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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밀착카메라] 야생동물은 안 오고 사람만…'생태' 빠진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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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백두대간의 주요 능선들 가운데 도로가 생기면서 끊어졌던 곳을 다시 연결하는 사업이 지난 2011년부터 진행되고 있습니다. 생태계를 복원해서 야생동물도 자유롭게 다니게 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야생동물보다는 등산객들을 위한 셈이 됐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전라북도 장수군에 있는 육십령 앞에 나왔습니다.

제 뒤로 육교같아 보이는 건물은요, 산림청이 백두대간의 끊어진 구간을 연결하겠다면서 만든 '생태 축 복원사업'의 현장입니다.

산림청은 이곳을 '사람과 야생동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했는데요.

실제로는 어떤지 한 번 확인해보겠습니다.

복원된 구간의 입구부터 나무로 만든 대형 안내판이 야생동물의 이동통로를 막고 있습니다.

등산로를 만들고 양옆은 야생동물을 위한 공간이라고 써놨지만 실제로 동물이 오고 간 흔적은 찾기 어렵습니다.

[배제선/녹색연합 : 낮에 사람들이 이용한 통로에는 사람들의 냄새나 음식 찌꺼기, 쓰레기 이런 것들 때문에 야생동물이 기피한다고…]

복원 구간을 벗어나자마자 사람이 남기고 간 물건들이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오래된 안테나부터 찢어서 버린 컵라면 용기까지, 경계심이 많은 야생동물이 가까이 올 수 없는 상태입니다.

늘어난 건 산악회가 바닥과 나무에 놓고 간 안내 표식 뿐입니다.

그런데 이 지역에는 산림청이 아닌 국토교통부에서 만든 생태이동통로가 또 있습니다.

육십령 생태 축 조금 아래쪽에 있는 생태 이동통로입니다.

이쪽은요 아까와 다르게 도로에서 전달되는 차들의 소음이나, 조명을 막아줄 수 있는 가림막이 두껍게 설치되어 있고요.

주변으로는 등산객들이 만든 등산로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이쪽으로 가까이 와보시면요. 이렇게 작고 둥그런 시커먼 물체들이 여러 개가 보이는데. 들어서 보니까 이렇게 생겼고요.

코를 가까이 가져가보면 야생동물의 배설물 냄새가 납니다.

[배제선/녹색연합 : 고라니 똥으로 보이고요. 생태 축 복원한 것과 비교해보면 사람의 이동을 전혀 확인할 수 없는 것…]

실제로 이곳에서는 노루와 담비부터, 삵, 오소리, 그리고 멧돼지 무리까지 포착됐습니다.

경상북도 문경의 벌재 생태축은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 이른바 '비법정 탐방로'에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생태축 주변에는 산악회 리본부터 심지어 사람의 배설물까지 발견됩니다.

현재까지 복원이 끝난 다른 생태축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또 다른 생태 축 복원 지점인 이화령입니다.

이 옆으로는요 백두대간을 오가는 등산객들이 밟고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길이 있는데요.

그렇다면 야생동물에 대한 배려는 어느 정도로 되어있을까요?

여기 보시는 것처럼 야생동물 관찰하기 위한 CCTV가 곳곳에 설치돼있지만, 저 아래쪽 도로에서 올라오는 차들의 소음과 이 반대편 휴게소에서 전달되는 불빛을 막아줄 수 있는 차단막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백두대간 생태 축 복원은 2023년까지 총 15곳에서 진행되며 개당 약 40억원 정도가 투입됩니다.

환경단체들은 반쪽짜리 사업에 그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배제선/녹색연합 : 등산로 잇기에 불과한 사업을 생태 축 복원이라는 말로 둔갑시켜서 예산을 쏟아 붓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고요. 전면적으로 중단되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생태축 복원 사업은 생태계뿐만 아니라 역사성과 상징성까지 고려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등산객의 안전한 산행을 유도해 사람과 야생동물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번 끊어졌던 백두대간을 돈을 들어 연결할 수 있지만 생태계까지 되살리지는 못합니다.

결국 사람만 앞세운 복원이 계속되는 한 생태축은 반쪽짜리 등산로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제공 : 국립생태원)

손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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