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행복했던 위쳐와의 10년. 당신 인생의 최고 3부작 게임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디 프로젝트 레드라는 무명의 개발사를 세계적인 개발사로 성장시킨 게임인 위쳐 시리즈가 10주년을 맞이했다.

전문 괴물 사냥꾼의 모험을 담은 폴란드 판타지 작가 안제이 사프콥스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이 게임은 지난 2007년 더 위쳐를 시작으로, 2011년 더 위쳐2: 왕들의 암살자, 2015년 더 위쳐3:와일드 헌트까지, 근 10년 동안 연인 예니퍼와 양녀 시리를 찾아 헤매는 게롤트의 모험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처음에는 무명의 개발사에서 내놓은 이름없는 게임에 불과했지만 짜임새 있는 세계관이 호평을 받으면서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계속 판매량을 늘려갔으며, 시리즈 최초로 오픈 월드를 도입한 위쳐3는 그 해 최고 게임에 등극하면서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시디 프로젝트 레드는 최근 위쳐 시리즈의 10주년을 기념해 특별 영상을 선보였으며, 영상을 통해 그동안 게롤트와 함께 어려운 역경을 이겨낸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시디 프로젝트가 이처럼 매력적인 시리즈를 여기서 끝낼 것 같지는 않지만, 모험을 아름답게 마무리한 게롤트를 다시 고난의 길로 불러들일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이전에 많은 히트작들이 그랬던 것처럼 판매량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할 수도 있지만… 현재 시디 프로젝트 레드는 위쳐4가 아니라 위쳐3의 미니 게임을 발전시킨 궨트와 사이버펑크 2077을 개발 중이다.

동아일보

위쳐 10주년(출처=게임동아)


사실 많은 인기를 얻었던 게임의 후속작 개발이 일상적인 게임업계 특성상 그동안 많은 시리즈들이 탄생했지만, 위쳐처럼 3부작으로 장대한 스토리를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 게임들은 흔치 않다. 이전에 등장했던 게임들은 영화나 소설처럼 깊이 있는 세계관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한편으로 모든 스토리를 마무리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시리즈가 이어지더라도 세계관은 유지하되 주인공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파이널판타지나 드래곤퀘스트 등 10편이 넘게 시리즈가 이어오고 있는 장수 게임들 대부분이 이런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 산업도 점차 블록버스터화 되어 가면서 한편으로 모든 스토리를 마무리 짓기 힘들만큼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게임들이 늘어나는 중이다. 때문에 첫 작품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후속작의 스토리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영화 반지의 제왕이 그랬 듯이 처음부터 3부작 형태로 장대한 스토리를 기획하는 경우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게임동아에서는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위쳐 만큼이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선사했을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은 3부작 게임들을 골라봤다.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 목소리로 XBOX 진영에 한줄기 빛이 됐던 헤일로 시리즈는 매력적인 3부작 게임을 얘기할 때 무조건 가장 먼저 나설 자격이 있는 게임이다. 당시 새롭게 선보인 게임의 간판 게임이 필요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고 XBOX 진영에 합류한 번지 스튜디오는 카리스마 넘치는 마스터 치프가 전 인류를 구원하는 이야기를 다룬 헤일로 3부작을 선보이며, 전세계 FPS 게임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키보드와 마우스가 아니라 아날로그 스틱으로 FPS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조준보정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온 헤일로 덕분에 이제는 게임패드로 FPS 게임을 즐긴다는 것을 아무도 이상하지 않게 여기는 세상이 됐다.

게다가 스토리 역시 무기를 든 슈퍼맨이 외계인과 맞서 전 인류를 구원한다는 식상한 컨셉으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마스터 치프와 고대 선조들이 만든 최종 병기 헤일로에 관한 비밀, 그리고 외계 종교 연합체 코버넌트와의 대결을 심도 있게 다뤄 깊이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냈으며, 2편에서는 적으로 나오던 코버넌트 전사 아비터를 등장시켜 그들의 내부 이야기를 다루고, 3편에서는 마스터 치프와 아비터가 힘을 합쳐 전 우주를 구원하는 내용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번지는 이 3부작 이후에 프리퀄에 해당하는 헤일로3:ODDT를 마지막으로 헤일로 시리즈에서 완전히 손을 뗐지만, XBOX를 파는데 헤일로의 명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마이크로소프트에 의해 강제로 생명 연장이 진행되는 중이다.

동아일보

헤일로 3 포스터(출처=게임동아)


너티독과 함께 PS 진영을 먹여 살리고 있는 소니 산타모니카 스튜디오는 지난 2005년 게임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주인공을 가진 게임을 탄생시켰다. 승리를 위해 아레스에게 영혼을 바쳤다가 이용당하고 가족까지 잃게 된 비운의 전사 크레토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갓오브워 시리즈다.

이 게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과 맞서 싸운다는 참신한 스토리와 두개의 사슬검으로 적들을 쓸어버리는 호쾌한 액션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켜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데빌메이크라이, 닌자가이덴 같은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단숨에 PS 진영을 먹여 살리는 게임으로 떠올랐다.

특히, 1편에서는 자신을 배신한 아레스를 처단하고 새로운 전쟁의 신으로 등극하고, 2편에서는 크레토스를 두려워해 배신한 제우스를 처단하기 위해 올림푸스 시전으로 향하면서 그를 막는 그리스 신화 영웅들을 모두 제거했으며, 3편에서는 제우스를 비롯한 그리스 신들까지 모두 날려버리는 화끈한 마무리로 크레토스의 복수극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2010년에 발매된 갓오브워3를 마지막으로 크레토스의 복수극은 완벽히 끝났지만, 이대로 이 시리즈를 종결시키는 것은 개발사도 팬들도 원하지 않았던 만큼,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갓오브워4는 그리스 신화가 아닌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예정이다.

동아일보

갓오브워(출처=게임동아)


지난 2006년 헤일로 혼자서 고분분투하던 XBOX 진영에 구원 투수로 등장한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도 마커스 피닉스라는 상남자를 탄생시키며 헤일로와 함께 XBOX를 이끄는 쌍두마차로 등극했다.

침착하고 예의 바른 신사 같은 느낌의 마스터 치프와 달리 동료에게는 따뜻하지만 적에게는 눈만 마주쳐도 척추를 반으로 접어버릴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마커스 피닉스를 앞세운 이 게임은 은폐, 엄폐를 잘 활용한 전략적인 움직임과 전기톱이 달린 총으로 적들을 썰어버리는 화끈한 액션, 그리고 XBOX360 기기의 성능을 완벽히 이끌어낸 놀라운 그래픽으로 TPS 장르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별다른 말도 없이 눈에 보이는 적들을 모두 전기톱으로 썰어버리는 주인공 때문에 스토리 부분이 잘 부각되지는 않았으나 나름 짜임새 있다. 1편에서는 전쟁 영웅인 마커스가 아버지를 구하려고 전선을 이탈했다가 부대에 큰 피해를 주고 감옥에 갇힌 뒤 친구인 도미닉의 도움으로 특별 사면된 후 적들의 침공을 막아내는 내용을 다루고 있고, 2편에서는 적들을 완전히 끝장내버리기 위해 본거지로 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3편에서는 죽은 줄만 알았던 아버지를 구하러 가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마커스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이 시리즈 역시 3편으로 마커스 피닉스에 관련된 모든 스토리가 완결되지만, 이 시리즈를 이대로 떠나보내고 싶어하지 않는 마이크로스프트의 미련 때문에 3부작의 프리퀄인 기어스 오브 워 저지먼트와 마커스 피닉스의 아들이 주인공인 기어스 오브 워4로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4편에서는 마커스 피닉스의 나이든 모습이 등장해 팬들을 뭉클하게 만들고 있다.

동아일보

기어스오브워 얼티메이트 에디션 스크린샷(출처=게임동아)


예전에 영화에 인디아나 존스가 있다면 게임에는 라라 크로포드가 있다는 말을 했었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네이선 드레이크가 차지했다. 크래쉬 밴디쿳 시리즈로 유명했던 너티독이 만들어낸 언차티드 시리즈는 처음에는 보물사냥꾼이 등장하는 그럭저럭 괜찮은 어드벤처 게임으로 출발했으나, PS3의 성능을 완벽히 살린 완벽한 게임성을 선보인 언차티드2가 그 해 GOTY를 싹쓸이 하면서 PS 진영을 대표하는 게임 시리즈로 거듭났다.

황금도시를 찾아 떠나는 1편 엘도라도의 보물에서는 뜬금없이 좀비가 등장하는 등 산으로 가는 스토리로 사람들을 황당하게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마르코폴로의 보물을 찾아 떠나는 2편 황금도와 사라진 함대부터는 완벽히 각성하면서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명장면들을 연출하기 시작했으며, 3편 황금사막의 아틀란티스에서는 전작만큼은 아니더라도 매력적인 장면들로 네이선 드레이크의 현역 은퇴 장면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다만, 이 시리즈 역시 네이선 드레이크의 은퇴에 아쉬움을 느끼고 4편에서 다시 불러냈지만, 안정적인 가정 생활에 만족하면서도, 본능적으로 모험을 갈구하는 네이선의 내면 갈등을 완벽하게 묘사하는 더 완벽한 마무리로 팬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너티독은 3편의 외전인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의 주인공으로 2, 3편에 조연으로 등장했던 클로에를 등장시키면서, 네이선 드레이크를 완벽히 은퇴시켰다.

동아일보

언차티드4리뷰14(출처=게임동아)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로 큰 성공을 맛본 유비소프트가 2007년 야심차게 선보인 어쌔신 크리드는 무려 800만장이라는 놀라운 판매고를 올리며 단숨에 유비소프트 간판 게임으로 등극했다. 이를 본격적으로 키우려고 마음먹은 유비소프트는 2009년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어쌔신 크리드2를 선보였으며, 어쌔신 크리드 역사상 가장 호평받는 주인공인 에지오 아디토레 다 피렌체라는 주인공을 탄생시켰다.

피렌체 공화국의 후예로 등장하는 에지오는 어쌔신 크리드2와 어쌔신 크리드2: 브라더후드, 어쌔신 크리드:레벨레이션 3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과거 르네상스 시대 분위기를 완벽히 재현한 피렌체와 베네치아, 로마를 무대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니콜로 마키아벨리, 카테리나 스포르차, 로렌초 데 메디치 등 실존 인물들과 교류하며 진정한 암살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선보여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이제 유비소프트르 먹여 살리는 시리즈가 된 만큼 계속 후속작이 이어지고 있지만, 어쌔신 크리드2와 어쌔신 크리드2: 브라더후드, 어쌔신 크리드:레벨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에지오 3부작은 어쌔신 크리드 최고의 전성기를 이끈 작품으로 인정받으며 리마스터판이 다시 발매될 정도로 팬들에게 특별한 취급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

어쌔신 크리드 : 레벨레이션(출처=게임동아)


위에 언급된 게임들 만큼이나 위대한 3부작으로 인정될 뻔 했으나, 맨 마지막 단추를 잘못 채우면서 나락으로 떨어진 게임들도 있다.

TPS 요소가 가미된 RPG로 SF 게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은 바이오웨어의 매스 이펙트 시리즈는 1편과 2편, 3편까지 우주의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 하는 셰퍼드 소령과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깊이 있는 스토리 때문에 극찬을 받았으나, 정작 3편의 엔딩에서는 그동안의 선택을 모두 무의미하게 만드는 색깔만 다른 3가지 엔딩으로 팬들을 경악시켰다.

이후 급하게 내놓은 DLC로 어느 정도 수습을 하긴 했으나, 그동안 극찬 일색이었던 시리즈에 대한 평가가 엔딩 한방으로 나락으로 떨어졌으며, 이후 새로운 시작이라며 선보인 매스 이펙트4:안드로메다까지 최악의 평가가 이어지면서 시리즈의 앞날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셰퍼드 소령은 3편에 걸쳐 우주 평화를 위해 많은 고생을 해왔지만, 위 게임들과 다른 의미로 역사에 길이 남을 3부작의 주인공이 되어 버렸다.

동아일보

매스이펙트3(출처=게임동아)


블리자드의 대표작이자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를 대표하는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의 후속작 스타크래프트2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3부작 시리즈다. 심오한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멀티 플레이가 워낙 유명해진 탓에 정작 스토리는 모르고 지나쳤던 사람들이 많았던 1편과 달리 2편은 싱글 플레이에 대폭 힘을 주면서 캠페인만 즐겨도 돈 값어치는 한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선보였다.

1부 자유의 날개에서는 맹크스에 맞서 싸우는 짐 레이너의 이야기를, 2부 군단의 심장에서는 칼날 여왕으로 거듭난 캐리건의 이야기를, 3부 공허의 유산에서는 종족의 염원인 아이어 탈환을 꿈꾸는 프로토스 신관 아르타니스의 이야기를 다뤘으며, 짜임새 있는 미션 구성과 깔끔한 그래픽의 스토리 영상으로 계속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도록 만들었다.

다만, 아쉽게도 맨 마지막 엔딩에서는 시리즈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너무 지나쳤는지 팬들이 원치 않은 방향으로 결말이 나면서 전설의 명대사로 기억되는 ‘고짐고’만 남긴채 팬들을 말 그대로 공허하게 만들었다. 장르 자체가 멀티플레이 중심이다보니 싱글 플레이가 약하다는 인식이 강한 RTS 장르에 길이 남을 멋진 스토리를 담은 게임으로 남을 뻔 했으나, 오로지 마지막 선택 하나 때문에 팬들에게 외면받게 된 것이다. 매스 이펙트와 더불어 과정이 아무리 좋았어도 마지막 마무리가 좋지 못하면 전 과정이 모두 무의미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공허의 유산(출처=게임동아)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남규 기자 knk@donga.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