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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서울 집값 누르니…분당·평촌이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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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8·2대책 풍선효과 뚜렷

실수요자들 서울집 마련 더 어려워져

서울 접근성 좋은 신도시로 발길돌려

분당, 강남 가깝고 교통호재도 풍부

집값 한주새 0.16%↑…서울의 5배

평촌, 아파트값 높지 않아 수요 꾸준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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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서울에서 은행 돈을 많이 빌려 집을 사는 게 예전만큼 쉽지 않게 됐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등 거래 요건이 까다로워져서다. 그래서인지 서울과 인접한 신도시가 요즘 수혜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서울과 가깝고 인프라가 풍부한 분당·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주택시장은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매수 문의가 꾸준하고 집값도 오름세다. 아파트값 상승폭은 서울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정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지역에는 즉각 추가 규제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만큼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돈줄 막힌 서울…1기 신도시로 눈돌리는 수요자

부동산114에 따르면 8·2 대책 여파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지난 주(8월 셋째주)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집값은 한 주간 0.09% 올랐다. 같은 기간 광교 등 수도권 2기 신도시(0.03%)와 서울의 집값 상승률(0.03%)을 세 배 웃도는 수준이다. 1990년대 초반 입주해 ‘오래된’ 신도시로 다른 지역에 비해 집값 상승률이 뒤처졌던 1기 신도시의 이 같은 집값 강세는 정부가 8·2 대책을 통해 서울 주택시장을 옥죈 데 따른 풍선효과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8·2 대책에 따라 25개 자치구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서울에서는 대출 한도가 주택 담보 대비 기존 최대 60%에서 40%까지 줄면서 실수요자들도 내 집 마련을 위해 은행 돈을 많이 빌리기가 어려워졌다. 정부는 ‘서민·실수요자’에 한해 대출 한도를 50%까지 완화하는 규정을 뒀지만 평균 집값이 높은 서울에서는 이 요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내건 주택시장에서의 서민·실수요자는 무주택자이면서 부부 합산소득이 7000만원 이하(생애최초의 경우 8000만원 이하), 구매하려는 주택 가격이 6억원 이하인 경우다. 그러나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중위가격(아파트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에 위치한 값)이 이미 6억 2888만원(지난달 기준) 수준이다.

그렇다고 청약을 통해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기도 쉽지 않게 됐다.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분양하는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청약가점제 적용 비율이 100%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무주택 기간이 짧고 부양 가족 수가 적은 3040세대 실수요자들은 가점을 통해 분양받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이처럼 서울 진입 장벽이 높아지자 서울과 가깝고 기반시설도 잘 갖춰졌지만 규제에서는 비켜나 있는 곳으로 수요자들이 눈을 돌리면서 수도권 1기 신도시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30㎞ 이상 거리에 조성된 2기 신도시와 달리 1기 신도시의 경우 서울 도심 내 20㎞ 이내에 자리하고 있어 입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강남 가까운 분당·평촌 집값 상승세 뚜렷

1기 신도시 가운데서도 집값 상승률이 두드러지는 곳은 강남 접근성이 좋고 교통 호재(GTX 성남역 2022년 개통 예정)와 정비사업(재건축·리모델링) 등으로 향후 시세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분당이다. 분당신도시 아파트값은 지난 한 주 새 서울의 5배를 웃도는 0.16% 상승했다. 지난달 7억 5000만원에 거래됐던 분당 이매동 선경아파트 전용 83㎡형은 대책 이후에도 5000만원 오르며 8억원 선을 호가하고 있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8·2 대책 이후 매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긴 하지만 매수 대기자가 많다 보니 호가는 오히려 이전 최고 거래가보다 5000만~6000만원 올랐다”며 “실제 거주한 뒤 시세가 오르면 매도할 목적으로 분당 내에서 뿐 아니라 강남 등 서울 전역에서 매수 문의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평촌도 한 주새 집값이 0.07% 올랐다. 평균 매맷값이 높지 않아 전세를 끼면 1억원 안팎으로 주택을 살 수 있는 이 지역에서 재건축 연한이 다가오는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몰리고 있다. 비산동 S공인 관계자는 “학군이 좋고 생활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강남권에 직장을 둔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실거주 매입 문의가 많다”며 “이곳은 8·2 대책 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비산동 샛별한양6차 전용 49㎡형은 지난달 2억 9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호가가 3억 2000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가 부동산 규제책이 남아 있는 만큼 투자 목적의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가 규제를 예고한 만큼 1기 신도시 집값이 계속 오를 경우 투기과열지구 또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며 “단기 투자 목적으로 매수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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