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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정리뉴스] MB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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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의 칼끝이 이명박 전 대통령(MB)으로 향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선거·정치 개입에 이어 ‘MB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가 새롭게 불거지고, BBK 실소유주 논란까지 다시 떠올랐다. 사방에서 검찰 수사가 죄어들며 이 전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놓였다.

이명박 정부가 ‘좌파 연예인 비판활동 견제 방안’ 등 문서를 수시로 내려보냈고, 국정원이 ‘좌파단체 제어·관리 방안’ 등을 ‘VIP(대통령) 일일보고’의 형태로 보고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당시 청와대·국정원 관계자들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간접 조사는 불가피해졌다.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사건을 신호탄으로 4대강사업, 자원외교, 제2롯데월드 인허가 유착 등 이명박 정권 비리 의혹이 줄줄이 새 정부 사정 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명박 정권의 여러 비리 의혹이 그동안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 박근혜 정권은 국정농단 사건을 거치면서 사법적 심판을 받았고 의혹의 실체도 상당부분 드러났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의혹은 설만 무성한 상태다.

▶사방에서 적폐…MB ‘사면초가’
▶적폐청산 길목마다 ‘이명박 흔적’


■MB 때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이명박 정부 때도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주문에 따라 국정원이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문화·연예계 인사에 대한 퇴출 공작을 주도했다. 특히 국정원은 ‘VIP(대통령) 일일보고’라는 문건도 청와대에 올렸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문건을 보고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사실상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된 셈이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지난 11일 산하기구인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MB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건’ 및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문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검찰 수사의뢰 등 신속한 후속 조치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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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통령 측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이후 수시로 문화·연예계 내 특정 인물·단체의 퇴출 및 반대 등 압박활동을 지시했다. 국정원이 분야별로 작성한 명단을 보면 문화계는 이외수·조정래·진중권씨 등 6명, 배우 문성근·명계남·김민선씨 등 8명, 영화감독 이창동·박찬욱·봉준호씨 등 52명, 방송인 김미화·김구라·김제동씨 등 8명, 가수 윤도현·신해철·김장훈씨 등 8명이 명단에 올랐다.

12일 추가로 알려진 명단에는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 탁현민 현 청와대 선임행정관, 배우 권해효·문소리·이준기·유준상씨 등이 포함됐다. 영화감독 여균동·박광현·장준환씨 등과 방송인 노정렬·박미선·배칠수씨, 가수 안치환·양희은·이하늘씨 등도 명단에 있다.

청와대도 ‘좌파성향 감독들의 이념편향적 영화 제작 실태 종합 및 좌편향 방송PD 주요 제작활동 실태’(2009년 9월), ‘좌파 연예인 비판활동 견제 방안’(2010년 4월) 등 수시로 문서를 내려보내 문화·예술계에 대한 대응을 지시했다. 국정원은 ‘좌파 연예인 정부 비판활동 견제 방안’ ‘좌파 문화·예술단체 제어·관리 방안’ 등을 ‘일일 청와대 주요 요청 현황’에 따라 ‘VIP 일일보고’ ‘BH 요청자료’ 등의 형태로 보고했다.

2009년 7월에는 김주성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 주도로 문화·연예계 대응을 위해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했다. 이 조직은 정부 비판 연예인의 특정 프로그램 배제·퇴출 및 소속사 대상 세무조사, 프로그램 편성 관계자의 인사조치 유도 등 전방위로 퇴출을 압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좌파 연예인 대응 TF’와 별도로 심리전단은 온라인상에서 특정 연예인을 ‘종북성향’이라고 낙인찍는 댓글을 다는 등 특정 연예인 공격활동을 펼쳤다.

국정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종북좌파’로 공격하는 정치 공작을 벌인 사실도 확인됐다. 국정원 개혁위는 2013년 5월 언론에 공개된 ‘서울시장의 左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안’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 등 2건의 문건을 국정원이 작성했으며 이와 관련한 심리전 활동도 수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2009년 9월과 2010년 9월에도 당시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비판활동을 하고 원 전 원장에게 보고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 “이명박 정부 때 문화 블랙리스트도 수사”
▶국정원에 좌편향 인사 파악 지시, 이동관·권재진 등 수사 가능성
▶MB 성대 모사? 유행어? 엠비 국정원 블랙리스트의 이유는?
▶MB정부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국정원 앞세워 ‘좌파 퇴출’ 공작


■국정원, 국방부도 ‘댓글’ 공작

국정원 적폐청산TF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을 지시·관여한 사실을 확인했다.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소속 직원들에게 정치 개입을 지시한 사실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상당 부분 확인됐지만 청와대가 원 전 원장 윗선이라는 정황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윗선의 종착점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로도 이어질 수 있다.

국정원 적폐청산TF가 지난달 3일 국정원 개혁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2011년 국정원은 국내 정치에 관여하는 내용의 문건 8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 문건의 존재는 2015년 세계일보 보도를 통해 처음 드러났으나 작성자와 결재선, 최종 배포자, 작성 경위, 청와대 보고 사실 등이 공식 확인된 것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문건은 “SNS를 국정홍보에 활용하라”는 10월4일 청와대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국정원이 10월6일~11월4일 작성해 11월8일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다. 이 보고서에는 “총선·대선 대비 여당 국회의원 등 보수권 인사의 SNS 여론주도권 확보매진 제안” “중장기로 페이스북 장악력 확대 및 차세대 SNS 매체 선점” 등 내용이 담겨 있다.

실제 국정원이 청와대에 이 문건을 보고한 이후인 11월18일 원세훈 전 원장은 심리전단에 SNS 대응팀 강화를 지시했고, 12월 심리전단에 1개팀(35명)을 증원했다. 심리전단은 2012년 대선 때 댓글 조작 등을 통해 선거에 개입한 부서다. 심리전단 확대가 청와대의 지시·보고를 거쳐 이뤄진 것은 댓글 조작을 통한 대선개입도 청와대와 교감 속에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검찰은 지난달 말 검사 10여명으로 대규모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시절 국정원이 민간인을 동원해 운용한 ‘사이버 외곽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한편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2012년 총·대선을 앞두고 선거 개입을 계획한 사이버심리전 지침을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도 확인됐다. 사이버사는 2012년 2월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 결재를 받아 A4용지 5장 분량의 ‘2012 사이버전 작전 지침’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2급 군사기밀인 이 문건에는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등 급변하는 정세에 맞춰 사이버심리전을 계획해야 한다’는 보고와 함께 향후 선거 개입을 암시하는 구체적인 지침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건과 별개로 사이버사는 댓글 공작에 투입할 군무원을 선발하면서 ‘총선 및 대선 시 북한 개입 대비’라고 채용 목적을 청와대에 알렸다. 사이버사는 2012년 군무원 79명을 채용했는데 이 가운데 47명이 심리전단에 배치됐다. 이들은 인터넷상에서 문재인·안철수 대선후보를 비방하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작성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안보실과 국방부는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에 돌입했다. 당시 군 최고책임자였던 김 전 장관 조사 이후에는 댓글 공작에 개입했거나 방조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정원 정치개입 ‘청와대가 윗선’…MB까지 수사 확대되나
▶원세훈, MB정부 세종시 수정안 반대여론 일자 “한 대씩 먹여버려라”
▶[단독]사사건건 반박하더니…MB, 댓글 사건엔 침묵
▶[단독]MB 청와대, 사이버사 ‘선거개입 계획’ 보고받았다
▶[단독]문건 결재 김관진 정조준, 칼끝 결국 MB로


■사자방도 스물스물

박근혜 정부에서 흐지부지됐던 ‘사자방(4대강 사업·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도 전면적인 재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준비되고 있다. 4대강 사업 재감사에 들어간 감사원은 지난 6월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정부 해외자원개발, 국방 방산분야 등에 대한 과거 감사결과를 정리·보고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1호 대형 수사로 주목받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사도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표적인 방산비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22일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했다. 감사원은 6월14일 국토교통부·환경부 등을 대상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 실태 점검 및 성과 분석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 감사는 이번이 4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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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자문위 의견, 국민과 언론 등이 제기한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 필요성, 기존 연간 감사계획을 종합해 감사 결정을 내렸다”고 감사 실시 배경을 설명했다. 감사원은 사업계획 수립과 공사 설계의 적정성 여부, 건설사 담합 여부 등을 살폈던 이전 감사와는 달리 환경영향평가와 예비타당성 조사 등의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서의 문제, 수질 악화와 보의 안정성 등 사후관리까지 광범위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여러가지 문제와 맞닥뜨렸다고 한다. 4대강 사업 추진·시행 시기가 한참 지난 탓에 자료를 확보하고 조사 대상자 소재 파악부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감사 종료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 5월 문 대통령이 4대강 정책감사를 지시하자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는 감사와 재판, 평가가 끝난 전전정부의 정책사업을 또다시 들춰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지 말라”고 즉각 반박했다. 원세훈 녹취록이 공개됐을 때도 한 측근은 “언론플레이에 유치한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4대강 4번째 감사, 시작부터 따진다
▶MB 측, 4대강 감사·롯데 관련 문건 공개는 “언론플레이에 유치한 정치공작”
▶4대강 감사, 자료 확보·담당자 찾기 ‘난관’


■BBK도 남았다

2007년 대선에서 일단락된 듯했던 투자자문회사 BBK 실소유주 논란도 다시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지난 12일 대정부질문에서 “검찰 수사 기록에 LKe뱅크가 (BBK 주식 매입 대금으로) 2001년 2월 이 전 대통령 계좌에 49억9999만5000원을 입금했다고 나와 있는데도 검찰은 이를 발표에서 누락했다”며 “부실수사를 넘어 은폐수사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무책임한 의혹 제기에 유감”이라며 “2007년 11월 이 계좌 거래가 여러 차례 보도됐으며, BBK 주식 매입 대금이 아니라 이명박 당시 후보가 보유하던 LKe뱅크 주식 매각 대금”이라고 밝혔다.

2007년 12월 검찰은 중간수사발표에서 “BBK는 김경준씨가 1999년 4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해외에 단독 설립한 이후 e캐피털에서 30억 원을 투자받은 뒤 2001년 1월까지 지분 98.4%을 모두 매입한 1인 회사”라고 결론내렸다.당시 김씨는 “이명박이 BBK의 실소유주임을 증명하는 ‘이면계약서’가 있다”며 이면계약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 “이명박의 서명이 없는 등 형식이 허술하고, 계약서에 찍힌 도장도 이명박의 인감도장과 다르다”며 위조된 것으로 결론지었다.

▶[정리뉴스] 김경준 출소로 되돌아본 ‘BBK 사건’···이명박은 ‘무죄’ 일까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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