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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떠밀린 금융권 ‘일자리 큰 장’ 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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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개 금융사 13일 공동 채용박람회

동아일보

13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현장 면접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박람회장에는 구직자 등 관람객 8000여 명이 몰려 심각한 구직난을 실감하게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본인의 장단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신한은행 인사담당자)

“운동을 좋아해서 건강한 생활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에 강합니다. 리더십이 약한 게 단점이었는데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이를 극복했습니다.”(지원자 이모 씨·24·여)

13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신한은행 현장 면접관 부스. 인사담당자들이 각각 앞에 앉은 지원자들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그 뒤로는 대기자 20여 명이 자기소개서를 손에 쥔 채 차례를 기다렸다. 면접을 마친 이 씨는 “너무 떨려서 뭐라고 대답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이날 박람회는 5개 금융권 협회와 금융공기업·은행·보험·증권·카드 등 53개 금융사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국내 금융권에서 열린 사상 최대 규모의 채용박람회로 구직자 등 관람객이 8000여 명이나 몰렸다.

○ 문전성시를 이룬 취업준비생들

행사장 입구에는 이른 아침부터 정장을 갖춰 입은 취업준비생 수백 명이 5, 6열로 나뉘어 100m 가까이 늘어섰다.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6개 은행이 현장 서류전형과 약식면접으로 공개 채용 서류전형 합격자를 뽑는다는 소식에 취업준비생들이 몰린 것이다.

주중인데도 참가 열기가 달아오른 것은 올 하반기 금융권에 채용의 ‘큰 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53개 금융권 업체는 올해 하반기 4817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0명이 많다. 은행권도 지난해 하반기보다 대폭 늘어난 1650여 명을 뽑을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질 높은’ 일자리로 구직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금융권 채용이 확대된다는 소식에 취업준비생들은 한층 고무된 모습이다. 김다윤 씨(23·여)는 “대전에서 새벽에 KTX를 타고 왔다. 올해 많이 뽑는다는 이야길 들어서 다들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이 잇달아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한 것도 지원자들에게 동기부여가 됐다. 서울시립대 4학년 신병찬 씨(26)는 “자격증이나 학교 브랜드 때문에 주눅 들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지속가능한 방안 아니다”

박람회는 사실상 정부가 기획한 행사다. 일자리 확대에 관심이 높은 정부가 금융권의 채용 확대를 독려하며 만든 자리다. 53개 금융업체는 이날 식전행사의 하나로 신규 채용 확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의지를 담은 ‘금융권 청년 신규 채용 확대를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정부 인사로는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나왔다. 이들은 채용 확대를 다짐한 금융회사들을 치켜세우며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을 당부했다. 이 부위원장은 “비대면 거래가 많고 인터넷은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늘려 달라고 하는 게 염치없는 건 안다”면서도 “하지만 상반기 실적들도 좋으시니 청년들 일자리를 챙겨주는 게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일부 금융인은 이 같은 정부의 독려를 압박으로 받아들이며 불쾌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무인점포 확대와 핀테크 기술의 발전 등으로 고용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규직 인력을 계속 확대하는 게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금융권 일자리는 2만 개가 사라졌다. 16개 은행의 영업점도 1년 새 약 200곳이 문을 닫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금융권 임원은 “금융회사들에 대규모 신규 채용을 강요하게 되면 결국 대량 명예퇴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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