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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사설] 보유세 인상 선 그은 金부총리, 與서 딴소리 안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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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가 12일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으로서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공개적으로 꺼낸 얘기로 여러 현안 가운데 가장 방점을 찍어 메시지를 던졌고 시장과 언론도 이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 부총리의 보유세 발언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새 정부 들어 6·19 대책에는 영향을 받지 않던 부동산시장이 8·2 대책 후엔 급랭하는 상황에서 기류가 바뀔 경우 추가로 쓸 카드에 관해 경제정책 수장으로서 공식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점이다. 김 부총리는 증세나 바람직한 조세정책 방향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에 결정할 문제라고 여지를 두기는 했지만 여하튼 현 상황에서는 아니라고 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부담률 과다에 대한 논란을 떠나 보유세 손질은 전체적인 조세체계 개편과 맞물려 해야 할 작업이다. 보유세를 높일 경우 취득·등록세와 양도세 등 거래세를 낮추는 작업이 병행돼야 하며 보유세 중에서도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어떻게 할당할 것인지도 같이 검토돼야 한다. 세원 추가 확보나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방식의 조세 정의 구현 차원에서 추진되는 보유세 인상은 조세 저항이나 과세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니 큰 그림을 그린 뒤 접근해야 할 것이다.

김 부총리의 이번 발언은 여당에서 추미애 당대표, 우원식 원내대표로부터 보유세 인상 언급이 나온 이후여서 더 주목된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보유세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지 않았느냐며 여당의 주장에 거리를 뒀다. 하지만 지난달 초 세제개편을 놓고 김 부총리는 법인세·소득세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공언했다가 당청의 요구에 밀려 결국 명목세율을 올리면서 체면을 구겼다. 시장에 일관된 시그널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유감을 표하기는 했지만 신뢰를 잃은 후였다. 일각에서는 보유세 인상도 여권이 밀어붙이면 김 부총리가 입장을 견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 나온다. 김 부총리에게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 힘을 실어주려면 보유세를 놓고 여권에서 또 딴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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