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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왜 강원랜드는 기득권세력의 먹잇감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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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가 2012~2013년 채용한 신입 사원 518명 가운데 95%인 493명이 국회의원 청탁 등으로 부정 입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상을 초월하는 채용비리 규모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자신의 비서관 출신을 포함해 10명 이상을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당 염동열 의원도 80여명의 인사를 청탁해 20~30명이 채용됐다고 한다.

도박 중독 등의 폐해에도 강원랜드를 설립한 것은 폐광 지역에 일자리를 마련해 서민들 생계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이다. 내국인 카지노를 독점 운영하는 강원랜드의 영업이익률은 40%에 육박한다. 올 상반기에만 3000억원의 수익을 냈고 임직원 연봉이 7000만원 안팎에 이른다. 이런 기업의 일자리가 그동안 권력자나 지역 유지의 자제들로 채워지고 있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강원랜드는 청탁 대상자의 자기소개서 점수를 높여주는 방법으로도 안되면 인사팀 컴퓨터에 직접 접속해 각종 점수를 조작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심각한 것은 검찰이 이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도 면죄부를 줬다는 점이다. 2014년 함승희 사장이 취임한 뒤 강원랜드는 이 같은 비리를 자체 감사로 밝혀내고 2016년 2월 춘천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검찰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1년 넘게 시간을 끌다가 박근혜 정권 탄핵 후인 지난 4월에야 최흥집 전 사장과 권모 전 인사팀장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권 의원이나 염 의원 등 청탁자들에 대해서는 소환조사도 하지 않았다. 최 전 사장은 강원랜드 사장에서 물러난 뒤 2014년 5월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강원지사 후보로 출마했다. 검사 출신인 권 의원과 염 의원은 모두 당시 여당 소속으로 지역구가 강원이다. 집권정당 인사인 데다 지역의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검찰이 눈감아줬다고밖에 볼 수 없다.

공기업 채용비리는 비단 강원랜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친박계’ 이정현 의원의 조카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점수 조작으로 입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국디자인진흥원도 감사원으로부터 채용비리가 적발돼 최근 원장이 물러났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사장이 지명한 수험생들의 면접 점수를 조작하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8월 현재 청년실업률은 9.4%로 18년 만에 최악이다. 채용비리가 근절되지 않으면 젊은이들의 절망감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기업 채용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검찰도 기득권 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강원랜드 등 공기업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비리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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