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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김진표의 공허한 ‘종교인 과세 내년 시행’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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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내건 ‘준비사항’ 뜯어보니

교단에 교회·사찰 세무조사 권한 위임 주장…공정성 문제 소지

자녀장려세제 적용 요구, 신부·승려 해당 안돼 특정 종교만 특혜

경향신문

대통령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지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을 비롯한 여야 의원 23명이 지난 21일 ‘종교인 과세 시행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금년 내 마무리된다면 내년부터 시행해도 무방하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년 시행’을 강조한 듯 보이지만, 본질은 ‘시간 끌기’에 있다는 비판이 적잖다. “국세청 훈령 개정 등 준비사항을 연내 마무리한다면”이라는 조건이 붙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제시한 ‘준비사항’은 다음과 같다. △국세청과 각 종교가 협의해 과세기준 마련 △국세청이 탈세 제보를 교단에 넘겨 자진 납세 △모든 종교인 소득에 근로장려세제(EITC)·자녀장려세제 적용 등이다. 김 의원의 주장을 꼼꼼히 뜯어보면 사실상 일부 종교에 특혜를 주는 셈이어서 “또 다른 시빗거리를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기업 세무조사 전경련에 맡길까?

“국세청이 탈세 관련 제보를 각 교단에 넘겨 자진 납부토록 하고, 세무공무원이 개별 교회·사찰에서 세무조사를 하는 일이 없도록 국세청 훈령으로 규정해야 한다.”(김 의원)

한 교회 ㄱ목사가 탈세 의혹을 받았을 때, 김 의원 주장대로라면 국세청은 확보한 탈세 정보를 ㄱ목사가 속한 교단에 넘겨야 한다. 교단은 자체 조사를 벌여 ㄱ목사에게 통보하고 ㄱ목사는 세금을 자진 납부해야 한다. 국세청으로서는 ㄱ목사의 탈세 규모가 얼마인지, 납부해야 할 세금은 얼마인지 확인할 방법이 전혀 없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현대자동차 탈세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조사하라고 맡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종교인 과세를 최전선에서 반대해온 집단에 종교인 과세를 맡길 수 있냐는 얘기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공정과세’는 규정뿐만 아니라 세무행정 집행 강도에서도 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이단세력이 종교인 과세를 종단 내부 분열 책동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크다”며 “탈세 제보로 세무조사가 이뤄지면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해당 종교단체의 도덕성이 훼손될 수 있다.”(김 의원)

국세청에 접수되는 탈세 제보 중 확인절차를 거쳐 실제 세무조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4건 중 1건에 그친다. 국세청은 탈세 제보를 분석해 구체성이 떨어지면 정보활용을 위해 ‘누적관리’로, 탈세 가능성이 뚜렷하면 세무조사용인 ‘과세활용’으로 나눈다. 전체 탈세 제보건수 대비 과세활용 비율은 2015년 24.4%였다.

김경률 참여연대 집행위원장(공인회계사)은 “탈세 제보가 ‘떠먹여주는 수준’까지 구체적이고 확실한 증거자료가 없으면 국세청은 움직이지 않는다”며 “제보로 시작된 세무조사가 단체 신뢰도를 흠집 낸다는 건 맞지 않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 신부·승려 자녀에게 세제혜택?

“무속인도 근로장려세제를 적용받는데 1인 사찰 등 비슷한 경제생활을 하는 종교인은 안되냐고 헌법 위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모든 종교인 소득에 근로장려세제·자녀장려세제를 적용해야 한다.”(김 의원)

현행법으로도 종교인이 근로소득을 신고하면 근로장려세제(EITC) 혜택을 받는다. EITC는 저소득 노동자·사업자 가구를 경제적으로 지원해 일하려는 의욕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에만 적용된다. 김 의원이 예로 든 무속인이 EITC 대상인 것은 소득을 사업소득으로 신고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모든 종교인 소득’을 강조한 것은, 근로·사업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에도 EITC를 적용해달라는 얘기다. 종교인은 소득을 신고할 때 기타소득 또는 근로소득으로 선택할 수 있다. EITC 혜택을 받으려면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면 된다.

그럼에도 기타소득에 EITC 적용을 요구하는 것은 기타소득에 대한 세율이 낮기 때문이다.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할 수 있게 한 것은 과세에 반대하는 일부 교단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기타소득은 소득의 최대 80%까지 필요경비로 처리할 수 있어 과세대상 소득이 적고 세부담이 준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회초리는 안 맞고 당근만 먹겠다는 것”이라며 “세금으로 종교인의 포교, 목회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정 종교 특혜 논란은 ‘자녀장려세제’에서 더 심해진다. 자녀장려세제는 저소득 근로자·사업자 가구의 양육지원을 위해 장려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천주교 신부나 불교 조계종 승려처럼 자녀가 없는 종교인은 대상이 아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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