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즉석밥 잘 팔려도...남아도는 쌀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에서 혼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3)씨는 “최근 2년 동안 쌀을 사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집에서 밥을 지어먹을 일이 잘 없다보니, 몇 년전 4kg짜리 한 포대를 구매한 것을 아직도 다 못 먹은 상태”라며 “당분간 쌀을 살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쌀 소비량이 감소하면서 쌀값이 하락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로 가족과 함께 ‘집밥’을 먹는 모습이 많이 없어지고, 밥 대신 밀가루로 만든 면, 빵 등을 섭취하는 등 식습관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23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쌀 도매가격(상품)은 해마다 하락 중이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쌀 20kg 가격은 월평균 3만19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떨어졌다. 2012년에는 20kg당 연평균 4만2300원이었던 쌀값이 2015년 3만9700원, 2016년 3만4930원으로 하락했다.

올해도 쌀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가을 수확기를 앞두고 국내 벼 농가에선 한숨이 깊다. 지난해 수확한 묵은 쌀 재고를 아직 시중에 풀지 못한 상태에서 가을 햅쌀이 출하되기 시작하면 쌀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 창녕군에서 벼 농사를 짓는 임모씨는 “올해는 가뭄으로 일조량이 좋아 벼 품질이 뛰어날 것”이라면서도 “풍년이어도 농가 소득은 시원치 않으니 마냥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국내 농가는 쌀 소비량이 감소함에 따라 매년 쌀 생산량도 줄이고 있다.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를 보면 2016년 1인당 쌀 소비량은 연간 61.9kg으로 전년 대비 1kg 감소했는데, 이는 1986년 1인당 쌀 소비량 127.7kg의 절반 수준이다. 2016년 국내 쌀 생산량은 419만7000톤으로 2015년의 432만7000톤보다 3% 감소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햅쌀 산지 거래가격이 21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했다. 당시 햅쌀가격은 80kg에 12만9628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1995년 11만5875원의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13만원 이하로 낮아진 것이다. 올 8월 2주차 기준으로 햅쌀 산지거래 가격은 13만200원이었다.

유통가의 쌀 판매량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2015년 쌀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감소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22% 줄었다고 밝혔다. 올해 1월부터 8월초까지 쌀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대비 11% 감소한 상태다.

한편 전반적인 쌀 소비량은 줄고 있지만 간편하게 데워 먹을 수 있는 ‘즉석밥’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즉석밥 매출은 올 6월부터 8월 2주차까지 전년동기대비 8%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4.4%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6.5% 증가했다.

하지만 즉석밥 시장 성장세는 전체 쌀 소비량 감소세를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벼 농가가 다른 작물로 전환하면 보조금을 지급한다든지, 쌀 수출 판로를 더 확대해준다든지의 정책을 시행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쌀값 하락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jen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