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피해자" vs "죄인"..한명숙 출소에 여야 극명한 온도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이해찬 전 총리와 더불어 친노 원로로 꼽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3일 만기 출소했다. 2015년 8월 24일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수감된지 2년만이다. 한 전 총리의 출소를 계기로 사법부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여당이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는 입장을 내자 야당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밝은 표정의 한명숙..“새로운 세상 드디어 만나”

한 전 총리는 이날 새벽 5시 15분경 의정부교도소에서 출소했다. 단발머리에 다소 야윈 모습이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푸른색 바지에 회색바지를 입은 그는 교도서 정문을 나선 뒤 마중나온 이 전 총리,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전현직 민주당 의원,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200여명에 달하는 지지자들은 노란풍선과 장미꽃을 흔들며 한 전 총리를 환영했다.

그는 출소 직후 “짧지 않았던 2년동안 정말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다”면서도 “새로운 세상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며 소감을 밝혔다. 수감 중이던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대한 소회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 총리는 “저에게 닥쳤던 큰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저의 진심을 믿고 한결같이 사랑을 주신 수많은 분들이 믿음 덕분이었다”며 “앞으로도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참여정부 말인 지난 2007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015년 8월 20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000만원 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뒤 수감됐다. 한 전 대표가 2010년 검찰조사에서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줬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2007년 발행된 1억원의 수표가 2009년 한 전 총리 동생의 전세금으로 사용된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한 전 대표는 1심 재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어떤 정치자금도 준 적 없다. 한 전 총리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다”며 검찰진술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이 진술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유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수사와 재판이 진행될 당시 제1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은 검찰이 이명박 정부 의도에 호응한 ‘야당 죽이기’라고 주장했다. 당시 당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화에 이어 법원까지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與 “사법부정의 피해자” vs 野“징역형 받은 죄인일 뿐”

여당이 된 민주당은 2년 전과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그분의 진실과 양심을 믿기에 우리는 매우 안타까웠다”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전날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그분이 진실을 말했지만 기소도 잘못됐고, 재판도 잘못됐다”며 “기소독점주의의 폐단으로 사법부정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법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미 대법원의 선고가 끝나 형 집행까지 완료된 마당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한 전 총리는 반성은커녕 오히려 자신이 정치적 박해를 받는 양 ‘억울한 옥살이’라 칭했다”며 “지난 대선이 끝나고 정권이 바뀌자 옥중편지를 통해 ‘가시밭길’ 운운하며 사법부 판단에 불복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부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징역형을 받은 한 전 총리에 대해선 정치 탄압이라고 반발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앞장서 중형을 외치는 민주당의 이중적 태도에 경악을 금할 길이 없다”며 “박근혜는 당연하고 한명숙은 억울하다는 식의 논리는 ‘아전인수’, ‘내로남불’로 상징되는 이 정부와 판박”이라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인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도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는 5년 8개월 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며 “법원이 5년 8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했다는 것은, 한명숙 전 총리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심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불법정치자금 1억5000만원을 받은 사실에 대하여는 대법관 13인 전원이 유죄라고 판단했다”며 “명백히 입증된 범죄사실에 대하여 정치보복, 억울한 옥살이라고 호도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스스로 사법정의와 검찰개혁을 이루어낼 자격이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