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40315879 0562017091340315879 09 0902001 5.17.8-RELEASE 56 세계일보 0

[세계포럼] ‘우리 이니(文)’ 지키는 길

글자크기

북 핵실험으로 강경해진 文 / 사드 배치에 진보층 반발하나 / 국민 위한 핵무장도 검토해야 / 反안보세력 응징은 문팬의 몫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 데우스’는 과학이 지배할 미래의 역사를 다룬다. 생명과학은 ‘내 진정한 자아’에 대한 믿음이 신화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인간은 단일한 자아를 갖지 않은,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노벨상을 받은 로저 울코트 스페리 교수는 좌우 두 개의 대뇌반구 연결이 끊긴 환자들을 연구했다. 한 10대 소년은 무엇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데생 화가”라고 답했다. 좌뇌가 제시한 것이다. 음성언어를 못 쓰는 우뇌는 글자 만들기 게임을 통해 답했다. ‘자동차 경주’라고. 하라리는 “섬뜩하다”고 했다.

정권 교체로 신구가 부닥치는 관가 풍경도 그렇다. 출범 넉 달이 지난 문재인정부. 역대급 ‘코드 인사’와 부처별 ‘적폐 청산’ TF로 부역자 색출에 혈안이다. 적폐 1호로 몰린 검찰은 법원까지 헐뜯으며 안달이다. 명색이 국가기관인데 따로 논다. 언제 ‘하나의 정부’가 되려나.

세계일보

허범구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의 ‘재조산하(나라를 다시 만든다)’ 드라이브가 과욕에다 과속이다. 사법부도 수술대에 올랐다. ‘김명수 대법원장 시대’가 열리면 대대적 물갈이가 예상된다. 사법의 정치화 우려가 만만찮다. ‘복지 포퓰리즘’은 재조산하의 또 다른 동력이다. 비정규직 제로, 최저임금 인상 등등. ‘촛불세력’ 요구가 태반이다. 촛불 중시 국정은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지지층 챙기기는 인지상정이다.

문제는 국방·외교·안보다. 이념과 진영 논리, 국내 정치에 휘둘려선 안 된다. 주사파 출신 청와대 참모에게 둘러싸인 대통령.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법’에 집착해 대북 제재와 사드 배치를 머뭇댔다. 북한 6차 핵실험이란 벼랑 끝에 가서야 우회전을 했다. 사드 추가 배치를 끝내며 “현 상황에서 최선의 조치”라고 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서 60%대(69.1%)로 떨어졌다. 안보 불안을 느낀 보수층이 이탈했다는 분석이다. 진보층은 사드 배치가 “촛불 배신”이라며 반발한다. 문 대통령이 협공받는 신세다. 노무현 대통령도 안보 시련을 겪었다. 미 요청으로 이라크에 2003년, 2004년 두 번 파병했다. 지지층은 격분했으나 노 대통령은 설득했다. 2007년 한·미 FTA 협상도 타결했다. 보수정권이었다면 둘 다 어찌 됐을지 모른다.

문 대통령도 고역을 치러야 한다. 사드를 넘는 북핵 대응 무기가 절실하다.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 결의는 솜방망이로 끝났다. 북은 어제도 “끝을 볼 때까지 더 빨리 가겠다”고 했다. 비핵화 환상은 깨졌고 핵은 핵으로만 억지할 수 있다. 전술핵 재배치가 대안이다. 청와대가 불가를 확인했으나 한·미 양국에선 핵무장론이 번지고 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언론인 글을 인용해 문 대통령 심정을 알렸다. ‘북 위협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가랑이 밑을 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왜 저럴까 한 번 더 생각해 달라’고 했다. 비판적인 진보를 향한 호소다. 문 대통령 열성 지지자(문팬)는 이 글을 퍼뜨렸다.

이들은 “우리 ‘이니’ 꽃길만 걷게 해줄게”라며 ‘문재인 지킴이’를 자처해왔다. 문 대통령을 건드리면 대상 안 가리고 문자폭탄으로 응징했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안을 부결한 국민의당 의원들도 혼냈다. 무엇보다 안보가 중요한데, 이럴 때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내편’에게 더 핍박받고 있다. 대선 캠프 출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그제 “대통령이 트럼프 입맛에 맞는 얘기를 제일 잘하는 일본 아베 총리처럼 돼 가고 있다”고 독설했다.

문 대통령은 개인적 소신을 떠나 5000만 공동체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진보층 거부감은 사드보다 심각할 것이다. 그만큼 지지층 이반이 클 것이나 각오해야 한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리더는 국익을 위해 직책을 버릴 위험도 감내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또 오락가락하면 안보 리더십 불신으로 더 큰 위기를 자초하게 된다. 대북 좌회전을 강압하는 반안보 세력을 문팬이 막아야 한다. 이니를 지키는 길이다.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을 이용해 이익을 보려는 가짜 지지자와 진짜의 구분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허범구 논설위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