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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연습 때보다 거리 더 나가… 겁 없는 게 혜진이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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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가 본 '수퍼 루키' 최혜진]

"드라이버·아이언 모두 똑바로 쳐… 골프 참 쉽게 친다 생각 들어

드라이버 240m, 아이언 탄도 높아… 실수해도 금방 잊는 멘털 갑"

오늘 프로 전향… 31일 데뷔전

"혜진이는 외모만 보면 아기 같잖아요. 실제로 순수하고 장난도 잘 쳐요. 그런데 골프 클럽만 잡으면 전사로 변해요. 다른 선수들은 실제 경기에 들어가면 80% 정도의 힘으로 치면서 정확성에 치중해 비거리가 줄어요. 혜진이는 반대예요. 모든 클럽의 거리가 연습 때보다 일정하게 5m 정도 더 나가요. 두려움을 모르는 골프가 최대 장점이에요."

올해 아마추어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승을 올린 최혜진(18·학산여고 3년)이 24일 KLPGA 정회원이 되면서 프로가 된다. 오는 31일 한화금융클래식에서 데뷔전을 치르는 최혜진을 두고 "투어 판도를 흔들어 놓을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한편에선 "부담 없던 아마 시절과는 다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누구보다 가까이 있는 캐디 서정우(32)의 눈에 비친 최혜진은 어떤 모습일까.

그가 최혜진의 가방을 처음 멘 것은 지난 6월 천안 우정힐스골프장에서 열렸던 US여자오픈 지역 예선이었다. "혜진 아버님께 연락받고 올해 백을 메기로 했어요. 처음 본 순간 골프 참 쉽게 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드라이버와 아이언 모두 똑바로 멀리 치니 거의 매홀 버디 기회를 잡더군요."

조선일보

앳된 얼굴의 여고생 골퍼 최혜진은 골프할 때만큼은 샷도 생각도 거침없는 스타일이라고 캐디 서정우는 말했다. 최혜진(오른쪽)이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첫승을 거둘 때 캐디 서정우와 필드에서 상의하는 모습. /뉴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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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진이 장타를 치는 비결은 어려서부터 각종 도구를 활용해 스윙 스피드를 높이는 훈련을 해온 덕분이다. 지금도 클럽에 끼울 수 있는 스윙 웨이트 링으로 무게를 더해 하루 한 시간 300번씩 빈 스윙 연습을 한다. 이렇게 단련된 최혜진의 드라이버샷 스윙 스피드는 시속 161km 안팎으로 국내 여자 프로 평균(150km 안팎)을 훌쩍 넘는다. 최혜진의 드라이버샷 실제 거리는 얼마나 될까. 서정우는 "비거리만 230~240m 정도 된다"고 했다. 최혜진은 최대 260m까지 쳐본 적이 있다고 한다. 서정우는 최근 보그너 MBN여자오픈에서 최혜진이 우승할 때 친 모든 샷을 정리해 놓은 자료를 꺼내 보였다. "티 박스에서 보이는 페어웨이 폭이 10m 정도밖에 안 되는 홀들도 있었어요. 그런데도 주저 없이 드라이버를 잡더라고요." 최혜진은 "아버지가 항상 '잘되든 안 되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라'고 하셨다"고 했다.

서정우는 "아이언샷 탄도가 높아 미들 아이언으로도 홀에 공을 잘 붙이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린에서 30~60m 거리의 어프로치샷은 홀에서 5~10m 정도 벗어나는 경우가 나오는 등 부정확한 편이다. 김효주의 캐디도 했던 서정우는 "프로 데뷔 시점에서 김효주가 쇼트게임에서 정상급 기량을 보인 반면 최혜진은 롱게임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필드에서 둘은 걸어가면서도 수시로 뭔가 이야기를 한다. 심각한 경기 전략을 짜는 걸까? 아니라고 한다. "혜진이는 영락없이 말 많은 여고생이에요. 여고생 둘이 끊임없이 수다 떤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프로 첫 우승을 차지한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 때는 'US여자오픈에 가면 꼭 먹어야 할 햄버거가 있다' '미국 스타벅스에서만 파는 음료수가 있다는데, 꼭 마셔야지' 같은 이야기를 쉴 새 없이 주고받았다. 그런 대화가 긴장을 풀어주고 선수와 캐디 사이의 믿음을 높인다.

최혜진은 승부에 강한 '멘털 갑'이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서정우는 "실수해도 금방 잊어요. 드라이버샷이 워터 해저드에 빠진 홀이 있었는데, 그다음 날 고민도 안 하고 또 드라이버를 잡더니 페어웨이로 치더라고요"라고 했다. 골프에서는 한번 실수를 잊지 못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속된 말로 금붕어처럼 잘 잊어버리는 선수가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서정우는 강경남·배상문·장하나·김효주 등 스타 선수들과 숱한 우승을 함께했고, 2014년엔 캐디 중 최초로 1억원 벽을 뚫었다. 최혜진은 아마추어라서 상금을 받지 못했다. 그럼 보통 우승 상금의 10% 가까이를 선수 측에서 받는 캐디는? 서정우는 "혜진 아버님이 잘 챙겨주셨다"고 했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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