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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취재파일] 삼성 재판 ④ - '정유라 단독지원'…언제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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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기일로 정리하는 삼성 재판 ④>

▶ [취재파일] 삼성 재판 ③ - 단순 뇌물의 관건, '박-최 공모'

- '승마 지원 = 정유라 지원'…삼성, 언제부터 알았을까?
- '삼성-코어스포츠 용역계약'은 허위계약?

삼성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위세를 업은 최순실 씨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유라 씨 승마 훈련을 지원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이 처음부터 '승마 훈련을 지원한다는 것이 결국 정유라 씨만을 지원한다는 것임'을 알았다면, 삼성 측 주장의 진정성은 흔들릴 것입니다. 특검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2014년 9월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 단독면담 할 때부터 삼성 측은 이를 알고 있었다. 안민석 의원이 공주 승마 의혹을 제기하고, 이 내용이 이미 언론에 보도된 상황이다.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도 "정유라 씨에 대해 알고 있었고, 승마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등 이 부분 인식하고 있었다.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특검 조사에서 "'정윤회 문건' 사건 당시, 정윤회 씨의 딸이 승마선수라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승마협회를 맡는 등 지원하는 것이 정유라 씨를 지원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도 답했다."

"2014년 승마인의 밤 행사 때 정유라 씨가 참석하지 않도록 사전 조치됐다는 문자를 이영국 상무가 장충기 차장에게 보낸다. 정유라 씨만 왜 특별관리 했을까? 9월 15일 독대 때 있었던 승마협회 지원 지시를 정유라 씨 지원 지시로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정유라 씨를 잘 알지도 못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정 씨 지원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순수하게 승마를 지원하라고 했을 뿐이고, 이 부회장도 그에 따라 지원한 것이므로 '단순 지원'일 뿐이지 '뇌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최순실 씨의 압력으로 승마 지원의 성격이 변질됐다고 이야기 합니다.

"박 전 대통령의 정유라 씨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박 전 대통령은 정 씨를 아주 어릴 때 만나보고는 본 적이 없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고 나서야 정유라 씨가 이름 바꾼 것을 알았다고 할 정도이다. 정유라 씨에 대해 직접 지원하라고 말했다는 것은 공소장에도 없는 내용이다. 이는 2015년 7월 25일에 있었던 2차 단독 면담 때도 마찬가지이다."

"상식적으로 대통령이 승계 작업 지원을 대가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정유라 씨 지원을 요청한다면, '정유라'라는 말을 하지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그냥 '정유라 지원하라'라고 했으면 된다. 빙빙 돌려서 말할 필요가 전혀 없다. 실제로 KD코퍼레이션이나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을 챙겨주라고 할 때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정유라 씨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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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특검은 "'정유라 지원'이라는 명시적인 '워딩'이 없더라도 서로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면 뇌물수수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판례의 태도"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증언을 제시합니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김종 전 2차관이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정유라 씨에 대해 직접 언급했고, 이 때문에 김 전 차관이 깜짝 놀랐다고 진술한다. 박 전 대통령이 정유라 씨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 김 전 차관이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으로부터 '삼성에서 정유라 씨 지원할 준비는 언제든 돼 있는데 아기를 낳아서 몸이 안 좋다'며 '상태가 좋아지면 언제든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한다."

그러나, 삼성 측은 믿을 수 없는 진술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왜 김종 한 명 뿐인가?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 김종 전 차관은 영장 발부 여부를 기다리면서 특검 조사를 받고 있었다."

삼성이 최 씨가 사실상 운영한 회사로 알려진 코어스포츠와 체결한 용역계약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도 격론이 오갔습니다.

우선 특검은 이 계약이 "정유라 지원지시에 따른 뇌물 교부 장치"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제 말 소유권이 최순실 씨에게 있었다고 강조합니다.

"2015년 10월 20일 살시도를 구입할 때 최서원(최순실) 씨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게 '이재용 부회장이 대통령을 만났을 때 말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느냐'며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당장 독일로 들어오라고 했다고 한다. 왜 화냈는가. 바로 마필 위탁관리계약서 때문이다. 위탁관리계약서로 인해 말을 사준 것이 아닌 것으로 돼 불같이 화냈던 것이다."

"진정한 소유자라면 구입 과정부터 모두 확인하고, 자산이므로 잘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은 관리에 관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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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씨가 스스로 법정에 나와 '네(정유라) 말 처럼 타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삼성은 말을 은폐하려고도 했다. '정말로 매매계약이다'라고 주장하지만, 당시 언론에 대응할 때는 '계약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어스포츠의 실체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영업 실적도 없고, 전문 용역을 제공하기 위한 인력도 없었다. 사무실도 없었다. 정유라 씨를 지원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용역 계약을 체결할 리가 없었다. 그저 최순실 씨 요구대로 코어스포츠와 계약했고, 회사가 어떤지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전적으로 다 들어준다'는 게 있을 수 있는 계약 내용인지 의문이다."

"피고인들은 선수를 선발하려고 했는데 최 씨가 방해하고 싫다고 해서 못 했다는 것이다. 계약서상 선수 선발 권한은 삼성에 있다면서 최 씨 반대로 선수를 추가로 선발하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허위 계약'임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허위로 과다청구한 부분도 써낸 금액대로 다 지급했다. 이런 지원 계약이 어디 있나?"


삼성 측은 계약서 내용을 들며 반박에 나섰습니다.

"증거만 보자. 용역계약서와 마필구매계약서, 운송계약서를 보면 소유자가 모두 삼성으로 돼 있다. 객관적으로 입증된 부분이다. 감정을 앞세우거나 의혹만 가지고 명백한 물건의 소유권이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양쪽이 정당한 결재를 밟아 날인된 서류를 허위라고 하고, 블라디미르와 관련된 계약서만 진짜라고 주장하는 것이 법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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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코어스포츠 역시 실체가 아예 없는 회사는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능력이 조금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코어스포츠는 계약 내용을 모두 수행했다."

"이 사건에서의 문제는 코어스포츠가 얼마나 능력을 갖췄는지가 아니다. 실체가 있느냐 없느냐, '0'이냐 '100'이냐를 따지는 문제이다. 코어스포츠가 부족했을지언정 '0'인 것은 아니다.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고 해서 실체 자체가 없었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삼성 뇌물 사건 공소사실의 핵심은 역시 뇌물공여가 성립하는 지입니다. 하지만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 혐의도 적용됐습니다. 특히 재산국외도피의 경우 이 사건처럼 도피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에는 징역 10년 이상, 무기징역 처벌도 가능한 범죄입니다. 이 두 혐의에 대해서는 조금 전까지 살펴 본 용역계약의 진위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외재산도피의 주요 혐의 내용은, 삼성이 코어스포츠와 체결한 허위 용역계약을 통해 외국환거래법 상 신고해야 하는 거래를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거래로 가장했다는 것입니다.

또, 범죄수익은닉 혐의 중 일부 내용은 허위 용역계약을 통해 범죄수익이 발생한 원인을 숨겼다는 것입니다. (범죄수익은닉 혐의의 또 다른 내용은 삼성의 이른바 '말세탁'에 관한 내용입니다.) 따라서 용역계약을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의 유·무죄 여부도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네 편의 취재파일을 통해 삼성 뇌물 재판 공방기일에서 쟁점이 됐던 부분을 정리해봤지만, 사실 이보다 훨씬 많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취재를 위해 당시 양측의 공방을 거의 모두 받아쳐 기록했는데, 여백을 줄이고 글자 크기도 9pt로, 줄간격도 140%로 줄여봤지만 A4용지로 42페이지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공방기일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160일 동안 56차례 기일이 열렸고, 모두 59명이 증언한 재판이었습니다. 그런 치열한 공방의 결과인 '삼성 뇌물 재판 1심 선고'는 내일(25일) 낮 2시 반에 이뤄집니다.

[민경호 기자 h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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