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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한국 축구 위해 기여할 용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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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이미 감독 의사 전달? 히딩크vs축구협회 진실공방

한국일보

거스 히딩크 전 국가대표 감독이 1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암스테르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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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거스 히딩크(71ㆍ네덜란드) 전 국가대표 감독이 “한국 축구를 위해서, 한국 국민이 원하고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어떤 일이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14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유럽 주재 국내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축구협회와 공식 논의된 것은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러시아 월드컵까지 시간이 많지 않고 신태용(48) 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두 달 밖에 안 된 점 등을 의식한 듯 대표팀 사령탑보다 기술고문 쪽에 비중을 두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감독직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는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축구협회가 구체적으로 대표팀 감독을 제안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우선 러시아 월드컵 때 미국 폭스 TV로부터 해설자 제안을 받아 약속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감독은 어려울 것이고, 자문을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 “현재로서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라고 여운을 남긴 뒤 “일단 그렇게 말해두겠다”고 덧붙였다.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가 2002년과 같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경우 명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 한다”는 지적에는 “체면이나 명성이 상하는 것은 상관 안 한다. 실패할 수 있으니 큰 위험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쁜 것이다. 나도 실패할 수 있다”고 답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날 여러 해석이 가능한 애매모호한 표현을 썼지만 축구협회에서 공식 요청을 할 경우 한국대표팀을 맡겠다는 의지는 드러낸 셈이라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는 이에 대해 “히딩크 감독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하다. 기술위원회 및 신태용 감독과 협의해 조언을 구할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요청 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사령탑 교체는 염두에 두지 않지만 기술고문 등은 제안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축구협회가 필요할 때 조언을 구하는 정도로는 ‘히딩크 영입’을 바라는 거센 여론을 잠재울 수 없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대표팀 경기력에 실망감이 커진 상황에서 공교롭게 이날 전ㆍ현직 임원들이 법인카드를 부당 사용했다는 경찰 수사까지 나와 축구협회는 치명타를 입었다. 더 이상 여론과 척을 지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히딩크 감독은 또 하나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히딩크) 재단 사람들을 통해서 여름에 축구협회 내부 인사에게 내가 한국 축구를 위해 감독이든 기술고문이든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당시는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전 감독이 경질되고 축구협회가 새 사령탑을 물색하던 시기다. 이 말은 “히딩크 감독 측으로부터 어떤 제안을 받은 적도 없었다”는 축구협회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으로 양 측의 진실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만일 축구협회가 거짓말을 한 거라면 엄청난 역풍이 불가피하다.

히딩크 감독 영입을 바라는 팬들과 신태용 감독으로 쭉 믿고 가겠다는 축구협회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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