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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매경이 만난 사람] 회장·행장 분리 결단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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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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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 JB금융 회장은 최근 큰 결단을 내렸다. 광주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나 지주회사 업무에 전념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2014년 전북에 기반을 둔 JB금융이 광주은행을 인수한 뒤 3년간 은행장 자리를 겸임해 왔던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행보였다. 그의 결단으로 광주은행은 창립 49년 만에 최초로 자행 출신 은행장을 맞이하게 됐다. 김한 회장을 최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JB빌딩에서 만났다. 그는 "사람은 물러날 때를 아는 게 중요하다"며 "디지털화에 집중해 지주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전념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JB금융(자산 규모 50조원)은 전북은행, 광주은행, JB우리캐피탈, JB자산운용, 프놈펜상업은행 등 5개 계열사를 거느린 금융지주사다. 다음은 일문일답.

―금융지주 회장과 광주은행장을 분리했는데.

▷광주은행이 JB금융에 편입되고 행장을 겸임한 지 3년째다.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며 가장 큰 고민은 과연 광주은행의 경영이 안정화됐는가였다. 두 번째는 개인적 업무 시간을 어디로 쪼개는 게 금융지주 전체에 효율적인가였다. 대형 금융지주 자산은 300조원을 넘는데 우린 50조원 정도다. 정상적인 경쟁이 어렵다는 점에서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지주사 경영에 전념하면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디지털화를 서두를 것이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돌풍을 어떻게 보나.

▷새로운 플레이어가 시장에 들어와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면 기존 업체들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는 풀뱅킹(full―banking) 서비스가 아니고 일부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시장을 뒤흔들 만한 영향력을 발휘할지 잘 모르겠지만 출점 초기에 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전산시스템을 전북은행이 협력해서 구축했다. 인턴넷은행 돌풍에 우리도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이후 은행들이 수수료를 내리고 예금금리를 올린 특판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

▷광주은행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응하고 지역은행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지난 2016년 9월에 출시한 모바일 전용 '쏠쏠한마이쿨예·적금'과 올 초부터 판매 중인 '쏠쏠한은행대출'은 전국 고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출범 후 광주은행의 모바일 전용상품인 쏠쏠한 상품의 실적은 오히려 상승세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카드로 사업을 확장하면 위협이 되지 않을까.

▷당연히 위협이 된다. 지주 경영에 집중하려는 것도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지금의 은행 형태를 바꿔야 하지 않나 하는 고민 때문이다. 지금의 은행은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가 아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과 금융권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간격을 어떻게 좁혀가느냐가 관건인데, 은행들도 변해야 하지만 중요한 건 규제가 바뀌어야 한다. 은행은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규제가 변해야 결국 사업 참여자들이 변할 수 있다. 양쪽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져야 한다.

매일경제

―그렇다면 규제들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는 게 바람직할까.

▷현재 은행법은 포지티브 방식 규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이 바뀌는 속도를 법이 못 쫓아가고 있는 셈이다. 국회에서 더 심각하게 고민해주길 기대한다. 핀테크라는 것은 양면의 칼이다. 한쪽에는 소비자 편리성이 있지만 편리함을 강조하다 보면 소비자 정보 보호 이슈가 동시에 발생한다. 소비자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허용하느냐도 첨예한 이슈다. 이는 세계적인 이슈인데, 아직 어느 나라에서도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중국의 경우 소비자 편리성을 강조해 개인정보 보호가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약했기 때문에 알리페이나 텐센트 등이 서비스 개발에 나설 수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소비자 정보에 대한 규제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시중은행들이 영업점을 줄이고 비대면 거래를 확대하는 추세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충돌하는 측면도 있는데.

▷JB 금융은 지역 대표 은행으로서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할 의무가 있다. 광주·전북은행이 호남 고객들에게 금융 '블랙아웃'이 일어나게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이미 지역 내 점포는 어느 정도 정리를 한 상태여서 추가로 무리한 점포 구조조정 계획은 세워놓지 않았다. 다만 점포들을 계속 유지해 가면서 은행의 공공성과 수익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는 더 고민해야 한다. 지역 내 인구가 줄고 고령화하면서 일찍부터 수도권에 빨리 진출했다. 그 결과 전북은행의 경우 이익의 40%가, 광주은행은 25%가량이 수도권에서 나온다. 이 비율을 늘려가고 발생한 이익으로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해외 진출 전략은 어떻게 구상 중인가.

▷국내시장은 포화 상태고 추가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동남아,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에 영업 거점을 마련했다.전북은행과 JB우리캐피탈을 통해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을 인수했고 미얀마에는 현지법인, 베트남에는 대표사무소 등 동남아 각처에서 해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프놈펜상업은행을 5년 내 현지 톱5 은행으로 성장시켜 동남아 사업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 8월에는 중국 우시(無錫)시에 광주은행 중국대표처 승인을 획득했고 연말 이전에 개소할 예정이다.

―대형 금융사들과 경쟁하는 JB금융의 핵심적인 경쟁 전략은.

▷다른 은행과는 사업 모델을 차별화해야 승산이 있다. 대면·비대면 거래로 KB나 신한을 이기기 어렵고 계좌 수로 봐서 카카오뱅크가 가진 데이터베이스를 추월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제휴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달 전북은행이 신세계와 함께 SSG 카드를 내놨다. SSG 카드는 '신세계' 이름으로 나오지만 전북은행의 카드나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볼 때는 전북은행 이름은 안 나오지만 프로세스는 모두 전북은행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핀테크 육성에 각별히 힘쓰고 있는데.

▷다양한 핀테크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서비스도 발굴한다. 핀테크 분야를 선도하는 P2P(개인 간 금융)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원리금 수취 권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 모델이 개발되면 많은 P2P 업체들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글로벌 해커톤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선보인 핀테크 업체들과도 꾸준하게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해커톤 수상 업체와 협업해 개인사업자들이 비대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암호화폐(가상화폐)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뜨겁다.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증권업에서 일할 때 보니 개인이 선물옵션 차익거래를 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이었다. 금융에 대한 창의력이 뛰어나다는 의미인데, 이걸 어떻게 발전시키느냐 하는 건 정부와 정치권의 몫이다.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아니고 무조건 규제부터 생각하니 문제다. 활성화하고 사후 감독을 하면 되는데, 이슈가 되면 규제해야겠다는 생각부터 한다. 신기술 관련 사업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부작용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경영철학은.

▷간단하다. 모든 것을 상식적으로 하라는 점이다. 의견을 결정할 때 10명에게 물어서 9명이 옳다고 하면 9명의 의견을 따르는 게 좋다. 모든 걸 상식으로 판단하면 틀릴 게 없다. 신입 직원을 뽑을 때 토익점수도 보고 스펙도 보지만 사실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런 스텍이 솔직히 일 잘하는 것과 관계도 없다. 또 한 가지. 아버님께서 계속해서 해준 말씀이 있다. 사람이 잘나갈 때는 잘나가서 모를 수 있지만 물러날 때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듣고 자랐다. 지역에서도 회사에서도 나를 필요로 할 때까지는 있겠지만 항상 물러날 때를 잘 생각하면서 경영을 하겠다.

―호남을 대표하는 JB금융과 경북 지역의 DGB금융이 달빛동맹을 맺었는데.

▷달빛동맹은 빛고을 광주와 달구벌 대구의 금융 분야 최초 영호남 협력 사업으로 2015년에 협력(MOU)을 체결했다. 민간 차원 지역화합에 큰 의미를 둔 사업인데 금융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호남 협력 프로젝트를 발굴해서 실질적인 동서화합의 장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제 지역감정도 많이 사라졌고 영호남이 협력할 분야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많이 응원해 달라.

―'희망이 꽃피는 공부방'을 꾸준히 확산시키고 있는데.

▷지역 내 저소득 가정과 환경이 열악한 아동보육시설에 학습 환경을 개선해주고 공부방을 만들어주는 JB금융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학업에 전념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게 이 사업의 목표다. 전북은행의 경우 희망이 꽃피는 공부방 60호점을 곧 오픈하고 광주은행은 현재 32호점까지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광주은행에서 지난 2015년 공부방 1호로 지원했던 학생이 있었는데 당시 광주은행 직원들이 직접 방문해서 옷장과 책상, 컴퓨터 등을 선물하고 도배작업까지 해줬다. 이후에도 그 학생에 대한 멘토 역할을 하며 후원을 지속했는데 올해 그 학생이 서울대에 입학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앞으로도 지역 내 불우한 청소년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활동은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다.

김한 회장은…
△1954년생 △서울대 기계공학과 △예일대 경영학 석사 △동부그룹 미국현지법인 사장 △대신증권 이사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KB금융 사외이사 △전북은행장 △광주은행장 △현 JB금융 회장

[대담 = 박봉권 금융부장 / 정리 = 노승환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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