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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새댁도 맞벌이도 "월 10만원 준다고 애 낳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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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신생아 수는 처음으로 2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18만8400명으로 작년 상반기(21만5100명)보다 2만6500명(12.4%)이나 줄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전체 신생아는 36만명대에 그친다. 작년 말 정부가 예상했던 숫자보다 최대 8만명쯤 줄어든다. 통계청 관계자는 "올해 출산율이 적어도 1.14명은 될 것으로 봤는데, 2분기까지 출산율이 1.04명에 그치고 있다"면서 "출산율 하락 폭이 급격해졌다. 올해 연간 출산율은 1.07명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출산율이 이 수준까지 떨어지는 건 2025년쯤은 돼야 할 것으로 예측했었는데, 급격한 저출산으로 8년쯤 일찍 닥쳤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뜻이다. 저출산 여파는 당장엔 눈에 띄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 가능 인구 감소, 고령화 심화에 따른 성장률 저하, 재정 부담 확대로 이어져 국가 경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출산율 하락, 예상보다 8년 빠르게 진행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6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지난 2분기에 가임(可妊) 여성 1명이 낳은 아이가 몇 명인지 나타내는 합계 출산율은 연간으로 단순 환산하면 1.04명이다. 2012년 1.3명이던 합계 출산율은 2015년(1.24명), 2016년(1.17명) 등으로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생아가 18만8400명이었지만 한 해 전체 신생아는 이 숫자의 2배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신생아가 1분기(9만8800명)에 비해 2분기(8만9600명)에 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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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작년 말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에서 전망한 것보다 올해 신생아 수가 3만~8만명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인구 추계는 올해 출산율을 최저 1.14명, 최고 1.27명으로 예상했었다. 이에 따라 신생아 수가 최소 38만7000명, 최다 43만9000명으로 전망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출산율이 급락하면서 올해 신생아 수는 36만명대로 줄게 됐다.

취업 안 돼 결혼 늦고, 집값·사교육 부담에 출산 미뤄

저출산의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다. 결혼 적령기에 있는 청년층이 취업이 안 되는 바람에 결혼을 못 하거나 시기를 늦추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누적 혼인 건수는 13만800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00건(4.2%) 감소하며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여성의 첫 결혼 나이는 지난 2000년(26.49세), 2005년(27.72세), 2010년(28.91세), 2015년(29.96세) 등 해마다 높아져 작년(30.11세)엔 서른 살을 넘겼다. 첫 아이를 가지는 시점이 자꾸 늦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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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워지지 않는 빈자리 - 23일 서울 시내 한 대형 병원 신생아실의 침대가 텅 비어 있다. 이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2분기 출산율이 사상 최저인 1.04명으로 떨어졌고, 상반기 출생아 수는 처음으로 20만명선이 무너졌다. /성형주 기자



결혼하더라도 내 집 마련을 위해 맞벌이를 오래 하는 부부가 늘어나면서 아이를 안 갖겠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3개월 전 결혼한 이모(35)씨는 "아이가 생기면 직장을 계속 다니기 어렵다"며 "임신·출산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결혼 후 첫아기를 낳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이 기간은 지난 2015년 평균 1.83년이던 것이 올 1분기, 2분기엔 각각 1.9년, 1.94년으로 늘었다. 이렇게 되면 둘째 아이를 가질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사교육비 부담 탓에 아이 하나만 낳고 마는 부부도 늘고 있다. 한 해에 태어난 신생아 중 둘째 이상인 비율은 2013년(48.5%), 2014년(48.2%), 2015년(48%) 등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초등학생 딸 하나를 두고 있는 직장 여성 박모(41)씨는 "첫째가 조금 자란 뒤 둘째를 가지려고 했지만 대학 마칠 때까지 사교육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가임 여성 가운데 출산 주력층인 25~39세 여성 인구의 감소도 저출산의 요인이다. 2011년(578만명)과 작년(519만7000명)을 비교해보면 이들이 5년 만에 58만3000명(10%) 감소했다.

금원섭 기자(caped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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