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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진중권·명계남 "불쾌하다·안타깝다"…MB정부 블랙리스트 인사들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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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진중권 교수(좌)와 배우 명계남(우)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퇴출 대상에 오른 당사자들이 불쾌감을 드러냈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11일 이명박 정부 시절 작성된 '국정원판 블랙리스트'를 공개했다. 개혁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은 이들을 '정부 비판세력'으로 지목하고,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해 이들의 활동에 불이익을 줬다.

블랙리스트에는 이외수·조정래·진중권 등 문화계 6명, 문성근·명계남·김민선 등 배우 8명, 이창동·박찬욱·봉준호 등 영화감독 52명, 김미화·김구라·김제동 등 방송인 8명, 윤도현·신해철·김장훈 등 가수 8명 등 총 82명의 이름이 올랐다.

이날 개혁위원회의 발표를 들은 당사자들은 "짐작은 했었다"며 당시 활동에 제한을 받았던 사례들을 전했다.

문화계 퇴출 인사로 분류된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짐작은 했지만, 거기에 국정원이 얼마나 관여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당시 대학 강의가 이유 없이 폐강되고 강연이 갑자기 취소되는 일을 여러 번 겪었다"며 "내 사생활을 들여다본 것 같아 불쾌하다"고 전했다.

영화계 퇴출 인사로 거론된 배우 명계남씨도 "그동안 방송국 사람들이 (제 출연이) 곤란하다고 해 TV 출연을 못 했다"며 불이익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나 같은 사람은 얼굴이 알려지고 주목받는 행동을 해서 그렇게 찍혔다고 보지만, 저 같은 사람이 앞장서는 바람에 한꺼번에 일반 순수 예술인까지 피해를 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방송인 김미화(좌)와 조정래 작가(우)




방송인 김미화 씨도 "10여 년을 제가 서고 싶은 무대에 서지 못했다. 이것은 국가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할 수 있는 문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소설가 조정래씨는 "방송에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등에 대해 비판했던 것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며 자신의 소설 '아리랑'을 드라마로 제작하려 했지만 결국 불발된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민주국가에서 작가로서 잘못된 정치를 비판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의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개혁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구성된 좌파 연예인 TF는 정부 비판 세력 문화연예계 인물들의 프로그램 폐지, 소속사 대상 세무조사, 편성 관계자 인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을 제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청와대는 '문화 예술계 내 정부 비판 세력 퇴출'을 위해 활동을 직접 지시하고, 진행상황까지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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