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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SW이슈] 김신욱 '겟아웃'과 전쟁… 신태용 감독 '머리'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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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계륵(鷄肋), 딜레마(Dilemma), 전술 단순화, 국내용까지 이 모든 논란의 수식어가 향하는 곳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김신욱(29·전북 현대)이다. 그가 처음 성인(A)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2010년 이후 대부분의 대표팀 감독이 그를 선택했으나, 활용 극대화에는 실패했다. 이러한 꼬리표에도 197㎝의 장신 공격수인 그는 버릴 수 없는 카드임이 분명하다. 신 감독 역시 그를 선택했다. 이번 만큼은 숙제를 풀 수 있을까.

▲대표팀에선 왜 고전할까

김신욱은 K리그 최고의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꼽힌다. 장신을 활용한 고공 및 연계 플레이는 물론 슈팅 능력까지 좋은 공격수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프리킥에서도 돋보이는 능력을 발휘했다. 최근 5년간 아시아를 제패한 K리그 클럽의 공통점은 살펴보면, 바로 김신욱이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2012년 울산 현대는 ‘철퇴 축구’로, 2016년 전북 현대는 ‘닥공’으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가 소속팀에서는 굵은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 것과 달리 대표팀에서 고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김신욱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경기도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 첫 소집 훈련을 앞두고 “나와 같은 유형의 공격수는 동료와 호흡을 많이 맞춰보고, 움직임이 맞아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소속팀에서는 김신욱을 중심으로 전술을 구성했다. 울산 시절 김호곤 전 감독(현 KFA 기술위원장)은 그에게 ‘방점’ 역할을 부여했다. 그를 문전에 박아두고, 김승용 이근호(현 강원FC) 등 활동량이 왕성하고 지원사격에 능한 선수를 배치해 빠르고 역동적인 역습으로 효과를 봤다.

전북에서는 진화한 김신욱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연계 플레이에 집중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신욱이는 머리뿐만 아니라 발, 가슴 등 온몸으로 패스가 가능한 선수”라며 “팀에는 득점해줄 공격수가 많다. 이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신욱이가 연계에 집중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로페즈 레오나르도 이동국의 공격력을 끌어올려 지난해 아시아를 제패했다.

▲딜레마 극복의 핵심은 ‘전술과 동료’

이처럼 ‘김신욱 딜레마’는 김신욱 홀로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명확한 전술적 임무 부여와 동료의 지원이 없이는 그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없다. 신 감독이 머릿속으로 그린 구상을 어떻게 실현하는냐가 관건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 예선에서 한국을 상대하는 경쟁자들은 대부분 밀집 수비를 펼친다. 세밀한 패스가 아니면 고전할 수밖에 없다. 이때 시간에 쫓기면 김신욱을 향한 롱볼이 속출한다. 당연히 미드필더 입장에서 패스 줄 곳이 마땅하지 않으면, 눈에 확 들어오는 장신 선수에게 공을 띄울 수밖에 없다. 모두가 예상하는 이러한 뻔한 패스는 ‘190㎝의 호날두’가 와도 받을 수가 없으며, 공격을 풀어갈 수 없다.

즉 김신욱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패싱 플레이가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 측면 빌드업을 통해 상대 공간을 흔들고, 정확한 크로스에 따라 파생하는 공격이 이뤄져야 김신욱 효과를 볼 수 있다. 단순히 김신욱을 향해 롱패스를 띄운다면 그의 딜레마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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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과의 궁합은 맞을까

신 감독의 김신욱 활용이 시선을 모으는 이유는 그의 전술 지휘 능력 때문이다. 신 감독은 연령대별 대표팀 사령탑을 지내면서 선수 개개인의 강점을 잘 포착해 전술에 녹여내는 능력을 선보였다.

2016 리우올림픽 당시에는 권창훈(디종) 이창민 류승우(제주) 등 중앙 공격 2선 자원이 넘치자 ‘다이아몬드 4-4-2’ 전술을 선택해 효과를 봤고, 2017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도 같은 연령대 선수와 비교해 창의적이고 디테일한 테크닉이 좋은 백승호(페랄라다)와 이승우(FC바르셀로나)를 측면 공격수로 배치해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선수 개개인의 강점을 살리는 전술을 발현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

대표팀 선발 명단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이번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김신욱을 포함해 황희찬(잘츠부르크) 이동국(전북 현대) 등 3명의 각기 다른 유형의 공격수를 선발했다. 전술적 밑그림을 그려놓고, 이에 적합한 공격수를 선발했다는 뜻이다.

김신욱이라는 무기의 폭발력은 극과 극이다. 딜레마만 해결하면 아시아권 핵폭탄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해법을 찾지 못하면 소총보다도 파괴력이 떨어진다. 신 감독이 관연 ‘김신욱 딜레마’를 풀어낼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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