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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우보세]정치인 이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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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바른정당 소속 이혜훈은 수도권 3선의 국회의원이다. 서울에서 초재선도 아닌 세 번 의원 배지를 단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의원은 19대 때 공천 탈락을 고배를 마셨다가 20대 총선 때 공천 배제 움직임 속 ‘치열한’ 경선을 거쳐 공천을 따냈다. ‘뚝심’ 이혜훈으로 불리는 이유다. 탄핵 정국에선 탄핵 찬성에 앞장섰다. 원조 친박(친박근혜)인 이 의원의 탄핵 찬성은 ‘소신'과 ‘강단’있는 캐릭터를 다시한번 입증했다.

그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내 친박 패권세력에 저항해 탈당한 뒤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대선 때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지켰다. 정병국 전 초대 당대표 이후 지난 6월 이 의원은 당당히 첫 여성 당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게 쌓아온 그의 이미지는 ‘합리’ ‘개혁’ ‘보수’다. 그가 당 대표가 된 밑바탕도 여기있다. 이혜훈의 정치인생을 짧게 요약해보면 ‘괜찮은’ 국회의원이다.

하지만 두 달 천하였다. 그는 74일만에 대표직을 내려놨다. 이유는 ‘금품수수 의혹’이다. 정치인에겐 치명타다. 사업가 옥 모씨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6000만원 규모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이 대표는 "사실무근"이라며 금품수수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금전 관계는 시인했다. 개인적으로 빌려 썼지만 오래전에 전액 다 갚았다는 게 그의 해명이다.

여론은 싸늘하다. 국민들이 보는 시각은 ‘금전거래’에 있어 보인다. 이 의원의 재산을 알면 오히려 의혹이 커진다는 반응이 많다. 2016년 국회의원 재산 신고 내역을 보면 그의 재산은 65억원이다. 유력 정치인이 업자와 수시로 만나 금품을 빌리고 갚는 거래 관계를 장시간 지속했다는 자체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정치는 ‘돈’과 뗄 수 없는 관계다. 돈이 많든 적든 정치를 하려면 금전 거래가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검은 돈에서부터 개인간 거래까지 다양하다. 때문에 정치인 주변엔 ‘돈’이라는 위험 요소와 유혹이 도사린다. 사전에 차단하는 길이 최선이다. 한 전직 의원은 이 의원 사태를 보며 "사람관리를 잘못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문제가 될 수 없는 거래도 ‘폭로성’으로 비춰지면 의원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고보니 금품수수의 경우엔 뇌물죄가 성립되면 제보한 옥씨도 같이 처벌을 받게 된다. 자기 발등을 찍으면서까지 제보를 한데엔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금품수수 의혹은 검찰에서 밝혀질 일이다.

다만 이 의원이 강조하는 ‘결백’과 무관하게 ‘과정’에서 더 큰 아픔을 느끼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금품수수 의혹 이혜훈’이란 꼬리표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인의 폭로, 함께 정치해 온 동료들의 외면 등에서 세상의 냉정함을 느낄 것 같다. 하지만 그를 지지했던, 그리고 바른정당에 기대를 걸었던 이들의 상심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상처는 정치인 이혜훈뿐 아니라 그가 외쳤던 ‘따뜻한’ ‘합리적’ 보수에도 난 것이니까.

머니투데이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31일 경기 파주 홍원연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품수수 논란에 대해 해명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 사업가로부터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 고발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7.8.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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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민 기자 kmk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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