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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5시간 원산폭격 시키고 목검으로 때린 대학 선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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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계명대 태권도시범단 학생 6명, 신입생들 상습 집단폭행

“매주 수차례 원산폭격” “동아리방서 수십대씩 때려”

4학년 남자선배, 여자 신입생 불러 마사지 시키기도

경찰, 가해 학생들 조사…혐의 확인되면 입건 방침



한겨레

선배들의 폭행으로 허벅지에 멍이 든 피해 학생의 사진. 피해 학생 부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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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동아리방에서 불을 끄고 손전등을 비춘 후 선배들이 목검, 몽둥이 등으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수십대씩 때렸어요.”

“매주 수차례씩 ‘원산폭격’을 했는데 5시간 이상을 한 적도 있었어요. 몸을 움직이면 선배들이 배와 가슴을 걷어 찼어요.”

“새벽 5시까지 때리고 가혹행위를 한 뒤 선배들이 집에 보내주면서 ‘아침 8시까지 학교 나오라’고 지시했어요.”

“선배들이 수시로 휴대전화를 검사해서 구타 사실을 발설하거나 험담한 내용이 있는지를 확인했어요.”

지난 17일 오전 9시 대구 달서구 신당동의 한 카페에 계명대 태권도학과 태권도시범단 신입생 7명(남 4명·여 3명)과 부모들이 모였다. “사실대로 말해봐.” 부모들의 이 말에 머뭇거리던 신입생들은 곧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두시간이 넘게 자녀로부터 이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부모들은 이날 밤 11시30분께 대구 성서경찰서를 찾아가 고소장을 냈다. 다음날에는 자녀의 상해진단서 등도 제출했다. 자녀가 말한 가해학생 6명은 같은 학과 2~4학년 남자 선배들이었다.

<한겨레>가 24일 입수한 신입생들의 피해 사실 내용을 보면,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신입생들은 계명대 태권도학과 안에 있는 태권도시범단의 지하건물과 동아리방에서 선배들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선배들은 주로 나무 몽둥이와 목검, 플라스틱 파이프 등으로 신입생들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수십대씩 때렸다. 또 몇시간씩 땅바닥에 머리를 박도록 했다. 허벅지와 엉덩이는 피멍이 들고 움푹 파였으며, 머리카락이 빠지고 두피가 벗겨졌다. 선배들의 폭행과 가혹행위는 매주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유는 별 것 아니었다. 선배들은 주로 신입생들이 졸거나 웃거나 선배가 부르면 대답을 바로 하지 않는다며 폭행과 가혹행위를 했다. 신입생들은 선배들의 학교 과제나 빨래 등을 대신해줬다. 4학년 남자 선배는 여자 신입생을 불러 마사지를 시키기도 했다. 선배들은 신입생들이 이런 사실을 부모 등에게 알릴까봐 수시로 휴대전화 검사를 했다. 신입생들이 이런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하고 있을 때 다른 선배들은 이를 보며 웃고 즐겼다고 한다.

한 피해 여학생은 “선배들에게 맞을 때 ‘이대로 여기서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엄청난 공포감을 느꼈다. 지금도 가해학생들의 보복이나 집단 따돌림 등이 두려운데 더이상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또 “가해자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기 원한다. 직접적인 가해자뿐만 아니라 이를 보고도 방관한 사람들도 사과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 성서경찰서는 지난 18일 모든 피해 학생들로부터 이런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6명 중 4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는데 혐의를 상당 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중국에 나가 있는 나머지 가해 학생 2명도 곧 소환할 계획이다.

경찰은 피해자와 가해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적어도 11차례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태권도 시범단에 가입했던 전체 신입생 9명중 2명이 태권도 시범단을 그만 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 학생들도 불러 선배들의 폭행이나 가혹행위가 있었는지를 수사할 계획이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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