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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장애인 무더기 해고 '갑질'기업, 장애인 추가 해고 등 폭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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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공공기관이 주관한 채용박람회를 통해 채용된 장애인 22명을 무더기로 해고한 대구 소재 D고속관광이 이번에는 장애인 학교를 통해 채용한 학생과 인턴 사원까지 추가 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채용한 장애인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등 '갑질'을 한 것으로도 밝혀져 관계당국의 조사가 하루속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세계일보는 대구 소재 D고속관광이 장애인채용박람회,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을 통해 채용한 장애인 22명을 입사 20일 만에 강제 해고했다는 단독보도를 낸 바 있다. <지난 8월18일 "채용박람회서 뽑은 장애인 입사 20일 만에 무더기 해고해놓고 사직서 강요한 '갑질' 기업" 보도 참조>

보도 후 D고속관광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장애인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보도가 나가기 직전인 지난 18일에도 장애인 학교를 통해 채용된 장애인과 인턴 등을 추가 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 소재 모 장애인 학교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소개로 지적·발달 중증장애인 학생 3명을 D고속관광에 취업시켰다. 그 중 1명은 도중에 나왔으며 나머지 2명은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 18일 일괄 해고를 통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D고속관광에서 해고된 장애인은 모두 29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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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 A씨는 “D고속관광이 공단을 통해 장애인을 대거 채용한 뒤 회사에는 장애인 직원이 33명 정도가 등록돼 있었다”며 “해고된 29명 외 2명은 장애를 가진 운전기사이고, 1명은 장애를 앓고 있는 회사 대표의 아버지다"라고 주장했다.

나머지 한명은 실제로 일을 나오지 않은 채 직원으로 명의만 올려뒀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D고속관광이 가족 등의 명의까지 빌려 장애인 직원을 늘려간 이유는 ‘장애인표준사업장 등록’을 위한 조치로 보인다.

A씨는 “D고속관광이 장애인을 갑자기 고용한 이유는 장애인표준사업장 등록을 위한 것"이라며 "지난해 회사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장애인표준사업장 등록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려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도 “D고속관광이 장애인표준사업장 등록을 위해 장애인을 상당수 채용했다”고 인정했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규칙 3조에 따라 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사업장을 가리킨다. 표준사업장으로 지정되려면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 중 3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면 1명당 장애인 2명으로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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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사업장에 지정되면 기업에 주어지는 혜택은 상당하다.

먼저 공단으로부터 10억원 한도로 무상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무상지원금은 장애인 작업시설과 부대시설, 편의시설, 승합 자동차 구입비용 등에 쓰게 돼 있다. 이외에도 장애인 직원 1명당 경·중증에 따라 15만~60만원씩 고용 장려금이 나오고, 고용시설에 필요한 자금까지 저리로 융자받을 수 있다. 또 제도적으로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은 장애인 표준사업장 및 장애인 기업의 제품을 일정비율 이상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해당 입찰에서도 장애인표준사업장은 매우 유리하다.

한 장애인 시설 관계자는 “상당수 사업장에서 중증장애인을 고용해 장애인 고용 부담의 2배수 카운트를 올리고, 해당 중증장애인에게는 최저 시급을 지급하고 적은 시간 일하도록 하면서도 고용지원금을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으로 중증장애인에게 일을 시키는 셈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증언이다.

실제로 D고속관광이 채용박람회와 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채용한 장애인 22명 중 19명은 중증장애인이었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한 D고속관광의 채용공고에는 ‘전국전세버스 우수업체’, ‘장애인표준사업장’이란 문구가 이미 쓰여 있었다. 더구나 이 공고에 나타난 급여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채용 후 장애인들에게 사실상 강요한 수습기간 또한 명시돼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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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애인이 D고속관광 채용 당시 받은 안내 공고.


D고속관광이 ‘취약계층 일자리 늘리기’가 아닌 ‘지원금’을 위해 29명의 장애인 채용했다는 의혹이 드는 정황은 채용 후 해고당한 장애인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D고속관광으로부터 해고를 당한 장애인 C씨는 “일을 시작한 지 열흘 정도 지났을 때 회사는 갑자기 오전 9시에 출근해 오전 11시30분에 가라고 명령했다"고 주장했다.

하루 8시간을 일하기로 돼 있었던 C씨는 영문도 모른 채 회사 지시에 따라야 했다. 하루 8시간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업무를 마련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장애인표준사업자 지정에 따른 지원금 혜택만 노려 채용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장애인들은 D고속관광에서 허드렛일에 동원됐으며, 그것도 모자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했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C씨는 “빨래를 시키면서도 장애인들에겐 장갑조차 주지 않아 맨손으로 세제를 묻혀가며 닦았다”며 “동료 중에는 지적장애나 정신장애인 많아 불만조차 표출하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실제 D고속관광에 채용된 장애인 중 20명 이상은 정신적인 장애가 있다.

해고된 장애인 D씨도 “사무직으로 들어왔지만 장애인은 할 일이 없다며 부서를 여러번 옮겨다녔다”고 증언했다.

그는 “기업이 중구난방으로 배치한 것으로 봐 장애인을 채용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아 보였다”며 “사무직으로 들어온 나는 결국 난생처음 자동차에서 깜빡이(방향지시등) 전선을 빼는 일을 했다”고 토로했다.

장애인들은 D고속관광 입사 전 대구직업능력개발원에서 무급으로 한달간 교육까지 받았지만 실제 일은 이와 전혀 상관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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