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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러시아 대사 또 사망… 러시아 외교관은 왜 그렇게 많이 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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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르가야스 시린스키 수단 주재 러시아 대사(62)가 23일(현지시간) 수도 하르툼의 관저에서 수영하다 숨졌다.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해외 주재 러시아 대사 4명이 세상을 떠났다. 짧은 기간 동안 죽음이 잇따르다 보니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10개월간 대사만 4명 사망… 음모론까지 제기

러시아투데이 등 현지언론은 시린스키 대사가 관저 수영장에서 급작스런 심장마비 증상을 보였다고 전했다. 대사관 대변인은 직원들이 급히 구급차를 불렀지만 그를 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재 국가에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이는 시린스키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대사가 앙카라 미술관 전시회 개막식에서 연설하다 총에 맞아 숨졌다.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에 불만을 품은 현지 무슬림 경찰관의 소행이었다. 한달 뒤에는 알렉산데르 카다킨 인도 주재 대사가 67세로 숨졌다. 러시아와 인도 언론들은 카다킨이 몇 주 동안 병을 앓다 심장질환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또 한달 뒤인 지난 2월에는 유엔의 ‘터줏대감’으로 외교가의 거목으로 불린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대사가 65세 생일을 하루 앞두고 심장질환으로 숨졌다.

외교관 전체로 범위를 확대하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난다. 주미 영사관 직원 세르게이 크리포프는 미국 대선 투표가 치러진 지난해 11월8일 사무실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러시아 당국은 심장질환으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주그리스 대사관 고위외교관 안드레이 말라닌이 지난 1월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또다른 고위 외교관 페트르 폴시코프는 카를로프 대사가 암살당한 날 모스크바 자택에서 총상을 입고 사망한채 발견됐다.

미국 온라인매체 바이스뉴스는 시린스키의 죽음을 보도하며 최근 10개월 간 사망한 외교관들 가운데 몇몇은 아직까지 사인 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러시아 당국은 ‘모두 자연스런 죽음이며, 의심스러운 정황은 없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음모론’은 추르킨 사망 직후에도 몇몇 미국 언론 매체에서 강력하게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 직후부터 고위 외교관들이 차례로 죽어나가는 것이 수상하다며,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과 연관된 것이 아니냐고 의심했다.

■틀렸다는 것도 입증 못해, ‘음모론의 매력’

그러나 추르킨이나 카다킨, 시린스키처럼 심장질환으로 급사하는 것은 러시아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2014년 기준 러시아 남성의 기대 수명은 65세에 불과하다. 러시아 남성 4분의1은 55세 이전에 사망한다. 추르킨은 특히 사망 2주전 러시아투데이 인터뷰에서 “세계는 예전보다 더 불안정해졌고 외교관은 더 바빠졌다.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지난 3월 워싱턴포스트는 폴시코프나 크리포프의 경우에도 몇몇 정황이 의심스럽다는 주장만 있을 뿐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당시 이 신문은 “음모론의 매력은 그것이 틀렸다는 것조차 입증할 수 없다는 사실”이라면서 러시아 외교관들이 이런 음모론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그저 죽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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