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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식자재 구매 권한 가맹점주에게 … 미스터피자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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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협동조합 설립 내부 논의

본사 대신해 식자재 물류까지 맡아

미국 피자헛·KFC·버거킹서 시행

로열티 재조정 등 걸림돌 많고

점주들 이해관계 다른 것도 변수

‘갑질의 대명사’가 된 미스터피자 가맹본부와 가맹점주협의회가 구매협동조합 설립을 논의 중이다. 이동재 미스터피자 가맹점주 협의회장은 “지난 7일 본사에 구매협동조합 설립에 관한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에 대해 미스터피자 본사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구매협동조합이란 가맹점주가 주체가 돼 식자재 선택과 구매·물류까지 책임지는 형태다. 각 프랜차이즈의 특허와 개성을 기반으로 한 식자재 유통은 현재 프랜차이즈 본사의 핵심 기능이다. 영업이익도 대부분 이를 통해 나온다. 만약 조합 설립이 현실화한다면 가맹점주와 본사의 역할이 바뀌는 것이다. 40년 역사의 한국 프랜차이즈에 큰 변화를 몰고 있는 실험적인 방식이다. 이 회장은 “본사는 식자재 스펙이나 안전성 검사 등을 책임지고, 구매협동조합은 대표성을 내세워 각 납품업체와 협상을 통해 최고의 식자재를 구매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 “최대한 식자재 단가를 낮춰 고객에게 경제적인 가격에 서비스하고, 본사는 마케팅과 광고·영업 등을 책임지고 전체 파이를 키워나가는 역할을 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매협동조합이 설립되면 문제가 된 ‘치즈 통행세’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식자재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회장은 “각각의 식자재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 수준에서 10% 정도는 낮출 수 있다”며 “조합은 당연히 마진을 남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5년 정보공개서를 기준으로 미스터피자의 평균 매출은 4억5000만원 수준이다. 점주들에 따르면 식자재 비용은 매출의 3분의 1 정도다. 10%가 내려간다면 점주는 매월 100만~15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셈이다.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현실화 가능성을 70% 정도로 보고 있다”며 “갈수록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미스터피자 본사도 뾰족한 방법이 없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미스터피자가 물꼬를 튼다면 다른 데도 이런 방식으로 급격히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시각도 있다. 임영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미스터피자는 상장 폐지 위기에 몰리는 등 벼랑 끝에 선 기업이라 무엇이든지 하려고 할 것”이라며 “일반적은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임 사무총장은 “본질은 시장가보다 저렴하게 식자재를 납품하는 것”이라며 “구매협동조합보다는 브랜드 파워가 갖고 있는 본사가 협상력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미스터피자의 악재가 여러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6월 정우현 전 회장을 비롯해 최근 장남 정순민 부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현 이상은 대표는 가맹점주협의회측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9월~10월 두 달 동안 한시적으로 광고비 50%를 깎아주고, 식자재비를 5% 인하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300여 명의 가맹점주가 한 목소리를 낼 지도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가맹점주 A씨는 “사실 월 매출 5000만원 이상 하는 매장은 어떤 방식이든 마진을 남길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식자재 구매 방식이 아니라 상생”이라고 말했다. 구매협동조합은 프랜차이즈가 태동한 미국에서 1990년대에 등장했다. 미국도 그전까지 본사의 갑질로 가맹점주가 잇따라 목숨을 끊는 등 우리와 같은 산통을 겪었다. 현재 버거킹·KFC·맥도날드·타코벨·등 미국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가 구매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구매협동조합 설립은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 이후 대안으로 부상한 ‘로열티 방식’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정 가맹거래사는 “물류협동조합이 본격화 되면 현재 본사가 가져가는 식자재 유통 마진이 사라지는 만큼 당연히 로열티 인상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는 매출액의 3%를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으며, 광고비로 4%를 내고 있다. 로열티 조정은 구매협동조합 설립의 핵심 조건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식자재 가격이 내려가고, 본사가 갑질을 하던 때보다 경영을 투명하게 한다면 점주들도 로열티 인상에 대해 수긍할 것”이라며 그러나 “얼마 정도로 할 것이냐는 아직 논의 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글로벌 브랜드인 피자헛은 로열티 6%에 광고비 5%를 내고 있으며, 여기에 어드민피(마케팅 비용) 0.8% 등 약 12%를 부담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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