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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 대법원장이 사법권 독립 훼손 걱정하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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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이 그제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최근 재판에 대해 과도한 비난이 빈발하고 있다”며 “재판 독립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부당한 시도나 위협에 대해 의연히 대처해야 한다”고도 했다. 대법원장이 이례적으로 우려를 표할 만큼 문재인정부 들어 사법부를 공격하는 외부세력의 행태가 잇따르면서 도를 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8일 국정원 민간인 댓글팀 관련자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을 검찰과 여당이 합세해 비난한 건 비근한 예다. 서울중앙지검은 “(영장 기각에는)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을 외면한 법원”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3일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유죄 판결을 아예 불복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권을 남용하며 정권에 부화뇌동한 관련자들은 청산돼야 할 적폐세력”이라고 비난했다. 국정농단 사건 재판과 관련해 인터넷과 SNS 등에서 법원·판사에 대한 마녀사냥 식 문자폭탄이 쏟아진 건 한두 번이 아니다.

외풍보다 더 걱정스러운 현상은 사법부 개혁을 명분으로 시도되는 편향 인사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새 정부 성향에 맞는 진보 이념에다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게 공통점이다. 사법부를 적폐로 보고 청산을 위한 ‘코드 인사’가 단행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사법의 정치화와 삼권분립 침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이유정·김이수 후보자의 잇단 낙마는 편향 인사에 대한 야당의 거부감이 작용한 결과다.

어제 인준안 국회 본회의 상정이 무산된 김명수 후보자도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서클인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잇달아 맡아 정치·이념 편향성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크다. 이틀간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났으나 우려가 해소했다고 보긴 어렵다.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면 전국 법관에 대한 인사권과 대법관 제청권 등을 갖게 된다. 이런 막강한 권한의 사법부 수장에 필요한 덕목이 중립성과 공정성이다.

사법권의 독립성은 사법부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지켜질 수 없다. 재판에 대한 외부의 간섭은 물론이고 편향 인사를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법부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코드 인사는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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