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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럭비공’ 트럼프의 일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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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제 中 역할 지속 강조… 한국, 세심히 살펴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연방정부 부채 한도 시한을 3개월 연장하기로 민주당과 전격 합의했다. 여당인 공화당은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고려해 1년 6개월 이상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몇 개월 뒤에 또 민주당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공화당의 판단과 달리, 백악관은 한술 더 떠 세제개혁도 민주당과 합의할 여지를 드러내 보였다.

백악관 입장에서 공화당은 국정과제에 온전히 부응하지 못했다. 이민문호 강화, 건강보험제도 개편 등에서 백악관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지 못했다. 그런 공화당을 트럼프는 툭하면 드러내놓고 공박했다. 그는 얼마 전엔 트위터에 글을 남겨 “공화당 의원들, 지난 7년간 (오바마케어) 폐기와 대체 문제를 들어왔지만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공화당은 세제개혁과 감세법안 입법을 최대한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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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공화당은 낭패한 표정이다. 트럼프가 협의는 고사하고 여당을 아예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대통령 취임식 무렵만 하더라도 기대가 있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면 대선후보 때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취임 이후 8개월 동안 그가 변한 것은 없었다. 공화당이 보기에 트럼프는 백악관에 들어가서도 전통적인 정치 문법으로는 이해 불가능한 행동을 되풀이했다. 일반인보다도 더 즉흥적으로 트위터에서 반응했으며, 특정인을 거명해 면박을 주기도 했다. 그에게 ‘잘못했다’는 사과는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의 말을 바꿀지라도 유감표명은 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공화당에 구애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은 대통령의 발언을 뒷수습하기 바빴다.

그런 트럼프가 지키는 약속이 있다. 스스로 믿는 신념 ‘미국 우선주의’이다. 그는 정치권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더라도 스스로 ‘미국인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 가능하면 기존의 입장을 바꿨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폰 드레러는 “트럼프는 누구의 편도 아닌, 오직 ‘자신의 편’”이라며 그의 행동을 설명했다. 트럼프의 과거를 생각하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는 정치권 언저리에 발을 들여놓은 뒤, 민주당과 공화당 등을 오가며 최소 5번 당적을 바꿨다. 일부 언론엔 트럼프가 2020년 재선에 나선다면 공화당의 울타리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그의 과거가 잉태한 전망이지만, 황당하기 그지없는 추측이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트럼프는 그라운드를 넓게 쓰며 좌우를 넘나드는 공격수이다. 문제는 관중이 열광한다면 상대편이 아닌 같은 팀의 골대를 향해 달려들지도 모르는 선수란 점이다. 집권당인 공화당이 긴장하는 이유이다.

자신의 배짱, 본능, 감각에 의존하는 트럼트의 성향은 간혹 동맹마저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북핵문제 등으로 이래저래 트럼프 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우리 정부에도 어려운 점이 가득하다. 트럼프는 불현듯 섶을 지고 북핵이라는 불 한가운데로 뛰어들 수도 있고, 소방호스를 자신의 주변 보호 용도로만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공화당이 생각하는 “우리가 집권당인지”에 버금갈 정도로, 우리 정부는 “한국이 동맹으로 보이는 것인지”라고 자조해야 할 순간도 닥칠 것이다. 이러한 ‘낯선 대통령’이지만, 트럼프는 대선출마 이후 북한문제 해결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자국 외교에 미국 우선주의가 있다면, 한반도 문제엔 중국의 역할이 있다. 때론 즉흥적인 트럼프가 일관성을 보이는 부분이다. 우리 정부가 세심히 살피고 대응해야 할 대목이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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