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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경영 해체냐, 승계작업 지속이냐…갈림길의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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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X파일·비자금 사건 등 사과뿐

20년간 3차례 변화 기회 놓쳐

결국 이재용 구속사태로 번져

새 경영체제 모색 선택 기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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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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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잘못된 관행에 대한 반성과 함께 삼성에 대해 지적해왔던 점을 받아들여… 믿음과 희망을 주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삼성이 엑스(X)파일 사건과 관련해 2006년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의 일부다. 2세 경영인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87년 취임 뒤 놀라운 경영 성과와 함께 삼성을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아이티(IT) 기업으로 키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이면의 그늘도 짙었다. 이 회장은 엑스파일 사건으로 처벌받지 않았지만,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두차례 유죄판결을 받았다. 대국민 사과도 2006년, 2008년 두차례 하면서 삼성의 근본적 변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9년 뒤인 2017년 8월 후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세력에 400억원대 뇌물 제공 혐의 등으로 5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건희 회장이 과거 세차례 변화의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개혁연대 위평량 박사는 “이 회장이 삼성의 근본 변화를 선택했다면 아들이 감옥에 가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이 회장이 두번씩 집행유예와 사면복권의 혜택을 받은 것이 오히려 비극을 부른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승계 작업이 올스톱됐다.” 10대 그룹에서 오랫동안 대관 업무를 맡아온 한 임원은 삼성 판결 뒤 이렇게 털어놨다. 재판부는 삼성과 권력 간 정경유착의 직접적인 동기를 경영권 승계라고 명시했다. 재벌은 승계 비용을 줄이려고 주식 헐값 인수, 일감 몰아주기, 지주회사 전환이나 합병 같은 사업구조 개편 등 편법 활용은 물론 때로는 불법 로비까지 서슴지 않았다. 경영권 승계 작업의 목적은 지분 확보를 통한 지배력 강화다. 이는 총수 중심의 ‘오너경영’의 토대다. 하지만 앞으로 편법·불법 승계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이 부회장의 경우 승계 작업이 아직 미완성이라는 점이다. 지배력 강화 작업의 중단은 자칫 오너경영이 힘든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3세 승계 문제로 고민 중인 70대 재벌 2세 총수 역시 “지금과 같은 사회 추세라면 결국 오너경영을 못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 부회장 ‘옥중경영’?
“선단장 부재로 미래투자 애로”
2·3심 감형땐 변화가능성 낮아
정부 재벌개혁 기조와 정반대
미래 불확실성만 되레 키울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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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위험을 무릅쓰고 기존 승계 작업을 지속할지, 아니면 오너경영을 대체할 새 경영체제를 모색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삼성은 지난 2월 이 부회장의 기소 직후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각사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을 선언했다. 하지만 아직 변화의 조짐은 없다. 삼성에서 20년 이상 일한 한 팀장은 “기업에서 최고경영자 인사는 인체의 혈액순환에 비교할 정도로 중요한데, 지금 추세라면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 말 인사도 불확실하다”며 “각사 자율독립 경영은 말뿐이고, 현재는 이 부회장 거취 문제에 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수가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황제경영’에 익숙한 한국 재벌에는 총수가 없거나, 총수가 있어도 전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식은 생소하다. 삼성 안에서는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삼성을 고기잡이 선단에 비유하며 “선단장이 부재 중이어서 미래를 위한 투자나 사업구조 재편에 애로사항이 많다”며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삼성 계열사 임원도 “이 부회장은 (감옥) 안에 있고,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해체됐고, 사장단회의는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며 “삼성이 최대 위기”라고 걱정했다.

삼성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중요 변수로는 향후 이 부회장의 판결 등 몇가지가 꼽힌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이 부회장이 2·3심에서도 1심 이상의 실형이 유지되면 새 체제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대폭 감형되거나 집행유예로 풀려나면 변화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리서치부서 책임자는 “아이티(IT)업계의 빠른 변화 속도를 감안할 때 ‘옥중경영’은 삼성전자의 미래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장기 경영 공백이 현실화하면 근본적인 대안의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와 국회의 개혁법안 처리도 관건이다. 삼성 내부에 정통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지주회사 전환 관련 자사주 규제 강화 등과 같은 재벌개혁의 속도가 승계 작업과 새 경영체제 모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일부 전문경영인들이 새로운 경영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삼성 새 경영체제 전환?
이, 1심형 유지땐 결단 가능성
과거 “훌륭한 분 있으면…” 단초
전문가 “총수-경영인 역할분담”
기득권 포기하고 ‘새 삼성’ 필요


삼성이 변화를 선택한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총수가 최고경영자가 아닌 지주회사 이사회 의장을 맡아 일상 경영은 전문경영인에 맡기고, 자신은 그룹 경영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선진국을 보면 오너경영에서 새 경영체제로의 전환은 기업 내부 사정은 물론 사회 인식과 시장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데, 한국 재벌도 근본적인 변화의 초입에 들어선 것 같다”며 “이 부회장으로서는 오너경영 유지를 위해 금융을 포기하는 방안과 금융은 유지하되 일상적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의 권한을 대폭 줄이는 방안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계에서는 삼성이 오너경영의 대안을 찾는다면 다른 재벌보다 쉬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30대 그룹의 한 팀장은 “이건희 회장은 일상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큰 방향을 제시하는 경영시스템을 구축해 좋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오너경영의 대안 모색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나보다 훌륭한 분이 있으면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말해 국민을 놀라게 했다. 관건은 이 부회장의 선택이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삼성에도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 계열사의 고위 임원은 “이 부회장이 과거(기득권)를 모두 내려놓고, 완전히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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