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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마음껏 돌아이 야구했지" 김경문 감독이 돌아본 베이징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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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NC 김경문 감독이 13일 잠실 두산전에서 0-0으로 맞선 5회 팀 공격을 지켜보며 모자를 고쳐쓰고있다. 2017.08.13.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2008년 8월 23일은 한국야구 역사에 기념비가 세워진 날이다. 당시 한국 야구대표팀은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에서 쿠바를 3-2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에서 두 번째 구기 종목 금메달이자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이후 26년 만에 이뤄낸 야구 국제대회 우승이었다. 이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월 23일을 ‘야구의 날’로 지정했다. 매년 8월 23일이 되면 KBO리그는 경기에 앞서 팬사인회 같은 이벤트를 열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기념한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돌아볼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NC 김경문 감독이다. 김 감독은 특유의 굵직한 야구로 베이징 신화를 달성했다. 결과는 9전 9승 우승이었지만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매 경기 짜릿한 승부 속에서 드라마와 같은 정상등극이 펼쳐졌다.

김 감독은 9년 전인 8월 23일을 돌아보면서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나.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다. 사실 내가 이렇게 감독을 오래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그저 후회없이 내 야구를 하고 감독을 그만두자는 생각 밖에 없었다. 그래서 마음껏 ‘돌아이’ 야구를 했다. 4번 타자에게 번트를 지시하고 좌투수에 좌타자 대타를 쓰기도 하지 않았나”고 껄껄 웃었다.

실제로 대표팀은 올림픽 경기 기간 내내 논란거리를 몰고 다녔다. 지독한 슬럼프의 빠졌던 이승엽을 4번 타자로 고정시킨 것과 매 경기 장타를 맞았던 한기주를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는 부분에 있어 거센 비난을 받았다. 김 감독은 “이기면 승장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인터뷰 내용은 패장 인터뷰 같았다.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이승엽을 계속 4번 타자로 쓸 것인가’, ‘한기주는 왜 계속 내보내나’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며 “사실 한기주를 쓴 것은 당시에는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 마무리투수로 정대현을 구상했는데 정대현의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많은 경기를 소화할 수 없는 컨디션이었다. 그렇다고 정대현을 쓸 수 없다고 해버리면 전력노출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의 믿음은 가장 결정적인 순간 빛났다. 23타수 3안타로 부진했던 이승엽이 일본과 준결승 8회에 2점홈런을 쏘아 올렸다. 정상적으로 등판할 수 없었던 정대현은 쿠바와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세이브를 올렸다. 쿠바 강타자 율리에스키 구리엘에게 병살타를 유도했고 당시 나온 4~6~3 더블플레이는 대한민국 야구사에 영원히 남을 명장면이 됐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더블플레이로 고개 숙였던 내가 올림픽에서는 더블플레이로 웃게 됐다. 참 야구란 게 때로는 잔인하고 때로는 기쁨을 준다”고 미소지었다.

스포츠서울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오른쪽)이 입국장을 빠져나와 마중나온 팬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2008-08-25.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시작으로 한국야구는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리틀야구 열풍이 불었고 KBO리그 관중수와 시청률도 수직상승했다. 김 감독은 “이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뭐 그리 길고 재미도 없는 야구를 보고 있냐’고 큰 소리를 했다. 그런데 올림픽 이후 야구를 좋아하는 엄마팬이 많이 늘었다더라. 야구를 보기 시작한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야구를 많이 시켰다. 지금 그 아이들이 잘 성장해서 프로입단을 앞두고 있지 않나. 그것만으로도 참 뿌듯하다”고 말했다.

오는 9월 11일 2018 신인지명회가 열리는 가운데 많은 전문가가 21세기 최고 드래프트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10개 구단 모두 큰 기대를 품고 최고의 재능을 뽑기 위해 고심 중이다. 김 감독과 선수들이 이룩한 베이징 신화가 베이징 키즈 효과와 함께 한국야구 선순환의 시작점을 찍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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