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수주전에서 금품·향응 제공 얘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쯤 되면 ‘돈 놓고 돈 먹기’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억대의 이사비용을 주겠다는 건설사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집주인들도 최대한 이득을 챙기겠다는 분위기이다. 조합원의 대다수는 이 단지에서 오랫동안 거주해온 이가 아니라 재건축을 노리고 투자한 이들이다. 조합은 내년부터 부과될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당초 50층 높이를 35층으로 낮춰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초대형 사업임에도 건설사 간 컨소시엄 구성 대신 개별 건설사의 입찰만 허용했다. 결론적으로 재건축으로 한몫 챙기겠다는 투자자들과 무조건 수주부터 하고 보자는 건설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비정상적인 거래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건설사들은 수주경쟁에 쏟은 자금을 회수하려 할 것이고, 이는 자연히 고분양가로 이어져 실수요자의 부담을 가중하게 된다. 주변 시세를 끌어올리면서 시장이 왜곡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이 단지의 아파트는 재건축되면 최소 20억~3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재건축은 이런 비정상의 연속이었다. 부조리의 사슬을 끊으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 경기를 앞세운 역대 정부는 눈감아줬다. 문재인 정부도 반포 1단지의 비정상적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뒷짐 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잇단 대책을 내놨지만 강남 재건축 시장의 청약 열기는 여전하다. 대출규제와 분양가상한제의 틈을 비집고 돈 있는 이들만 청약해 한몫 챙기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이런 구조를 두고서 집값이 안정되길 바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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