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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고향 떠나 105년…청와대 '미남불상'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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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년 전 일본 총독이 무단반출/“약탈 잔재 청산해야 국정 신뢰”/ 경주 시민단체, 즉각 반환 촉구

“경북 경주를 떠난 지 105년 된 청와대 불상은 지역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청와대 경내에 있는 석불좌상을 경주로 즉각 반환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문화재제자리찾기운동본부와 신라문화원, 경주발전협의회 등 경주지역 문화·시민단체들은 23일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 석불좌상’은 고향 경주로 와야 한다며 ‘청와대 석불좌상 경주 모시기’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이 석불은 조성경위와 출처가 분명한 데다 미학적 가치가 높고, 일제강점기 초기 약탈에 따른 반출 경위도 드러난 만큼 언제라도 제자리 찾기가 가능하다”며 “이 석불을 경주박물관으로 옮겨 원형을 완벽히 복구하고, 재평가를 거쳐 국보급 국가 지정을 받아야 할 당위성과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청와대에 있는 서울시 유형문화재 24호인 석조여래좌상. 문화재청 제공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도 구미본부, 경주본부준비위와 함께 청와대 경내 석불좌상을 경주로 즉각 반환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뜻을 같이하는 대구·경북지역 모든 단체와 공동대응키로 했다. 이들은 “청와대 경내 석불좌상을 경주로 반환하는 문제는 적폐청산보다 더한 일본강점기 시대에 이뤄진 일제 잔재이자 식민잔재”라며 “정부는 석불좌상을 경주로 반환해 경주시민은 물론 경북도민과 대구시민에게 국정운영에 대한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보안구역에 있어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는 이 불상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24호인 ‘석조여래좌상’이다. 높이 1.16m 크기로 일제강점기인 1912년 11월 경주를 방문한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총독에 의해 서울 남산의 총독관저로 옮겨졌다가 1927년 일제가 총독부 관저를 새로 지으면서 다시 현재의 청와대 경내로 옮겨졌다.

8세기 중반 무렵의 통일신라시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은 최초로 경주 남산의 옛 절터에서 발견됐고, 석굴암 본존불과 생김새가 똑같지만 3분의 1 크기이다. 서울시가 1974년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할 정도로 탁월한 조형미를 갖춰 ‘미남 불상’ 또는 ‘청와대 불상’으로 불린다.

불상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4년이다. 1993년부터 부산 구포역 열차전복 사고,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사고, 서해 페리호 침몰 사고, 성수대교 붕괴 사고 등 대형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민심이 흉흉해지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김영삼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 있던 불상을 치웠기 때문이라는 유언비어가 떠돌았다. 그러자 청와대가 1994년 10월 27일 출입기자들에게 불상이 제자리에 있다고 공개했다. 1989년 대통령 관저가 신축되면서 당시 자리에서 100m가량 위로 올라 간 현재 위치로 옮겨졌다.

경주=장영태 기자 3678j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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