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천체 사진작가인 후지이 아키라가 촬영한 전갈자리 모습. 1437년 세종실록에 기록된 신성 현상은 이 별 자리의 꼬리 부분에서 발생했다. [사진=Akira Fuji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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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연구진은 전갈자리에 있는 한 별을 둘러싼 가스 구름을 관측했습니다. 이 가스 구름은 원래 하나의 별이었죠. 별이라 하면 딱딱한 암석을 연상하지만, 사실 수소·헬륨 등의 가스로 채워져 있어요. 별을 이루는 가스는 한 점을 중심으로 뭉치며 물리·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때 방출되는 빛이 우리가 눈으로 보는 별빛입니다. 천문학에서는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을 별이라고 하죠. 시간이 지나 반응을 일으키는 가스가 다 사라지고 나면 별의 중심에 헬륨·탄소 등 무거운 물질들만 남아요. 이러한 상태의 별을 '백색 왜성(white dwarf)'이라 부르죠. 크기가 작고 청백색 빛을 내기 때문이에요. 연구진이 관찰한 가스 구름은 한 백색왜성의 짝궁인 '짝별'이에요. 짝별이란 서로 짝을 이루고 있는 둘 이상의 별을 말하죠. 하늘의 별 중엔 홀로 있는 별 외에 이렇게 짝을 이루고 있는 별이 절반 정도 됩니다.
작년 6월 칠레의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서 촬영된 전갈자리 성운 이미지. 신성 현상으로 생긴 별의 파편이 픝어지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K. Ilkiewicz and J. Mikolajewsk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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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의 발표 내용에는 '신성(新星·nova) 현상'에 관한 것도 나옵니다. 가스 구름 별과 짝별 관계인 백색왜성이 가스 구름 별의 수소 가스를 끌어들여 폭발을 일으키는 것을 말해요. 세종실록이 힌트가 된 것은 이 부분입니다. 세종실록 76권에는 "객성이 처음에 미성의 둘째 별과 셋째 별 사이에 나타났는데, 셋째 별에 가깝기가 반 자 간격쯤 되었다. 무릇 14일 동안이나 나타났다(세종 19년, 1437년)"는 구절이 등장해요. 객성(客星·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별, 폭발 등으로 매우 밝게 빛나는 별을 포함)이 관측될 수 있었던 것은 신성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죠. 즉, 현대 천문학자들은 실록 덕분에 새롭게 찾은 별에 600년 전 어떤 일이 벌어졌는 지 알아낸 겁니다. 실제로 연구진은 별이 움직인 방향과 속도를 계산해 세종실록에 기술된 별과 자신들이 찾은 별이 동일한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미국 NASA에서 촬영한 전갈자리 이미지. 국제 연구진은 미국 하버드대의 천문 관측 기록을 통해 1934년, 1935년, 1942년에도 이 별자리에서 작은 신성 현상이 일어났음을 확인했다. [사진=NA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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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박사와 같은 고천문학자에게 실록 같은 우리나라 역사서들은 특히 중요한 자료라고 합니다.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하늘에서 벌어진 사건의 발생 시각과 그때 관측된 별의 밝기까지 세세히 기록한 것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자료가 유일하기 때문"이라는 게 양 박사의 설명입니다. 뿐만 아니라 옛부터 전해져 오는 이런 기록은 수천만 년 이상을 주기로 하는 별의 일생을 추적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줍니다. 양 박사는 2005년 고려사 자료를 통해 '물병자리 R-변광성'이란 별의 탄생 시기를 규명했습니다.
글=이연경 기자 lee.yeongyeong@joongang.co.kr
NASA에서 1901년 촬영한 신성 현상. 'GK Persei'란 이름의 이 폭발은 1980년 이후 3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고 있다. [사진=NA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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