 현재 발전설비 여유는 충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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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결과는 전력수요 증가분보다 더 많은 전력을 공급할 설비가 갖춰졌기 때문이다. 최근 1년간 발전기 4기가 폐지되면서 1.24GW의 공급이 줄었다. 하지만 신고리 3호기(1.4GW), 태안 화력 9호기(1.05GW) 발전소 15기가 새롭게 가동하며 발전설비가 13GW 정도 늘었다.
7차 수급계획 때 전력수요 전망치를 높게 잡으면서 앞으로도 전력설비는 계속 늘어나게 된다. 올해에만 신고리 4호기와 화력발전 등을 포함, 총 4기(3.5GW)가 들어선다. 2022년까지 지어질 발전소는 신고리 5·6호기를 제외해도 원전을 포함, 총 17기로 전력공급량은 15GW에 달한다. 여기에 2030년까지 전체 발전 비중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전기부족 사태는 벌어지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가 없어도 5년 후인 2022년엔 5GW의 전력설비가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수요관리는 외면한 채 공급 위주의 정책을 펴온 시스템을 바로잡을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가 반영된 7차 수급계획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전체 발전설비 용량은 130GW다. 신고리 5·6호기의 발전용량은 각각 1.4GW로, 전체 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해 안에 나올 8차 수급계획에선 전력수요 전망치가 과거보다 큰 폭으로 낮아져 신고리 5·6호기 건설 명분은 더욱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8차 수급계획 작성에 참여하는 민간 자문가 그룹 ‘수요계획 실무소위원회’가 지난 15일 공개한 전력수요 전망치는 2030년 기준 100.5GW다. 7차 수급계획보다 12.7GW를 더 낮게 잡았다. 이를 1.4GW인 신고리 5호기에 대입하면 원전 9기를 더 지을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날 공개된 전망치는 지난 7월 나온 초안(101.9GW)보다도 1.4GW 줄었다. 초안이 나왔을 때 원자력계에선 전력수요 전망치를 너무 낮게 잡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발 여론 때문에 수요 전망치가 소폭 오를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결과는 오히려 더 줄어든 셈이다. 초안보다 수요 전망치가 감소한 것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재전망(2.47%→2.43%)되면서 0.4GW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또한 누진제 개편 효과를 제외하면서 0.6GW가 더 감소했다. 누진제 개편으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 효과는 일시적인 것으로 “시간이 갈수록 누진제 개편의 체감도가 떨어지면서 수요 증가 효과도 사라진다”고 소위원회는 설명했다. 여기에다 수요관리(DR) 목표량 확대로 0.4GW가 더 줄었다. DR시장 제도는 사전에 계약을 맺은 기업들에 필요시 전력사용 감축을 지시하는 대신 이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부는 이 제도를 일반 가정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그간 정부는 전기수요 최대치에 맞춰 발전설비를 계속 늘려왔다. 전기수요를 잘못 예측하는 바람에 터진 2011년 순환정전 같은 사태를 막자는 취지였다. 그 결과 전기수요 성수기와 비성수기 간 전력사용량 격차가 2003년 20.5GW에서 지난해 37.1GW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력사용량 격차가 커지면 그만큼 비성수기 때 노는 발전설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경제급전’ 원칙(가격이 싼 발전원부터 가동을 시작)하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이용률이 계속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는 설비를 짓는 데 수조원을 투자한 발전기업의 손해로 이어지고, 결국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 추진에도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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