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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발빠른 대처… 모처럼 점수딴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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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역 선포등 지방정부 의견 경청… 실무자에 전권 위임한 것도 효과

WP “초당적인 칭찬 받아” 호평

NYT도 “국민 단합할 기회 되찾아”

“텍사스주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

지난달 25일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에 상륙하기 직전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텍사스주가 재난지역으로 지정돼야 피해 주민이 정부 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정 적자 때문에 골치 아픈 처지지만 부탁을 선뜻 받아들였다. 폭풍이 몰려오기 전이라 피해 규모를 알 수 없는데도 말이다.

지난 3주간 미국을 강타한 폭풍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신속한 초기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행정부가 이번 자연재해에 잘 대응해 초당적인 칭찬을 받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적이던 WP마저 호평을 내놓은 것. 뉴욕타임스(NYT)도 지난달 29일 “하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단합할 권한을 되찾게 해줬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공 비결은 텍사스주 사례처럼 지방정부의 의견을 경청해 발 빠르게 대처한 점이다. 그는 11일 어마 피해 지역인 버진아일랜드의 케네스 맵 주지사와 긴밀하게 통화하며 “조만간 버진아일랜드를 방문하겠다”고 귀띔했다. 맵 주지사는 곧장 이 사실을 알리며 체면을 살렸다. 플로리다주의 릭 스콧 주지사는 10일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요청한 모든 것을 줬다”고 극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인 말로 피해를 극복하는 ‘포지티브 전략’으로 난국을 헤쳐 가려 노력했다. 거친 막말로 점철된 정쟁 때와는 달랐다. 하비가 텍사스주를 강타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그는 구호 당국을 향해 “당신들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트위터에 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트윗은 유용한 정보를 주면서도 비극적 상황에 적절한 어조를 유지해 책임감을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실무자를 믿고 이들에게 권한을 맡긴 리더십도 주효했다. 재난 당국 관계자는 WP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간섭하지 않았고 트위터로도 우리가 신경 쓰게 만들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재해가 정치적 심판대가 되리라 보고 각오를 다졌던 것으로 보인다. NYT에 따르면 그는 현안을 대략 훑어보는 편인데, 하비 사태 때부터는 송곳 질문으로 연방재난관리청(FEMA)과 국가안보회의(NSC)를 쪼아댔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정치적 생명력은 재해 대처에 따라 좌우됐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때 초기 대응에 미숙했던 탓에 1800여 명의 사망자를 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피해 지역인 뉴올리언스를 방문하는 대신 비행기 창문으로 내다보기만 해서 민심을 잃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겐 자연재해가 약이었다. 2012년 10월 미국 동북부를 덮친 허리케인 ‘샌디’에 효율적으로 대처해 초당적 지지를 얻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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